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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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왔습니다. 과거에는 온라인게임, PC 패키지게임, 비디오게임, 아케이드게임 등으로 명확히 구분지어지던 게임들이, 최근에는 여러 하드웨어 및 서비스 플랫폼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사실상 플랫폼의 경계가 무너진 셈입니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물의 등급을 PC/온라인게임, 비디오게임, 모바일게임, 아케이드게임의 4분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PC게임과 온라인게임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나눈 것은 2006년도부터였는데요, 당시 쇠퇴해 있던 PC패키지 게임을 온라인게임과 합침으로써 업무 효율화를 노린 것입니다. 당시에만 해도 ‘온라인게임은 PC에서 즐기는 것’ 이라는 공식이 성립했으니, 나쁜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분류 기준이 개정된 지 8년,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거치형 콘솔 기기의 온라인기능 확대, Wi-Fi와 LTE 보급으로 인한 모바일 온라인접속 증가 등으로 인해 온라인게임은 PC라는 굴레를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PS3나 Xbox360으로도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고, PC로 출시되는 소위 '패키지게임' 들도 온라인 접속을 필수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아케이드게임에서도 온라인에 접속해 멀리 떨어진 유저와 대결을 펼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아예 하드웨어로 구분되는 플랫폼 간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모바일과 PC, 타블릿 기기 간의 구분도 명확치 않고, 콘솔과 PC 간의 경계도 무너졌습니다. '윈도우 8' 의 경우 PC와 모바일을 아우르고 있으며, 구글 역시 크로스플랫폼을 필두로 한 SDK를 발표했습니다. 이번엔 ‘타이탄폴’ 등 일부 게임만 플랫폼 시비에 휩싸였으나,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 구분법입니다. 현재 게임위는 기존 플랫폼 구분법을 적용하되, 문제가 생길 경우 사후처리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될뿐더러 효율도 낮습니다. 시대에 맞는 플랫폼 구분법이 하루빨리 마련되지 않는다면 ‘타이탄폴’ 처럼 본의 아닌 오해를 사는 게임이 속속 생길 것이고, 국내 게임들과의 형평성 문제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게임메카 ID DrakeCOW 님도 이러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가만 보면 EA가 고의적으로 온라인게임 등록을 피해간 것이 아니라,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처음부터 제대로 관리를 못한 것이 맞네요. 국내 게임들은 그렇게 칼같이 관리하면서 EA나 밸브 등 해외 게임들에는 최소한의 기준도 못 제시하니... 법 지키는 국내게임만 억울한 듯. 참 한국에서 게임사업하기 쉽지 않네요” 라는 말처럼, 현재 게임위의 플랫폼 분류 기준은 국내 및 해외 업체 모두에게 악영향을 줍니다.
사실 게임위도 난감한 상황이긴 합니다. 플랫폼 변화라는 게 특정 계기나 사건으로 한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고 시장 변화에 따라 서서히 이루어지다 보니, 이를 알아차릴 때 쯤 되면 이미 현재진행형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더라도 시장 정세를 변화시킬 만큼 파급력을 가질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향후 몇 년을 내다봐야 할 규정을 섣불리 변경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탈 하드웨어 시대를 지나 OS에 맞춰 가는 추세이지만, 당장 1~2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 지 모릅니다. 어쩌면 VR 기기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정받을 수도, 혹은 아예 게임과 일반 어플리케이션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게임메카 독자분들도 게임위의 낡은 규정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ID 실키하트 님은 “핵심은 바뀌는 현실을 제도가 못 따라잡고 있다는 뜻이네요. 결론은 제도를 만드는 인간들이 일을 안 한다는 건 확실함”, ID 뿅뿅 님은 “요즘은 콘솔게임도 다들 온라인 베이스로 많이 나오니까 등급체계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듯. 규정을 바꾸거나” 라며 한시라도 빨리 현행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대는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플랫폼이라는 개념 자체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불확정한 기준으로 게임을 일일이 분류하기보다, 게임산업 전체를 아우를 만한 시대 맞춤형 제도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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