▲ 장르를 정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매력으로 무장한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
지난 6월, E3 2013에서 유명 PC게임을 다수 개발한 유비소프트가 흥미로운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콘솔, PC 분야에서 저력을 과시하던 유비소프트의 온라인게임이라는 것. 두 번째는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The Mighty Quest for Epic Loot)’라는 독특한 게임명으로, ‘서사시적 약탈을 위한 장대한 탐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기자는 게임이 언제쯤 출시되나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 이 게임이 비공개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게임명 만큼 특이한 것이 있는지 궁금증이 생겨 직접 플레이 해 보았다.
▲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 E3 2013 트레일러 (영상출처: 유튜브)
예상대로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는 특이한 게임성을 자랑했다. 우선 내 성을 마치 던전을 구현하듯 기획부터 설계까지 직접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는 전략적인 재미에, 상대 성에 쳐들어가 전리품을 약탈하는 하드코어함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어색한 만남은 곧 게임의 개성으로 표출됐고, 이 개성은 다시 묘한 재미로 승화되어 플레이어를 몰입시킨다.
결국 이 게임의 목적은 상대가 내 성을 휘젓지 못하게 더 전략적으로 던전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노련함’으로 상대 성을 공격해 더 많은 전리품을 쌓아 강해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횟수가)장대한 탐구’이며 ‘(혼자서)서사시적인 약탈’인 것이 틀림없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라 할 만하다. 던전을 직접 디자인하고픈 유저들의 소망을 해결하고, 동시에 ‘한정된’ 콘텐츠 문제까지 해결한 유비소프트의 명민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끊이지 않는 유저 커스텀 던전, 매 순간 느끼는 PvP의 긴장감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NPC의 모습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에는 메인 스토리나 퀘스트가 없다. 플레이어는 이름없는 영웅이 되고(물론 닉네임은 정할 수 있지만) 자신만의 성을 가지게 된다. 각자 주인이 있는 수백개의 성들이 공중에 떠 거대한 제국 ‘오퓰렌시아(Opulensia)’를 이루는데, 플레이어 역시 이곳에 속한 성주라는 것이 스토리이자 배경의 전부다. 물론 개발사에서 직접 디자인한 기본 던전도 몇 가지 있지만, 난이도도 쉽고 다소 상투적으로 구조물을 배치해 정복 욕구나 재미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 영웅은 자고로 궁수여야 합니다
▲ 화살이 남아나지 않을 만큼 많은 던전들
하지만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는 스토리와 퀘스트의 부재를 ‘유저 콘텐츠’로 꽉 채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신이 직접 게임을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기존에 만들어진 던전을 탐험하며 느꼈던 2% 부족한 듯한 아쉬움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 함정은 너무 쉬운데, 저 보스 몬스터에게는 이런 파트너 몬스터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등의 감정들. 유비소프트는 그런 감정을 영민하게 게임 콘텐츠에 접목했다.
유저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구조물을 배치한 성이 던전이 되어 게임의 주요 재미 요소로 활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루함이 없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개발자 몇십 명의 머리에서 나온 한정된 던전보다 유저들이 직접 설계한 던전이 난이도도 훨씬 높고 정복 욕구도 높이며, 때로는 그 기발함에 탄성이 나올 때도 있다.
▲ 여기에 함정 설치하시면 제가 너무 힘들잖아요
▲ 쟤한테 힐 하지 말아줘 제발
▲ 곳곳이 지뢰밭이니 웃음만 나오는군요
▲ 그래도 도장깨기에 성공하면 속 시원한 광경이 내 앞에!
