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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던 지난 4월 22일, 검은 봉투에 담긴 편지 한 장을 받았습니다. 발신인이 적혀있지 않은 그 편지에는 '검은사막 칼페온 원정대로 초대한다'는 문구만이 덩그러니 적혀있더군요. 이 초대장 한 장이면 대도시 칼페온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벌써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소르봉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아제로스라는 대륙에서 일리아 섬으로 넘어온 레인저죠. 최근에는 이 좁은 마을이 답답해서 벗어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죠. 그런 와중에 칼페온 원정대 초대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입니다.
참고로 촌구석에서 칼페온까지 가는 길은 산을 타고 물을 건너야 하기에 매우 험난합니다. 여기에 행인들을 공격하는 곰과 같은 야생 동물이나 고블린 등의 몬스터, 심지어 해적과 산적도 출몰합니다. 그러니 준비물이 많습니다.
우선 연약한 몸을 지키기 위해 어릴 때부터 사용해왔던 활의 시위를 정비합니다. 가방 안에는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물약과 식량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전한 기분이 사라지질 않네요. 허전함의 이유를 찾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결국 일리아 섬에서 외지인을 가장 자주 만나는 뱃사공 아저씨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 나는 그저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을 뿐인데 독설이 돌아왔다
▲ 내가 촌스럽다니..
'요즘 만난 사람 중 가장 촌스럽군'
아저씨의 답변은 간단했지만 제게는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제가 어디가 촌스러울까요? 설마 돌 잔치 때 화살이 아니라 마법사 보주를 들어야 했던 걸까요? 아니면 아직 제 실력이 부족한 탓일까요? 우울한 마음에 멋진 배경을 벗 삼아 소주 한잔을 마셔 보지만 마음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촌티가 풀풀 흐르는 저와 다르게 멋진 언니가 제 눈앞을 지나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역시 촌티나는 애들이랑 놀기는 어렵다니깐, 얼마 전에 검은사막 전용 뷰티샵 생긴 거 몰라?'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지나가는 언니들과 할아버지, 멋진 오빠들도 다들 처음 보는 헤어 스타일과 화장법으로 촌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정답이 밝혀졌으니 주저할 필요는 없겠죠? 저도 유행에 민감한 여자이니만큼 과감한 변신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여자라면 '머리빨', 헤어 스타일 변신
그렇게 물어 물어 찾아간 검은사막 뷰티샵의 이름은 '커스터마이징'이었습니다. 외래어를 쓰고 있으니 뭔가 멋있어 보이네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종업원이 반기면서 제 손에 책자 하나를 들려줍니다. 책자에는 '여자라면 머리빨'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다양한 헤어 스타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책자 하단에는 '캐릭터 생성 시 모든 서비스 공짜'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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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하고 머리 모양을 바꿔봤습니다. 물론 공짜로 할 수 있다는 염색도 해봤습니다. 머리카락 뿌리와 끝의 색을 다르게 칠하면 개성이 더욱 돋보일 테니까요. 이렇게 보니 저도 칼페온의 귀족 영애 못지 않은 외모처럼 보입니다.
'저도 예뻐질 수 있답니다. 아저씨...'
저보고 촌스럽다고 말한 아저씨를 잠시 회상하고 있으니 디자이너가 말을 건넵니다. 예쁜 헤어 스타일에 어울리는 화장을 한 번 해보자고 하더군요. 물론 공짜라고 합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제가 이런 기회를 지나칠 수 없겠죠?
▲ 활동하기 편하게 질끈 머리를 묶거나
▲ 짧은 단발에 컬을 넣어보거나
▲ 과감하게 염색까지 가능하답니다
엄마도 못알아보시게끔, 화장을 해보자
'요즘은 화장이 아니라 변장이라니까요?'
'글쎄 어제 온 오크 한 마리가 방문했는데, 화장을 하고 나니 엘프가 돼서 나가더라니깐'
제 얼굴 화장을 맡아줄 디자이너 아줌마는 수다쟁이인가 봅니다. 쉴 새 없는 수다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하지만 화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아줌마의 말에 그러려니 합니다. 그러자 아줌마도 제 얼굴 화장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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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해주던 아줌마는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베일에 쌓인 기계, '본 컨트롤러'를 들고 왔습니다. 이 기계가 얼굴을 더욱 보기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 준다고 하네요. 실제로 얼굴을 꾹꾹 누르는 고통을 참아내자 뭇 여성들이 꿈꾸는 계란형 얼굴이 되었습니다. 보기 흉한 광대도 쏙 들어갔네요.
얼굴형이 잡히자 본격적인 화장이 시작됩니다. 파우더를 얼굴에 바르더니, 눈썹을 새로 그려냅니다. 이상한 막대기로 속눈썹을 끌어 올리고, 입술에 이상한 색을 발라주기도 하네요.
화장이 끝나자 문신을 새기겠느냐고 물어봅니다. 무료로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칼페온 귀족들 사이에서 눈에 띌 수 있도록 얼굴에 문신을 새겨 보았습니다. 대도시의 아가씨들과 다르게 야성적인 멋이 느껴지지 않나요?
▲ 이제 화장도 얼굴의 일부
▲ 얼굴에 문신을 새기면 어떨까?
▲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패스
패션의 완성은 몸매, 체형 가꾸기
화장이 끝나자 아줌마는 제 손을 끌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물어보니 마지막으로 몸매를 가꾸기 위한 트레이닝을 하러 간다네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굴이 예뻐도 옷이 맞지 않는다면 슬플 거 같아 아줌마의 뒤를 따릅니다. 절대 '트레이닝도 공짜'라는 아줌마의 말에 넘어간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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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트레이닝은 매우 힘듭니다. 트레이너의 말에 따라 움직이니 온몸에 근육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 가슴은 커지고 허리는 홀쭉해지니 이쯤이면 칼페온 귀족 남성들의 눈이 돌아가겠죠? 힘들게 움직인 보람이 있습니다.
트레이닝을 마치고 나오자 아줌마가 다양한 옷을 들고 입어보라고 하네요. 거울 앞에서 준비된 옷을 입어보고 다양한 포즈를 취해봅니다. 제 돈으로 차마 구입할 수도 없는 아름다운 옷들을 입어오니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입니다.
이렇게 긴 여정을 마치고 '커스터마이징'을 뒤로 합니다. 미용사와 수다쟁이 아줌마가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네요. 이제 얼굴과 몸매도 완벽해졌으니 칼페온까지 가는 길도 탄탄대로일 것입니다.
▲ 당장 육체미 대회에 나갈 수 있을 듯
▲ 신난다!
▲ 저레벨이 누더기만 입으리라는 편견은 이제 버리자
▲ 여러분은 어떤 모습으로 검은사막을 여행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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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메카 황인솔 기자 (소르봉, breezy@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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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20대를 함께 보내고 있는 와우저이자 조드여왕. 좋아하는 만큼 알고 아는만큼 표현할 수 있는 기자가 되고싶습니다.breezy@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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