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대전격투게임에 정통성을 부여한다
RPG, 액션, 슈팅, 레이싱 등 그동안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온라인으로 구현해왔다. 하지만 유독 대전격투게임은 그들에게 있어 늘 ‘가능성 없는 장르’로서 찬밥신세를 받아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전격투게임은 아케이드나 패키지게임처럼 하드웨어의 성능만 충분히 받쳐준다면 구현하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많은 양의 데이터를 주고받아야만 하는 온라인에서는 하드웨어 성능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유저가 가지고 있는 회선상태가 제 3의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회선상태 때문에 커맨드 입력과 기술구현 애니메이션에 약간만 딜레이가 생겨도 게임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온라인 대전격투게임을 대하는 유저들의 시선은 금방 달라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게임개발자들이 온라인 대전격투게임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온라인 대전격투게임이 언젠가는 넘어야 할 벽이라는 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 그럼 누가 먼저 손을 댈 것인가가 주요관건이다.
여기에 지오인터랙티브 출신 개발자들을 기반으로 의기투합한 신생개발사 라디오게임즈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현재 개발 중인 온라인대전격투게임 ‘권호’를 통해 온라인게임에도 정통 대전격투게임 장르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 게임메카는 라디오게임즈 이재만 대표를 만나 오는 8월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인 온라인게임 권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온라인 대전격투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싶다”
-권호의 본격적인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이재만 대표(이하 이재만): 게임기획 및 학습, 조사 등 밑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4년 4월부터다. 당시 공동대표로 있는 이도경 대표는 프리랜서로, 본인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등 핵심개발인력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메신저로 작업량을 체크하면서 개발을 진행했다. 권호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9월, 별도 작업실을 오픈해 개발인력들이 같은 공간에서 개발을 진행했을 때부터다. 라디오게임즈 법인 설립은 2005년 4월에 실시했으며 현재 11명의 인력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이란 제한적인 공간에서 대전격투게임을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재만: 온라인상에서 대전격투게임을 구현하는 작업은 쉬운 것은 아니다. |
하지만 라디오게임즈가 온라인 대전격투게임 권호를 개발하는 것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온라인 대전격투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통 대전격투게임은 온라인게임분야에 있어 비어있는 게임장르 중 하나다.
라디오게임즈는 권호 개발을 통해 이를 이슈화시키고 잠재돼 있는 대전격투게임 유저들을 흡입해 신규시장을 창출하고 싶다.
-개발자들 중 일부가 대전격투게임 마니아라고 하는데 사실인가?
이재만: 11명 중 3명 정도가 대전격투게임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진행형인 사람만 꼽으면 3명이지만 과거 대전격투게임에 빠져 살았던 사람까지 꼽으라면 절반이 넘는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동대표이자 게임기획 및 애니메이터를 담당하고 있는 이도경 대표는 ‘무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무술 마니아다.
“관련 서적과 동영상 만으로 모든 무술을 구현해냈다”
-그런 만큼 권호는 기존에 등장했던 온라인 대전격투게임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이재만: 특징이라고 한다면 기존 대전격투게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버추어 파이터’나 ‘철권’과 달리 캐릭터 위주가 아닌 기술이 위주가 된다는 점과 실제 무예수련과 같은 성장개념이 도입된다는 것이다(관련된 설명은 아래 질답을 참고). 이 외에 애니메이션이나 플레이어가 느낄 수 있는 타격감이 다르다. 앞서 설명했듯이 게임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도경 대표가 애니메이터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획자가 의도한 바를 그대로 비주얼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권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권호에 구현된 유파의 종류는? 이재만: 지금까지 권호에 구현된 유파는 태극권, 태권도, 무에 타이, 팔극권 등 모두 네 가지며 각 유파별로 총 60여 가지의 무술이 구현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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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 애니메이션을 도맡은 이도경 공동대표 |
-향후 서비스 일정에 따른 유파추가도 가능한가?
이재만: 현재 상용화 단계에서 한 가지 유파를 추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되는 유파는 컨텐츠의 볼륨을 확장시키는 것 외에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즉 새롭게 추가되는 유파는 ‘권호’가 퍼블리싱 되는 국가를 대표하는 유파로 제공될 계획이며 이런 국가별로 특화된 유파를 제공함으로서 해외 퍼블리싱의 초석을 다질 것이다.
-격투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술구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가?
이재만: 권호의 무술구현은 책과 동영상만으로 진행됐다. 버추어 파이터나 철권과 같은 대표적인 대전격투게임의 개발과정에는 ‘모션캡처’라는 작업과 타격음에 대한 샘플링 작업이 반드시 포함된다. 하지만 비용적인 측면과 적은 인원으로 모션캡처와 샘플링 작업 후 실시해야 하는 후반작업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도경 대표가 소장해온 관련서적과 동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무술을 구현하는 방법을 선택했으며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무술영화도 많이 참고했다.
-유파별 무술구현은 어떻게 구현됐는가?
이재만: 권호의 무술은 ‘디아블로’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킬트리 형식으로 구현됐다. 각 유파별로 제공되는 60여 가지의 다양한 무술은 특정한 선행기술을 기반으로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면서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해서 습득할 수 있게 했다.
때문에 권호에서는 같은 유파를 선택한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전혀 다른 무술을 사용하게 되며 플레이어의 의지에 따라 깊이는 얕지만 다양한 무술을 익히거나 구사할 수 있는 무술의 종류가 적지만 깊이는 깊은 무술을 익힐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깊이가 깊은 무술의 파괴력이 강하다. 성장은 캐릭터가 레벨업을 하면 주어지는 기술숙련 포인트를 통해 할 수 있다.
