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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피아니스트, 첫사랑에 쓰던 러브레터의 추억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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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연주게임 '행복한 피아니스트'를 즐기는 한 부부의 모습 (출처: 유투브)


최근 ‘행복한 피아니스트’라는 모바일게임이 큰 기교 없이도 많은 대중의 사랑을 얻고 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블록버스터급 게임도 아니고, 수백 명이 함께 공성전을 벌이는 장관을 연출하는 게임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 있는 퍼즐게임도 아닌데 말이다.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요즘 나오는 잘 다듬어진 풀 3D 그래픽 모바일게임에 비교하자면 어찌보면 투박함에 가까운 게임이다. 터치패드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레코드(LP)판이 그려진 메인 화면이나 게임을 시작해도 눈요기가 되는 별다른 화려한 이펙트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귓가를 울리는 잔잔한 뉴에이지 음악과 함께 LP 디스크가 돌아가는 아날로그적인 소리가 전부다. 


게임을 시작하면 검푸른 바탕 위에 하나 둘 작은 빛이 내려오고, 빛이 떨어지는 박자에 맞춰 화면을 누르면 피아노 소리가 난다. 박자에 맞춰 열심히 누르면 자신이 좋아하고, 많이 듣고 부르던 곡을 직접 연주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서툰 솜씨로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재미를 주는 게임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1년 중 가장 로맨틱한 날인 크리스마스이브에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론칭 하루 만에 카카오 게임하기 인기 순위 1위에 오르고, 최고일일동시접속자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게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리듬게임이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던과 달리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그야말로 남녀노소, 각계각층에서 인기를 얻으며, 나름 국민 게임 위치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직장 생활에 지친 회사원들은 잠깐이나마 짬을 내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OST를 연주하며 순간적인 힐링을 느끼기도 하고, 신혼부부는 ‘결혼해줘’를 연주하고 따라 부르면서 프로포즈를 다시 하기도 한다. 


추운 겨울에 촉촉한 감성을 선물하는 게임, ‘행복한 피아니트스’를 만든 아이즈소프트 임종관 대표를 만났다.



▲ 아이즈소프트 임종관 대표


대학생 밴드에서 시작된 가요 사랑, 게임까지 이어져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임종관 대표의 취향을 전적으로 반영한 게임이다. 학생 시절 대학생 밴드를 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던 임 대표는 당시 취미가 레코드 가게에 매주 붙어 있는 주간 가요 순위를 보는 것이었다. 당시 TV 인기가요 방송이었던 가요 톱텐에서 어떤 노래가 몇 주 연속 1위를 했는지 외울 정도로 노래에 빠져 있던 그의 추억이 ‘행복한 피아니스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이즈소프트에는 직접 음악을 작곡하는 팀이 따로 있다. 실제 연주를 해서 악기를 입히고 원곡과 최대한 같은 느낌으로 만들거나 혹은 편곡을 하기도 한다. 편곡을 하는 경우는 클래식 곡들의 경우인데, 밴드 버전이나 오케스트라 버전 두 가지로 제작하거나 기존 곡에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다. 출시 당시 약 120곡의 모습으로 출시되기까지 다듬는 시간이 약 2년 정도 걸렸다.



▲ 클래식에서 가요, 동요까지 장르를 막론한 다양한 명곡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지금은 행복한 게임이 된 ‘행복한 피아니스트’지만, 처음에는 한 많은 게임이었다. 임종관 대표는 1998년부터 모바일게임을 개발해 온 베테랑 개발자다. PDA 전용 게임으로 첫 스타트를 끊으며, PDA 시장이 축소된 이후에는 피쳐폰을 거쳐 다시 스마트폰 게임까지 오게 됐다. 모바일게임 큰 둘레를 모두 걸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임종관 대표가 처음 ‘행복한 피아니스트’를 들고 퍼블리셔들을 찾았을 때 들었던 이야기는 행복보다는 절망에 가까웠다. 임 대표는 “여러 군데 이야기를 하며 제안이 오고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 게임 바닥에 오래 있었으면서 왜 리듬게임을 만들었느냐, 혹은 뭔가 게임같지 않은 게임이라며 반대를 했었다”고 회상했다.


주변에서 ‘행복한 피아니스트’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은 ‘리듬게임’이라는 장르적 제한 때문이다. 국내에서 리듬게임이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장르이기는 하지만, 대중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비주류의 대표격에 가깝기 때문이다.


▲ 게임 메인 화면 모습도 일반적인 모바일게임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임 대표는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리듬게임보다는 음악 게임, 혹은 연주 게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리듬게임이 박자를 정확하게 맞춰 높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반주를 맞추며 노래를 끝까지 연주해 나가는 것이 중심이다. 플레이어의 성취나 성장을 일궈나가기보다는 그때 그 시절 추억과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전달하는 목적이 훨씬 크다.


임종관 대표는 곡에 대한 난이도를 높여 게임적인 재미를 극대화하기 보다는 누구나 쉽게 연주하고, 노래에 담긴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대중적인 코드를 위해 국내 가요를 사용하고, 설명을 듣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반주를 맞출 수 있는 쉬운 난이도를 선택했다. 설령 실력이 모자라다 하더라도 노래 전부를 연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잠시 어려움은 있었지만 지금은 이름 그대로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됐다. 임 대표는 “밤마다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한 번씩 연주하고 잠든다.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옛날 좋아하던 여자아이에게 손편지를 써서 전해 줬던 추억이 떠오르고는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처럼 게임을 즐기는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거나 고개를 흔들기도 하며, 다리로 박자를 맞추면서 가끔은 옛 추억에 잠기는 행복한 피아니스트가 바라길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행복한 피아니스트'로 세대 간 취향을 막론한 다양한 노래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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