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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와 레이싱 시뮬레이터 조합, 아이레이싱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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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보: 위정규(만두연구소). 컴퓨터판매점의 사장이자, 레이싱 장르를 무척 좋아하는 대한민국 게이머. 한때 '그란투리스모 코리아(현 레이싱코리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며, 레이싱 관련 장비를 구입해 알크래프트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았음. 또, 그는 HMD에 관심이 많은데 가상현실과 접목된 오큘러스 리프트에 매력을 느껴 '레이싱' 장르와 접목하는 시도를 많이 했음. 이번 리뷰 역시 이에 엮인 하나의 '실험'으로, 레이싱 장르를 통한 진정한 가상현실 게임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음. 


- 체험기를 왜 쓰게 됐나? 

가상현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소드 아트 온라인’이나 ‘닷 핵(.HACK)’같은 형태겠지만, 실상 현실에서는 그 정도로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힘듭니다. 

게임이나 영상 화면을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기술은 이제 막 첫 걸음을 시작한 단계로, 주위 환경에 따른 반동이나 상호작용 역시 보조기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구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Virtuix에서 개발중인 옴니디렉셔널 트레이드밀의 경우 비교적 정확하게 사용자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컨트롤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 역시도 1인칭 액션게임에 한정되고 벽에 막히거나, 돌에 걸리는 등 주변 환경에 의한 작용은 전혀 구현하지 못합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도 공간감을 살리는 데는 어느정도 발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있습니다. 헤드트래킹 헤드셋을 착용했을 시 초점이 맞지 않으면 발생하는 멀미 증상이 그것입니다. 


▲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에 가장 적합한 게임은 무엇일까

오큘러스 리프트가 멀미를 유발하는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인지부조화’입니다. 인지부조화는 패드를 조작하는 플레이어는 앉아 있는데 캐릭터는 달리는 등 포지션이 일치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특히, 빠른 움직임을 요하는 FPS나 액션의 경우 그런 현상은 더 심해집니다.

하지만 레이싱게임의 경우 플레이어와 캐릭터 모두 좌석에 앉아 있고, 자동차와 같은 탑승 장치가 달리는 형태의 게임이기 때문에 인지부조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로봇에 탑승해 조종하는 형태의 ‘호큰’ 데모나 항공기를 운행하는 ‘워썬더’는 어지러움을 크게 유발하지 않는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특정 장치를 탑승한 채로 게임을 진행하는 레이싱과 같은 장르는 적절한 장비만 마련되면 오큘러스 리프트로도 완벽하게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 실험에 돌입하다

이 가설을 실험해 보기 위해 준비한 것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는 레이싱게임 ‘아이레이싱’과‘탑 기어 코리아’에서도 소개되었던 ‘알크래프트 HPRSS RC-1 모션 시뮬레이터’입니다. 체험에 사용한 장비는 거의 실제와 흡사한 반동을 시트에 전달해 줌으로서 실제 차량과 지면의 느낌을 살려주는 FREX 2DOF 모션 시뮬레이터를 장착, Simwheel과 Sinpedals, 쉬프터, 타코메타 등 거의 모든 레이싱 파츠들이 집결된 물건입니다. 심지어 빠르고 정밀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모션 시뮬레이션 용 전기 액츄에이터와 6채널 진동스피커가 본체를 감싸고 있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진동이 올라옵니다.


▲ 알크래프트 HPRSS RC-1를 모두 설치한 모습










▲ 실제 레이싱카 내부와 거의 흡사하게 디자인된 시뮬레이터


- 평면 모니터에서도 느껴지는 현장감, 하지만 2%가 부족해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한 가상현실을 체험하기 전에 확실한 차이를 느끼기 위해 47인치 모니터를 세 대 설치한 상태로 시뮬레이터를 먼저 플레이 해 보았습니다. 


▲ 47인치 평면 모니터로 진행된 '아이레이싱' 핀란드 코스

준비된 장비 자체가 환경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니, 서라운드로 설치된 평면 모니터 세 개로 즐기는 주행도 일반 레이싱게임에 비해서는 현장감이 살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평면모니터의 한계상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이나 움직임에 비해 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현실감은 떨어져, 완벽한 가상현실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 부족한 2%를 오큘러스 리프트로 채우다

