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두의 권 온라인’의 최신 스크린샷이 공개됐는데, 스크린샷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어떤 의미로 대단했다. “넌 이미 망해있다”, “헉! 충격과 공포”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북두의 권 온라인’의 그래픽 수준을 질타했다.
이 ‘북두의 권 온라인’은 ‘라그나로크’를 일본에 서비스해 큰 성공을 이룬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이하 겅호)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겅호 코리아는 겅호의 한국 지사로,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지역의 마케팅과 온라인 게임 판권 획득 역할을 맡고 있다.
겅호 코리아 박수홍 대표이사를 만나 ‘북두의 권 온라인’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사업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박수홍 대표이사 |
"북두의 권 온라인" 그래픽, 반은 의도된 것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북두의 권’ 온라인을 개발하고 있는 겅호는 왜 이런 그래픽 수준으로 게임을 개발한 것일까?
놀랍게도 ‘북두의 권 온라인’의 그래픽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반은 의도됐고 반은 불가항력인 상황이다.
우선 의도된 부분은 ‘북두의 권 온라인’이 캐쥬얼 게임이란 점이다. 캐쥬얼 게임의 경우 폭넓은 유저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게이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한국보다 PC환경이 좋지 못한 일본의 사정상 높은 사양의 그래픽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 대표는 “북두의 권 온라인의 그래픽 수준은 ‘북두의 권 온라인’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쥬얼 게임이란 점과 한국과 일본의 PC환경과 관련이 깊다.”면서 “일본 PC게이머들은 대부분 구형 노트북으로 게임을 즐기는데, 시스템 요구사양이 너무 높으면 캐쥬얼 게임으로서는 마이너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유로 현재 ‘북두의 권 온라인’은 겅호(일본)에서 자체 개발중이지만, ‘북두의 권’에 대한 지적 재산권은 여전히 NSP(노스 스타 프로덕션)가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쉽게 말해 겅호가 NSP로부터 ‘북두의 권’의 이름을 빌려와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현재 지적 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NSP 측이 ‘북두의 권’ 만화 특유의 거친 그림체를 살린 그래픽을 원하는 입장이라 겅호 측은 이를 수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솔직히 한국에 있는 우리들 역시 한국 게이머들과 비슷한 의견이다(웃음).”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얼마 전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북두의 권 온라인` 최신 스크린샷 |
알짜배기는 그란디아 온라인
‘북두의 권 온라인’이야기가 끝나자 박 대표는 필자에게 책자 하나를 내밀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다름아닌 ‘그란디아 온라인(정식명칭 그란디아 제로 온라인)’의 자료가 담긴 책자였다. 책자에는 스크린샷과 원화, 설정자료 등이 담겨 있었다.
‘그란디아 온라인’의 그래픽은 콘솔게임으로 출시됐던 그란디아 특유의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잘 살린 것처럼 보였다. 캐릭터들은 6등신 정도로 아담하지만 개성있어 보였다. 배경은 3D와 2D가 혼합된 형태로 ‘캐릭터들과 잘 어울린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 마디로 첫 인상은 일본 콘솔 RPG의 느낌을 잘 살린 그래픽이었다.
박 대표는 “그란디아 온라인이야 말로 진정한 겅호만의 온라인 게임이다. 원작 ‘그란디아’를 개발한 게임아츠를 인수해 ‘그란디아’에 관련된 지적 재산권을 겅호가 보유했기 때문이다. 즉, `그란디아 온라인`은 우리가 의도하는 데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콘솔게임 시절부터 ‘그란디아’를 만들어온 개발자들이 만드는 온라인 게임인 만큼 ‘그란디아’ 고유의 특징 역시 살리기 위해 노력하며 개발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란디아 온라인은 자체 서비스보다는 한국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 콘솔 타이틀로 출시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그란디아` 시리즈. 특히 `그란디아1`은 당시 `파이널 판타지6`와도 비견될 정도로 당대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
내년까지 10개 한국 온라인 게임을 일본에 서비스 할 계획
겅호 코리아는 내년까지 약 10개의 한국 온라인 게임을 일본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겅호의 게임들 대부분이 1년~3년 정도 경과한 게임들이기 때문에 대규모 물갈이를 준비중이란 말이다. 지금부터 분기별로 두 개 이상의 신작 게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약 4개 온라인 게임의 판권 계약이 성립된 상황이다.
박 대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서비스사 마다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다. 겅호의 경우 ‘라그나로크’ 시리즈 덕분인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의 RPG 서비스사로 인식되고 있다. 이 노선은 앞으로도 지켜지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시장, 정체되어 있지만 내실 있는 시장
현재 게임계 여기저기에선 일본 시장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한 일본 1위 게임포탈업체인 겅호의 생각은 어떨까?
박 대표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위기라기보단 정체가 맞는 것 같다. 온라인 인구가 400만 명까지 끌어올려져 유지가 되고 있지만 더 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우리 역시 이 정체를 뚫어줄 멋진 게임이 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본 온라인 게임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내실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부분유료 모델을 기준으로 한국 게이머 한 명이 한 달에 소비하는 금액은 평균 약 4천원. 하지만 일본 게이머의 경우 평균 약 1만엔 정도를 투자한다. 사용층 대부분이 직장인이기 때문에 금액 지불에 대한 부담이 적다. 또 콘솔 시절부터 형성된 ‘게임을 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인식이 온라인 게임에도 적용되고 있어 돈을 지불하는데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시 접속자 수가 한국에 비해 상당히 적은 온라인 게임들도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시장에도 우려되는 점은 있다. 게임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
박 대표는 “일본 시장은 상위 몇 개의 게임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태이며, 그 벽을 뚫기란 한국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에 가면 한국보다 쉽게 대박 날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 온라인 시장이 과거에 비해 거품이 많이 걷힌 상황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엔씨소프트라고 할 수 있는 겅호의 성공신화를 쫓아 많은 퍼블리셔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현재 일본에는 약 94개의 퍼블리싱 회사가 존재한다). 특히 자본력은 풍부하지만 온라인 서비스 경험이 전무한 거대 콘솔 기업들이 속속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격 불리기를 부채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과거에 비해 많이 빠지긴 했지만 현재 일본 시장의 80% 정도가 거품인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명확한 전략과 기획을 가지고 있다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겠지만 섣불리 진출한다면 이 거품에 휘말릴 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 콘솔시장은 과거의 찬란한 빛을 잃어가는 상태인데,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거대 콘솔 개발사들이 온라인 시장으로 속속 진출을 준비중이다. 문제는 이 기업들이 온라인 게임 개발, 판권계약, 서비스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시장 가격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경우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거대 기업들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시장 가격을 지나치게 높여버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본시장 진출을 염두하고 있는 개발사 혹은 퍼블리셔라면 한국과는 사정이 다른 일본의 시장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면밀하게 분석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게임포탈 `겅호 게임즈`. 겅호는 `일본의 엔씨소프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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