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생 15년을 맞은 대한민국 MMORPG의 역사 '리니지'
엔씨소프트의 첫 작품이자 대한민국에 온라인게임 열풍을 불러일으킨 MMORPG ‘리니지’ 가 올해로 탄생 15주년을 맞았다.
98년 9월 상용화를 시작한 ‘리니지’ 는 수많은 변화와 업데이트를 거쳐 현재의 엔씨소프트를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고, 지난 2013년 2분기에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인 848억 원을 기록하며 그 기세를 15년째 유지해가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리니지’ 의 15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보자.
직업 수: 3개→7개
‘리니지’ 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던 98년, 게임 내에는 단 세 개의 직업만이 존재했다. 혈맹을 만들 수 있는 군주,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기사, 그리고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요정(엘프)이었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군주는 혈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기사의 디버프 캐릭터였기 때문에, 정확히는 기사와 요정 두 가지의 플레이 방식이 존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갑옷이나 아이템으로 인한 외형 변화가 극히 적은 게임 특성상, 게임 내에는 똑같이 생긴 캐릭터가 득시글댔다.
‘리니지’ 가 최초로 직업을 추가한 것은 99년 10월, 상용화 서비스 1년여 만이다. ‘에피소드 4’ 와 함께 등장한 ‘마법사’ 는 ‘리니지’ 의 4번째 직업으로, 이전까지 없던 강력한 공격 마법, 그리고 힐과 디텍트 등의 보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마법사의 추가로 ‘리니지’ 의 판타지적 깊이는 더욱 깊어졌고, 플레이의 폭도 넓어졌다.
마법사 이후, 2003년에는 1대 1 전투에 특화된 암살자 캐릭터 ‘다크엘프’ 가 추가돼 총 직업의 수가 5종이 되었고, 2008년 ‘시즌 3’ 업데이트를 통해 환술사와 용기사가 더해짐에 따라 현재 ‘리니지’ 의 직업 수는 총 7가지가 되었다.
▲ 초기부터 지금까지 '리니지' 의 대표 직업인 '기사(남)'
▲ 기사-군주-요정과 더불어 마법사 정도밖에 없었던 초기 리니지 풍경
(사진은 슬라임경기장)
▲ 변신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7개의 직업이 생겨 더욱 다양해진 현재의 '리니지' 모습
월드 맵: 말하는 섬→아덴 대륙
‘리니지’ 의 초창기 월드맵에는 게임 시작 지역인 ‘말하는 섬’ 만 존재했다. 오크와 셀로브 등이 존재하는 이 섬에는 당시만 해도 고렙 콘텐츠가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유저들의 레벨도 높지 않았다.
이후 ‘리니지’ 는 상용화 두 달 만에 ‘에피소드 2: 글루디오 영지’ 를 업데이트하며 본토 대륙을 추가했다. 게임의 인기도 동반 상승해, 동시접속자 수는 98년 11월 1,000명을 넘어 99년 10월 1만 명을 돌파했다. 점점 늘어나는 유저 수와 그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리니지’ 는 서버 분리와 동시에 공성전이 이루어지는 ‘켄트성’ 등을 차례차례 업데이트하며 모험의 무대를 넓혔다.
현재 ‘리니지’ 는 1시즌(98년~2003년, 12개 에피소드), 2시즌(2003년~2008년, 6개 에피소드), 3시즌(2008년~현재, 1개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방대한 아덴 대륙을 모두 구현했다. 요정의 숲과 윈다우드, 용의 계곡과 하이네성 등이 차례차례 더해진 현재의 아덴 대륙은 크게 14개 지역으로 구분되며, 종족 전용 마을과 수중 영지 등 다양한 지역을 갖추고 수많은 유저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 초창기 세계의 전부였던 '말하는 섬' (사진은 현재 리뉴얼 된 모습)
▲ 15년간의 업데이트로 완성된 아덴 대륙 지도
최고 레벨: 50→무제한
서비스 초기, ‘리니지’ 의 최고 레벨(이하 만렙)은 50이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사상 최고 수준의 레벨업 난이도라는 별명을 증명하듯, 상용화 2년이 지나도록 만렙 캐릭터는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48~49 레벨에 도달한 후 포기하기 일쑤였고, 50레벨이란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한 레벨'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던 중 2000년 11월 28일, 8개월차 신생 서버인 가드리아 서버에서 첫 만렙 캐릭터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피자가게를 운영하던 한 유저로, 닉네임은 ‘구문룡(기사)’ 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49레벨에서 50으로 올라가는 데만 4개월이 걸렸다고 밝힌 바 있으며, 엔씨소프트는 최초의 만렙 유저를 기리고자 하루 동안 가드리아 서버에 초록물약을 뿌렸다.
이후 ‘리니지’ 는 만렙에 대한 제한을 해제한다. 다만 이는 시스템적인 조치일 뿐, 현실적인 만렙은 90레벨 정도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2013년 현재 ‘리니지’ 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유저는 88레벨인데, 87레벨에서의 경험치 획득량이 원래 수치의 1/512밖에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악할 수치다. 89레벨로의 레벨업을 위해서는 경험치 1/1024의 벽을 뚫어야 하고, 90레벨이 되려면 무려 1/2048을 뛰어넘어야 한다. 게이머의 수명을 감안할 때 90레벨을 돌파하는 사람이 나올 지는 의문이다.