예를 들면 사각지대에 함정을 배치해 정신없이 몬스터를 잡는 도중에 역습을 당하게 한다거나, 캐릭터 두 명만 들어가도 꽉 찰 것 같은 좁은 길에 몬스터를 놓아 후퇴하면서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 등이다. 매번 새로운 던전을 경험하는 재미에 흠뻑 빠지다 보니 미니맵이 없는 것도 오히려 게임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즉 유저에 따라 던전의 배치나 등장하는 몬스터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기존에 구조가 정해져 있는 던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다채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의 매력이다. 더불어 유저들이 많을수록 게임의 콘텐츠도 무궁무진하게 늘어나니 개발사가 밸런스와 버그 해결 등 시스템적인 부분에 총력을 쏟기만 하면 금상첨화다.
▲ 이 성의 주인은 개구리 마니아인가봉가
▲ 요기는 해골 콜렉터의 성이네요
▲ 던전의 난이도나 다름없는 왕관이 3288개… 엄마 무서워
다만 전투의 호흡이 좀 길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던전 설계’와 ‘탐험’이 주 콘텐츠이기에 전투가 잦을 수 밖에 없는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캐릭터의 이동이 느리고 공격 모션도 둔탁해 마치 거대한 석상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답답하고 늘어지는 전투는 유저를 지치게 만들 가능성이 높으니 전투 속도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듯 하다.
약탈은 빠르게, 디펜스는 평화롭고 신중하게
게임 속에는 소셜이나 RPG와 같은 요소도 존재한다. 각종 구조물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상대방의 성에 들어가 몬스터를 물리치며 레벨업을 하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 이렇듯 다양한 장르의 특징을 한데 모은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의 게임성은 독특한 부분이 있다.
▲ 레벨이 오르면 성 내부에 블록을 추가할 수 있다
▲ '캐슬 하트'와 주변 건물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으면 플레이어도 성장 불가능
▲ 성의 심장이자 모든 시스템을 연결하는 '캐슬 하트'
따로 놓았을 때 좋은 것들을 한데 놓으면 다소 산만하기 마련인데,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의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정돈된 느낌을 준다. 가령, 성 내에 배치하는 구조물의 종류는 대여섯 가지 정도로 일반 소셜게임에 비해 굉장히 간소화되었고, 생산하는 유닛이나 물건 역시 별다른 시간 소모 없이 건물의 레벨만 상승되면 바로 구매할 수 있게 설계됐다. 더불어 성의 중심에 있는 ‘캐슬 하트’의 성장이 캐릭터의 레벨 상승을 비롯한 전체적인 성 구조 확장에도 연관되어 어느 한 콘텐츠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부분을 즐기도록 디자인됐다.
▲ 테스트 어택 메뉴, 신박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성을 직접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시스템이 인상적이다. 이 시스템은 성 내부에 배치된 유닛만으로는 난이도를 체감하기 힘들 때 실전 테스트 용으로 굉장히 활용도가 높다. 개발사가 내부적으로 반복 테스트를 거쳐 게임을 출시하듯, 자신이 만든 던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테스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힘들게 모은 금을 뺏기지 않으려면 더 중요하다).
▲ 하하하하 내 성에 뼈를 묻은 안타까운 중생이구나
▲ 동영상 보고 확인사살!
특히 자신의 성에 방문한 유저들의 플레이가 기록되어 직접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고전하는 영웅을 보는 느낌이랄까? 또한 그 영상은 자신의 성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더없이 좋은 양분이 되어 게임의 재미를 더욱 높여 준다.
서버 안정성과 커뮤니티 운영 모두 합격점!
▲ 일반적인 포럼에 유저 제안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더 마이티 퀘스트 포 에픽 루트’의 서버는 잦은 점검도 없었고 접속상태가 안정적이었다. 더불어 ‘유저 콘텐츠’가 대부분을 이루는 게임이니만큼 커뮤니티 운영도 필수적인데, 유비소프트는 그 역할 역시 잘 수행하고 있다. 포럼 메뉴도 일반적인 버그 리포팅이나 질문 외에 몬스터 아이디어와 활용, 함정 활용, 아이템 제안 등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어 유저들은 각각의 주제에 집중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특히, 유저들이 서로 아이디를 교환하고 던전을 평가하고 전략을 나누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기까지 해 더욱 정식서비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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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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