평면 모니터로 진행된 체험 후,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를 사용해 알크래프트 HPRSS RC-1 모션 시뮬레이터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를 착용하고 진행된 비포장도로 주행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한 시뮬레이터 주행은 상상 이상으로 현실적이었습니다. 모션 시뮬레이터가 전해주는 지면의 느낌은 레이싱카를 탔을 때와 다를 바 없었고, 낮은 해상도로 인한 픽셀 깨짐이나 모션 블러 현상도 오히려 실제 현상을 재현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받아들여질 정도였습니다. 비포장도로의 울퉁불퉁함 덕분에 의자가 쉴새없이 진동했고,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시계도 실제 차 안에 설치된 것인 양 위 아래로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노면이 심하게 튀고, 그것이 실제로 플레이어에게 전달되다 보니 돌발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밴드 방식으로 착용하는 헤드트래킹 헤드셋이 상하로 심하게 요동쳤으며, 눈 부분에 밀착된 헤드셋이 흔들려 화면의 초점이 흐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걸음을 인식하는 가상현실 기기인 옴니디렉셔널 트레이드밀에서 달릴때도 발생하는것을 막으려면, 오큘러스 리프트의 헤드셋 고정 방식을 개량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알크래프트 시뮬레이터의 기술이사가 직접 참여한 체험 영상

시연에 참여한 알크래프트 기술이사도 트레일블레이저 버전을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고 체험해보았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차량 자체가 매우 고속이며, 오큘러스 리프트의 낮은 해상도로 인해 진행이 더 어려운 편입니다. 영상 후반부에 나타난 헤드트래킹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현상은, 공식지원게임이 아닌 탓도 있지만 공식지원게임인 ‘루나플라이트’나 ‘레트로바이러스’에서도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오큘러스 개발자 소프트웨어 자체에 남아있는 버그로 추측됩니다.


포장도로 코스인 ‘짐카나트랙’, 랠리크로스 ‘온로드 트랙’ 체험 영상
 
아스팔트 도로 주행은 비포장도로에 비해 상당히 차분한 느낌입니다. 심한 떨림으로 인한 헤드마운트 헤드셋의 흔들림은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인 맵 상황에서 오는 기기 반응은 여전히 풍부합니다. 기어를 바꿀 때 생기는 차량의 반동도 그대로 전달되었고, 자동차를 선회할 경우 발생하는 횡가속 G도 실제 차를 탄 것과 다름없는 감각으로 실현됐습니다.

이로 인해 환경 피드백에 특화된 장치를 사용하자 가상현실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으며, 이 실험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는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과 공간감을 충실히 구현했습니다. 


▲ 버기카나 4륜 트럭으로 진행하는 ‘랜드러쉬’모드 플레이 영상

특히, 이번 체험에서 마지막으로 진행된 순서인 ‘랜드러쉬’ 모드를 플레이하는 중 재미있는 감각을 경험했습니다. 앞서 있었던 주행을 모두 진행하고 알크래프트 장비와 오큘러스 리프트로 구현된 가상현실에 적응할 때 쯤, 실제 자동차 시트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즉, ‘랜드러쉬’ 모드에 등장하는 4륜 트럭을 실제로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것이죠.

이에 더해 오큘러스 VR 서동일 한국 지사장의 협조로 최근에 발표된 오큘러스 리프트 HD버전의 프로토타입으로도 ‘아이레이싱’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HD버전은 현재 헤드마운트 헤드셋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로만 화면을 출력할 수 있어, 영상 촬영은 불가능했습니다.


▲ 오큘러스 리프트 HD버전 프로토타입
전 세계에 여덟 개 밖에 없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 HD버전은 개발자 키트에서 지적됐던 낮은 해상도와 모션 블러 현상을 개선했기 때문에, 주변에 비춰지는 아스팔트 바닥이나 비포장 도로 등의 텍스쳐가 훨씬 깨끗하게 구현됐습니다. 전체적으로 선명해진 화면 덕에 마치 다른 게임 같은 분위기까지 풍겼고, 현실감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하지만 HD버전 프로토타입은 7인치 광학렌즈가 사용되어, 기존 개발자 키트에 비해 시야각이 좁아 화면 가장자리에 까만 경계선이 생기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오큘러스 VR에 따르면 이 문제는 현재 개선중이며, 공개될 차기 버전에서는 수정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신기술은 없습니다. 가상현실을 구현해내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많은 개발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출시된 오큘러스 리프트와 옴니디렉셔널 트레이드밀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현실 주변 기기이고, 집 안에 앉아서 도로주행 연습을 하거나 먼 여행지를 방문하고자 하는 꿈도 멀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체험을 통해서 가상현실의 미래는 밝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이 시각과 공간감을 형성해주는 기기를 비롯해 지면에 의한 진동,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보조장비를 적절히 활용하면 ‘소드 아트 온라인’처럼 현실과 다름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사이버 세계를 구현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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