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바, 오이타기, 애무하기, 젓소 던지기, 옷 벗기기 등 기존 MMORPG의 틀을 깨고 엽기적인 연출을 과감하게 선보인 게임 ‘판게아’. 독자들 사이에선 속된 말로 막장이냐, 독창이냐를 놓고 뜨거운 설전이 펼쳐질 만큼 뜨거운 관심을 일으켰다.
게임메카는 바로 그 ‘판게아’의 개발사 판게아(회사명칭과 게임명칭이 같습니다)를 찾아가 그들이 어떻게 이런 게임을 개발할 생각을 하게 됐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기자는 판게아 개발실 주소를 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서울 모 여대(!) 안의 창업센터. 모 여대 정문에 도착해 여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왠지 주위의 시선이 의식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 오로지 교정에 심어진 나무들만 열심히 감상하며 서둘러 판게아 개발실로 향했다.
개발실에 도착하자 ‘판게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준철 개발팀장과 최상설 마케팀장이 반겨주었다.
개발실 규모는 조촐한 수준이었다. 개발인원 약 20명. 그리 넓지 않은 개발실에서 ‘판게아’ 개발팀원들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개발에 전념하고 있었다.
■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판게아 개발실
개발실은 기획, 프로그램 개발실과 그래픽 개발실, 운영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것은 바로 이것. 수북이 쌓인 ‘간식’들이었다. 컵라면, 인스턴스 죽, 인스턴스 카레 등등 대부분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것들이었다.
▲ 수북히 쌓여있는 간식들. 개발팀원들의 체중이 늘어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
개발실을 둘러보면서 놀라웠던 점은 팀원 한 명당 하나씩 간이 침대가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간이침대를 보고서야 입구에 쌓여있던 인스턴스 식품들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팀장을 바라보자 그는 허허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팀원들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간이침대를 하나씩 놨습니다. 왠만하면 집에 들어가라고 말해도 이 친구들이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밤새도록 개발에 매달려 있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저희 팀원들은 대부분 신입 개발자들인데, 모두가 정말 게임 개발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발팀원들이 워낙 열심이라 오히려 제가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웃음).”
▲ 그들의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는 집기들. 주말이 되서야 집에 `들렸다`오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
개발실 여기저기에는 빨래, 옷가지, 세면도구 등 팀원들이 개발실에 오랫동안 생활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것들 하나하나에서 개발팀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집에 자주 들어가지 못하는 만큼 가족에게 소홀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됐다.
신팀장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팀원들이 대부분 주말이 되서야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를 포함해 유부남도 몇 분 계시는데, 모두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때문에 팀원들 모두 판게아가 무사히 정상궤도에 올라간다면 그것은 가족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원들 한 명 한 명의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판게아도 없었을 테니까요.”
때문에 판게아는 주기적으로 ‘판게아 커밍데이’라는 사내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팀원 가족분들을 초청해 같이 식사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조그마한 파티다. 규모 면에선 조그마한 개발사일지 몰라도 개발실 분위기가 워낙 좋아 어느 대기업도 부럽지 않다고 한다.
▲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판게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
▲ 팀원들을 멋지게 표현한 포스터 발견! |
■ 포기하고 싶었던 개발자의 길, 포크레인 기사 경력 2년 신준철 팀장
신팀장은 10년 간 게임 개발업계에 몸담은 배테랑이다. 신팀장은 한국형 ‘RPG쯔꾸르(RPG 게임 제작 모듈)’로 불리는 ‘천지창조 98, 99’ 개발에 참여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개발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많은 고난의 세월이 있었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었던 그는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포크레인 기사로 약 2년 동안 일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과거에 게임 개발자라는 일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당시 게임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환경도 좋지 못했거든요. 30대라는 나이, 또 유뷰남이라는 현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자격증을 따서 약 2년 동안 포크레인 기사 일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생활을 했어도 게임 개발자라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꼭 한 번은 재미있고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봐야겠다는 미련이랄까요 의지랄까요, 아무튼 그것이 저를 다시 게임업계로 돌아오게 만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저 혼자가 아닌 판게아의 모든 개발자들이 같은 꿈을 향해 뛰어가고 있어 든든합니다(웃음).” |
▲ `판게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준철 팀장 |
그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판게아’는 현재 2차 ‘논스탑 프리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판게아 개발팀의 모습은 마치 전장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의 모습처럼 누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MMORPG의 틀을 깨버리겠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전쟁터의 여느 장수 못지 않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신팀장은 결의 찬 표정으로 말했다. “막장게임, 엽기게임 등등 판게아가 썩 좋은 평가를 듣지는 못했지만 기존 MMORPG의 틀을 탈피해서 독특하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저와 팀원들의 의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 그들이 어떤 독특한 게임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개발실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컨셉아트들 |
▲ 역시나 이곳에도! |
▲ 개발실에서 내려다본 시내 전경. 여름에는 산모기 때문에 고생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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