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원 넥슨 부사장
'택티컬 커맨더스’를 기억하는가? 지난 2001년 넥슨에서 선보인 RTS인 '텍티컬 커맨더스'는 당대로서는 특이하게 RPG의 육성요소를 지원하며, 스토리 캠페인이 없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서비스 종료 후 개발이 중단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불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택티컬 커맨더스’는 2001년 미국 IGF에서 6개 수상 부문 중 4개를 휩쓸었고 국내에서도 대한민국게임대상 온라인 부분을 수상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다.
29일 열린 NDC14 에서 넥슨의 정상원 부사장 '텍티컬 커맨더스의 시작과 끝'이라는 강연을 통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상원 부사장은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면서 우리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가볍게 시작한 것이 ‘택티컬 커맨더스다’”라며 “서버와 클라이언트, 디자인의 총 3명으로 시작한 R&D프로젝트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가볍게 시작한 만큼 준비도 미흡했다. RTS엔진이 아닌 ‘바람의 나라’나 ‘어둠의 전설’에서 사용했던 서버엔진 모듈로 ‘택티컬 커맨더스’를 개발해, 이로 인해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RTS엔진과 달리 RPG엔진은 캐릭터 주변의 상황을 세세하게 보고하는 형태였기에 많은 유닛을 동시에 조작하고, 다른 지역의 상황을 살펴야하는 RTS에 맞지 않았던 것. 맵 에디터의 부재도 문제였다. RPG와 같은 맵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RTS는 맵을 제작하면서 위치와 시나리오 등 고려해야 될 부분이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티컬 커맨더스’는 육성요소를 추가하고 캠페인을 배제했다. 당시 보유하고 있던 RPG엔진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RTS에 아바타를 추가하고 레벨과 커스텀마이징 등의 육성 요소를 넣었다. 또 맵은 캠페인 형태를 포기하고 단순히 유저가 놀 수 있는 공간의 제공하자는 개념으로 제작했다.
장상원 부사장은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당시의 RTS는 미네랄이나 가스와 같은 자원을 채취하고 유닛을 뽑는 등 준비 기간이 상당히 긴 편이었다. 또 3대 3과 같이 대전 인원이 많으면 한 명이 쉽게 낙오된다는 점 때문에 주로 1대 1을 선호했다”며 “택티컬 커맨더스는 육성요소를 추가해 공격력이나 스피드 등 특정 능력치를 강화한 유닛으로 팀원들끼리 역할을 나눠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다른 RTS와 달리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레벨과 능력치에 따라 역할을 나눠 플레이하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게임의 방향을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팀의 승리가 중요하게 만들고자 했고 그러다보니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희생하면서 팀의 승리의 공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예를 들어, ‘택티컬 커맨더스’에는 지뢰에 같은 마인필드를 설치할 수 있다. 이런 마인필드를 한 유저가 자신의 유닛을 희생해 터뜨리면 다른 유저가 그 공간으로 공격하는 방식의 플레이도 종종 발생했다. 또 레벨이 낮은 유저는 정찰을 하고 높은 유저는 데미지 딜러 역할을 수행하는 등 자신의 능력에 맞춰 역할을 분담해 즐기기도 했다.
장상원 부사장은 “역할을 나눠 팀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간단한 RTS보다는 전쟁 게임과 같은 재미를 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또 전투 종료 후 전략을 연구하고 친분을 쌓는 등의 커뮤니티를 즐기는 유저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이 하나의 국가에서 모여 즐길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을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 시스템을 통해 대통령에 선정된 유저들은 커뮤니티에 나아갈 방향을 작성하거나 국가의 멸망 후 연대기를 작성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개발사가 제공한 콘텐츠 외에도 유저들끼리 소통하면서 새로운 규칙과 문화를 만들면서 게임을 즐긴 것이다. 이외에도 탄핵과 척살령 시스템을 활용해 각료가 다른 유저와 합심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척살령을 내려 쫒아내는 등의 플레이를 즐기기도 했다.
▲ ‘택티컬 커맨더스’ 해외 버전의 모습. 우측 맵을 통해 각 국가의 점령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초기의 ‘택티컬 커맨더스’는 정해진 국가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가 직접 새로운 땅에서 나라를 건설하고 다른 나라와의 전쟁을 통해 점령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많은 인구는 곧 국력에 해당됐고, 각 나라의 대통령들은 보다 많은 유저를 섭외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경쟁했다.
이처럼 당시에는 없는 RTS와 육성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던 ‘택티컬 커맨더스’는 튜토리얼의 부재로 인한 높은 진입장벽, 고액의 정액제 요금, R&D프로젝트 시절의 퀼리티 낮은 유닛과 맵 등으로 인해 한계를 보이며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이후 ‘택티컬 커맨더스2’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정상원 부사장이 넥슨을 떠나면서 무산됐다.
정상원 부사장은 “‘택티컬 커맨더스’의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유산은 아직 남아있다. 이 게임으로 인해 전쟁 게임 마니아들이 탄생했고, 유저들끼리 뭉쳐 즐기는 커뮤니티와 협력 플레이, 간략화된 RTS의 가능성 등이 그것”이라며 ‘택티컬 커맨더스2’에 언제 도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유저들끼리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보다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자가 주는 콘텐츠만 소모하는 게임은 오래가기 힘들다”며 “유저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게임 내에서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유저들끼리 모여 재밌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며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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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와 MMORPG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게임메카 기자. 바이오웨어 게임이라면 일단 지르고 본다.ljm0805@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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