▲움직임은 조금 가볍지만 이펙트라든가 애니메이션은 이전에 등장했던 작품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무술간 밸런스 조절은?
이재만: 권호에서의 무술간 밸런스 조절은 툴과 개발자의 디버깅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먼저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발동, 타격, 마무리, 음성, 제스처 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맞게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다음 테크에디터를 통해 개개의 기술이 가진 스테이터스와 퍼포먼스, 입력 밸런스 등을 조정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발자가 일련의 무술구현을 리스트업해서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절하고 있다.
아직까지 밸런스 조절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지 않아 현재는 일일이 확인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노하우가 쌓이게 되면 온라인 대전격투게임 밸런스 조절에 대한 라디오게임즈만의 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키보드로도 무리없이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장점”
-대전격투게임에서 중요한 타격감은 어떻게 구현되나?
이재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운드 샘플링 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권호의 타격감은 시각적인 효과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대전격투게임을 즐길 때 플레이어가 느끼는 타격감 중 70%는 시각적인 효과가 차지하기 때문에 권호에서도 충분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히트포인트에 대한 이펙트뿐만 아니라 크리티컬, 카운터 등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는 이펙트도 추가로 구현해 타격감을 느끼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권호의 타격감은 철권과 버추어 파이터의 중간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프레임 유지와 편리한 조작법 제공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데?
이재만: 온라인게임 특성상 지연현상을 100% 해소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입력타이밍과 애니메이션 구현 타이밍이 어느 정도 완벽하게 싱크로 되느냐다. 일단 각 플레이어들이 보유하고 있는 회선상황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메가패스, 하나로, 샤크, 두루넷 등 사용자가 많은 회선들은 이미 필드테스트를 진행했다. 권호는 게임로비에 들어갈 때만 클라이언트와 연결되고 핵 등 제 3의 문제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 외에 게임과 관련된 시스템은 모두 P2P 방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프레임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조작법은 일단 버추어 파이터의 G, P, K 입력을 따르고 있으며 키보드 조작이 기본이 될 것이다. 또 플레이어들이 모두 제각각의 입력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만큼 입력키를 플레이어가 직접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매크로 키’ 기능을 제공한다. 물론 대전격투게임인 만큼 별도의 게임패드 입력도 지원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권호는 심리전 위주의 대전격투게임이 될 것 같다.
이재만: 온라인게임인 만큼 버추어 파이터처럼 세밀한 프레임 싸움은 힘들다. 하지만 대전격투게임의 묘미는 프레임 싸움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권호는 기술간 딜레이를 파고들 수 있는 반격기 사용 등 상황에 맞는 다양한 기술을 플레이어가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노력 중이다.
▲선공, 기상타이밍 모두 심리전에서는 중요한 요소 |
-온라인게임인 만큼 기존 아케이드 격투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승단개념 외에 다른 성장개념도 필요할 것 같다.
이재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권호는 레벨개념을 도입했다. 레벨업을 하게 되면 기술숙련 포인트 외에 캐릭터가 가진 4가지 스테이터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또 다른 포인트가 주어지게 된다. 이를 통해 승단과 달리 캐릭터는 또 다른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말한 것과 같이 권호는 승단개념을 가지고 있다. 국내 대전격투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승단은 아주 익숙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배제할 수 없었다. 등급, 레벨, 호칭 등 다양한 요소가 적용될 예정이며 승단 조건에 관한 것은 클로즈베타테스트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다른 격투게임처럼 단의 강등은 적용되지 않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레더채널’을 제공할 예정이다.
-커뮤니티 구현은 어떠한가?
이재만: 권호는 동시접속자 6만 명을 기준으로 게임이 구성됐다. 때문에 다양한 커뮤니티 구현에 대한 것을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 구현하고 있는 커뮤니티 시스템은 일반 MMORPG의 길드와 같은 개념의 ‘도장’, 공성전에 해당하는 ‘도장깨기’ 그리고 GM이 제시하는 기준을 통과한 도장만이 오를 수 있는 ‘문파’ 등이 있다.
특히 권호의 게임운영은 라디오게임즈가 직접 담당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에 ‘문파’시스템에 비중을 두고 있다. 문파로 인정되게 되면 해당 문파는 명성치에 따라 주어지는 전수포인트를 통해 문주가 직접 특정 문하생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얻게 된다.
이 외에도 권호는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킬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는 중이다.
“아이템을 구입하는 부분유료화가 상용화 모델”
-유료화 방식과 시장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이재만: 처음에는 오락실처럼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유료화를 실시하려고 했지만 해결해야할 문제가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유료화 모델이었기 때문에 위험성도 높았다. 때문에 현재 권호의 유료화 모델은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아이템과 스킬을 판매하는 부분유료화 방식을 채용했다.
온라인 정통대전격투게임은 전혀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예측이 힘들다. 하지만 잠재수요가 많은 만큼 권호가 예상하고 있는 기본적인 성과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기본적으로 생성한 아바타를 치장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아이템은 모두 유료화 품목 |
-향후 일정에 대해 알려달라.
이재만: 8월과 9월에 각각 1,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오픈베타테스트는 11월 초에 실시할 계획이다. 상용화는 되도록 연내에 하고 싶다.
-권호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이재만: 권호를 통해 라디오게임즈가 순수한 게임개발스튜디오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첫 작품이지만 게임개발 기술과 상품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싶다. 개발사로서 욕심을 더 부려보자면 정통대전격투게임 장르에 있어서는 온,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개발사가 되고 싶다.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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