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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디소프트 이경훈 기획팀장에게는 뛰어넘어야 할 두 개의 산이 있다. 캐주얼 대전액션게임 장르에서 산처럼 버티고 있는 ‘겟앰프드’와 그가 본격적인 개발 경력을 쌓기 시작했던 게임왕국 ‘일본’이라는 나라다. ‘겟앰프드’와 일본은, 게임개발자로서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과거이자 현재를 의미한다. 그에게는 스승과 같은 존재인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어야만 비로소 바라던 미래를 손에 쥘 수 있다. |
미션 버즈펠로우즈, 겟앰프드를 뛰어넘어라
오는 11월 1일 오픈베타테스트에 들어가는 ‘버즈펠로우즈’는 윈디소프트가 오랜만에 내놓는 신작 게임이다. ‘로봇’을 소재로 한 대전액션게임으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디자인에 파츠 아이템을 활용하는 캐주얼 게임이다.
이 게임은 리얼한 컨셉보다는 만화영화 같은 과장된 공격과 방어 액션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버즈펠로우즈’는 캐주얼 게임의 개발기간으로는 비교적 긴 시간에 해당하는 2년 이상의 시간이 투입되었다.
이경훈 기획팀장은 그 동안에 시간에 대해 윈디소프트의 간판 타이틀인 ‘겟앰프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했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대전액션게임 장르의 메이저 격인 겟앰프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부담이었습니다. 겟앰프드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은 게임이기 때문에 그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버즈펠로우즈 나름의 개성을 보여주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존재했죠. 그 부분을 맞춰가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대전액션이라는 부분에서는 맥을 같이 하지만, 단순히 캐릭터를 로봇으로 바꾼 게 아니라 버즈펠로우즈만의 색깔을 가진 게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두 게임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니까요.”
▲ 겟앰프드VS 버즈펠로우즈, 버즈펠로우즈 VS버즈펠로우즈, 모두 힘든 싸움인 것은 마찬가지다. |
피규어나 프라모델을 모으듯이 나만의 버즈를 키운다
이경훈 기획팀장은 대전의 발란스나 기본적인 조작감에 신경 쓰면서, 파츠 아이템의 장착과 활용, 나아가 조립시스템을 통해 나만의 로봇을 만들 수 있는 ‘버즈펠로우즈’ 나름의 특징을 만들었다. 미션모드를 통한 획득이나 아이템샵을 통한 구입이 가능한 파츠의 다양한 활용은 게임의 차별성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하나의 버즈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프라모델이나 피규어를 모으듯이 콜렉션을 만들어나가는 게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파츠를 장착하고, 향후 업데이트될 조립시스템을 이용하면 나만의 오리지널 버즈가 완성되죠. 아이템샵에서도 구할 수 없는 나만의 캐릭터가 되는 거죠. 캐주얼게임을 MMORPG처럼 오래 즐길 수는 없지만, 각각의 버즈에 맞는 재료를 구하고 서로 교환하는 즐거움을 유저들이 찾길 바랍니다.”
이외에도 이경훈 팀장은 로봇이라는 메카닉적인 면과 때리거나 맞았을 때의 황당한 연출을 눈 여겨 보기를 조언했다. 상대방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 바닥에 납작하게 눌리는 식의 과장된 게임연출 역시 그가 신경 쓴 부분이다.
“버즈펠로우즈는 한번에 6명, 최대 3:3을 지원합니다. 연출에 임팩트를 주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겨루지는 않습니다. 미션모드에는 보스전과 서바이벌 전이 있습니다. 싱글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상당히 높은 난이도의 도전이 될 것입니다.”
▲ 이번 오픈베타테스트에서는 모두 6개의 맵에 6개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
‘한국을 뛰어넘고 싶다’는 발언에 울컥한 사연
‘버즈펠로우즈’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경훈 기획팀장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았다. 개발자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그가 한국보다 더 오래 머무른 곳은 일본이었다. 당시, 일본어 능력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말하는 그가 일본에서 게임 개발을 시작한 계기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결정적 계기는 무엇일까?
“정확히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코에이코리아 개발팀으로 입사했어요. 그런데 코에이 본사에서 해외에서도 서비스할 게임들을 함께 작업할 외국인 개발자가 필요했죠. 가서 삼국지8의 캐릭터 인물 관계 설정과 삼국지8 PK에서 시나리오 기획을 맡았습니다. 제가 제안했고 기획했던 내용들에 대해 본사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이경훈 팀장은 이외에도 ‘기타루맨’의 한글판 로컬라이즈 기획과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 유일한 외국인 기획자로서 전투시스템과 아이템의 기획과 도시맵 디자인을 맡았다. 개발 일정이 촉박해지면 밤낮없는 야근모드에 시달리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코에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부에서도 실력 있는 개발자로 인정받던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했을까?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개발하는 중이었는데, 일본에서 도쿄게임쇼가 개최되던 시기였어요. 일본방송에서 코에이의 한 중역을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았어요. 그 중역은 ‘온라인게임은 아직 한국이 선진국이고 배울 게 많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한국을 뛰어넘는 것이다.’ 라고 말했죠. 맞는 말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까지 나는 애국자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아, 나는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 유일한 외국인 기획자로 참여했던 대항해시대 온라인, 그에게 게임개발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
그 때부터 그는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개발인생을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한국을 뛰어넘겠다는 게임왕국 일본, 그는 일본을 먼저 앞질러가야 했다.
마지막으로, 한일의 개발문화를 모두 경험한 그에게 유능한 게임개발자, 혹은 게임기획자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유능한 게임개발자는 영화감독과 같은 ‘예술가’로 대접받지만, 한국에서는 단순히 ‘기술자’ 이상의 인식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저 스스로 우수한 기획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기획자에게 이른바 ‘스킬’이라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많이 강조하죠. 그러나 저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기술이 모자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킬이 아무리 좋아도 팀워크를 깨고 다른 사람이 고생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결국 프로젝트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론, 이런 부분이 기획자만 필요한 능력은 아닙니다. 단, 기획자는 팀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하고 리더의 역할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 같은 능력이 특별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에이에서 윈디소프트까지, 일본에서 한국까지, 그가 ‘버즈펠로우즈’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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