▲ 과거 45레벨 이상 유저가 몇 명씩 모여야 잡을 수 있었던 최강 몬스터 '데스나이트'
최강 아이템(검): 일본도→진명황의 집행검
‘리니지’ 의 최고 직업은 예나 지금이나 ‘기사’ 다. 그 기사의 공격력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검(굳이 기사만 착용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으로, '리니지' 의 최고 아이템과 최강의 검은 거의 일맥상통하다. ‘리니지’ 최강의 검에 대한 족보는 지금까지도 계속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리니지’ 의 초기 대표 아이템은 ‘장검’ 과 ‘붉은 기사의 검’, 그리고 ‘일본도’ 였다. 이 중 최고의 아이템이었던 ‘일본도’ 는 가격 2만 골드에 공격력 10/12를 자랑하는 무기로, 데이안 주문서로 7~8강화에 성공할 경우 지존급 검으로 인정받곤 했다.
그러나 서비스 15년이 지난 현재, 일본도는 고급 검을 만드는 재료 아이템으로 전락했다. ‘레이피어’ 와 ‘싸울아비 장검’, 고대무기 시대를 거쳐, ‘리니지’ 최강 검의 칭호는 양손검 ‘진명황의 집행검’ 이 넘겨받았다. ‘진명황의 집행검’ 은 공격력만 28/33에 추가 대미지 +23, 무기 명중 +5, 힘 +2로, 일본도의 능력치(공격력 10/12)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나 초반부터 강화 실패 시 무기 소멸 확률이 붙어 있기 때문에, 고강화 집행검의 경우 그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다.
▲ 과거 최강 검이었던 '일본도(위)' 와 현재 최강 검인 '진명황의 집행검(아래)'
엔씨도 변하고 유저도 변한 15년의 세월, 요금만 그대로
15년이라는 세월은 ‘리니지’ 뿐 아니라 게임을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 그리고 이를 즐기는 유저들도 바꿔 놓았다. 98년 ‘리니지’ 를 즐기던 2~30대의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현재 최소 30대 중후반, 혹은 4~50대의 ‘아저씨’ 가 되었다. 이로 인해 ‘린저씨(리니지+아저씨)’ 라는 합성어까지 만들어졌다.
‘리니지’ 를 플레이하는 유저 또한 계속해서 늘어나, 2012년 5월에는 50번째 서버 ‘커츠’ 를 오픈하고 12월 말에는 동시접속자 22만 명을 돌파했다. 98년 9월 27일 온라인게임 최초로 동시접속자 5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12월에는 1,000명에 달했으니, 14년 새 약 220배 증가한 셈이다.
‘리니지’ 는 당시 온라인게임의 대표적인 수익 모델이었던 월정액 방식을 택했으며, 15년째 월 29,700원이라는 가격을 유지해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부분유료화 모델이 보편화된 후에도 ‘리니지 2’ 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자사의 대표 RPG에 월정액 모델을 도입했다. ‘리니지’ 의 월 29,700원이라는 요금은 엔씨소프트의 타 게임에 비해 비싼 가격이며 과거에는 체감상 더욱 비싸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니지’ 를 즐기는 유저는 줄지 않고 있다.
‘리니지’ 의 발전과 더불어, 자그마한 벤처회사였던 엔씨소프트도 현재 국내 최고의 게임업체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당시 10여명에 불과하던 직원수는 현재 2,100여명(본사 기준)으로 늘어났으며, 조그마한 대여 사무실에서 벗어나 판교 테크노밸리의 간판 역할을 하는 판교 R&D센터 사옥에 둥지를 틀었다. 라인업 역시 ‘리니지’ 와 ‘리니지 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을 비롯하여 ‘길드워 2’, ‘리니지 이터널’, ‘와일드스타’, ‘러브비트’ 까지 총 8개의 주요 프로젝트를 개발/서비스 중이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까지 합하면 수십 개의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
▲ 엔씨소프트의 게임 라인업(공개된)을 확인할 수 있는 Play NC 사이트 메인화면
당시 ‘리니지’ 를 만들던 신참 개발자들은 현재 게임업계를 이끄는 중역으로 변신했다. 1999년 PC파워진 8월호 ‘국내업체탐방-NC소프트’ 편을 보면 게임개발실의 6인이 비춰진다. 현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엔씨소프트 게임개발실의 송재경 실장으로,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은 만화와 게임을 즐기는 배재현 대리로 소개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김민수 디자인팀장(현 XL게임즈 이사), 채윤호 대리(현 링크스스튜디오 대표), 김형진 사원(현 엔씨소프트 메탈블랙얼터너티브(MBA)개발실장) 등의 모습도 비춰진다.
김택진 대표 역시 당시 PC파워진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하얀 거탑’ 의 장준혁(김명민 분)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김 대표는 당시 "국산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며 "업체 간 경쟁관계 구도를 형성하기보다는 함께 힘을 합쳐 해외시장의 물꼬를 트기 위한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는데, 왠지 이 사건(관련기사: 넥슨, 엔씨소프트 지분 14.7% 인수… 최대주주 등극)이 생각나는 것은 우연일까?
▲ 'NC거탑' 의 주인공 같은 청년 시절의 김택진 대표
▲ 송재경 실장, 배재현 대리... 낯익은 이름들과 낯선 직책들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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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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