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WRPG란 장르가 있다. 어떤 느낌인가? 거북하다고? 혹은 W가 너무 튄다고? 맞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라면 괴상한 용어에 호기심보다는 거부감이 먼저 꿈틀거릴 거다.
왜 저렇게 장르 명을 가지고 ‘장난질’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를 자신 있게 내세운
알트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알트원이 어디냐고? 과거 ‘십이지천’
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한 기가스소프트가 바로 알트원이다.
거기도 모르겠다고? 뭐,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 회사는 ‘십이지천’부터 시작해
곧 공개 서비스를 앞둔 ‘트로이’까지, 전쟁 콘텐츠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파온 고집불통이라는
점이니까. 때문에 W란 단어를 MMORPG 사이에 슬쩍 끼워 넣어 불쾌함을 주는 행위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거다. 아니, 그럴만한 명분이 있다고 받아들여도 되겠다. W는
바로 WAR. 맞다. 전쟁이다, 전쟁.
이 고집불통 회사는 정말 지금까지 전쟁 콘텐츠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파왔다. 덕분에 전쟁 콘텐츠에 최적화된 자체엔진을 갖췄고,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기술적인 노하우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전쟁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는 게이머들의 성향까지 꿰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며, 이 회사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이들의 게임은 이제 테마별로 존재한다는 부분이다. ‘십이지천’이 무협이었다면, 작년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워렌전기’는 판타지를 근간으로 한다. 그리고 신작으로 내세운 ‘트로이’는 그리스 신화가 무대가 된다. 세 게임 모두 ‘대작’은 아니니까, 스킨만 바꿔서 내놓는 게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게임의 특징, 혹은 경쟁력이라 불릴만한 ‘변화’에 있어서는 약세를 띌지 모르겠으나 그들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전쟁 콘텐츠 하나만큼은 크게 발전하고 있다. ‘트로이’는 알트원이 집중해온 ‘전쟁’의 모든 노하우와 기술력을 체감해볼 수 있는 그런 게임으로 이해해도 될 거 같다.
너무 거창하게 소개한 듯하지만, 확실히 ‘트로이’를 범작 수준에서 판단하기에는 그들이 쌓아온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게임메카가 ‘트로이’의 기획 총괄을 맡고 있는 김무림 팀장을 만나 전쟁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연 회사 상황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게임’으로 나왔을까?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이야기만 듣고 보면 그럴싸해 보인다.
▲ 트로이 프로모션 영상
전쟁 게임, 확실히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
일단 전쟁 콘텐츠를 구성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부터 물었다. 김 팀장의 대답은 ‘다양성’과 ‘깊이’였다. 확실히 전쟁 콘텐츠는 그 이름만 들어도 기대심리를 부추기는 만큼 ‘어떻게’ 즐기게 할 것인지가 꽤나 중요하다. 모두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는 목적성 있는 대규모 전투에서부터, 작은 싸움에 흥미를 느끼는 이용자들을 위한 소규모 전투까지 두루 갖추면 좋다. 물론 조건부 혹은 자유로운 형태까지 그 성격에도 차이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트로이’ 역시 다양성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전쟁 콘텐츠는 정규전, 전면전, 진 점령전, 필드전까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분류되는데, 이 안에는 또 다수의 모드가 존재한다. 제한 시간 내에 쏟아지는 몬스터를 먼저 처치하는 진영이 승리하는 ‘몬스 터 섬멸전’이나, 상대 진영의 강력한 NPC를 처치하는 ‘지휘관 수호전’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스와 트로이로 진영이 분류된 만큼, 큰 목적을 두고 양 측이 붙는 대규모 전투는 게임의 최고 재미요소로 꼽힌다. 이용자들이 그렇게 원하는 상시 전투 가능 필드 역시 빠뜨리지 않았다.
엇?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위에 언급한 ‘룰’은 전쟁을 지향하는 게임이라면 대부분 갖추고 있지 않나? 맞다. 김 팀장이 ‘깊이’를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 알트원 김무림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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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여러 이용자가 아우러지는 전쟁은 무작정 룰만 제공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다. 동기부여를 비롯한 유입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용자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사회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만 봐도 특별히 많은 룰을 지원한 건 아니었지만, 이용자들이 스스로 전장을 만들고 서로 부비적거리지 않았나. “사실 이용자들은 룰에 따라서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룰을 바탕에 깔고 전략적인 부분을 끌어내 다양한 전투의 양상을 만들어 내죠. 이게 중요합니다. 이게 바로 깊이죠.” |
그렇다면 ‘트로이’ 전쟁의 깊이는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가장 크게 눈여겨봐야 할 점은 접근성과 빠른 전개다. 앞서 언급했듯, 전쟁 콘텐츠는 정형화된 룰을 강조하기보다 이용자들로부터 스스로 전략적인 부분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쟁 콘텐츠 자체를 심플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호출 기능을 넣어 언제든 전투에 참여하게 할 수 있는 UI적인 부분은 물론, 전장 자체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설계해 척 보면 착 알 수 있게 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구성은 라이트 유저라도 언제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드코어한 요소도 완전히 배제했다. 과거 PvP 게임은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소유한 아이템을 모두 떨어뜨리는 등 다소 과격한 맛이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리스크가 커지면 이용자들은 당연히 모험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법. 때문에 ‘트로이’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유도해 이용자들이 참여 자체를 망설하지 않게 했다.
게임의 스피디한 전개도 ‘트로이’ 전쟁의 깊이를 살려내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이는 ‘빨리빨리’를 지향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접근성과 괘를 함께 한다. 플레이어가 원할 때 빠르게 전장에 입장할 있고, 빠른 템포로 전투를 즐길 수 있고, 빠르게 다음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형태를 지향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사실 전장은 복잡하게 구현할수록 선호도가 더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용자들은 서로 전투를 벌이며 임기응변이나 전략에 대한 결과 혹은 성과가 드러났을 때 더 희열을 느끼거든요. 효과와 만족감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재미’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고 있어요. 바로 이런 부분을 살리는 게 전쟁 콘텐츠의 역할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가 전장 자체를 심플하게 구성하고, 빠른 전개에 신경을 많이 쓰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김 팀장은 설명을 이어가며 꽤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무언가 확신에 차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그가 이렇게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역시 알트원이라는 회사 자체의 힘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 하나만을 깊게 파왔던 만큼, 이를 즐겨하는 이용자들의 특성이나 성향은 모조리 꿰고 있을 터. 이것이 파악되면 앞서 언급했던 모든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게 된다. 이용자들의 플레이에 전쟁의 개입을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의미다.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김 팀장은 “그것은 회사기밀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이용자들 성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믿고 해보셔도 좋을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 트로이 스크린샷
그리스신화 세계관, 어떤 장점이?
‘트로이’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다. 세간에 유명한 ‘트로이 전쟁’ 이후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알트원이 게임 주 타겟층으로 잡고 있는 2030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선택하면서 얻게 된 이득은 무엇이 있을까? 아쉽게도 일단 게임의 전체적인 비주얼은 감점 요인이다. 나쁘다기보다 살짝 ‘옛날’ 느낌이 풍기는 까닭이다. ‘테라’ 정도의 퀄리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도의 세련미를 갖추면 좋으련만 여전히 칙칙함이 앞선다. 이 역시 알트원 만의 고집일까?
김무림 팀장도 이 부분은 인정하는 모양새다. 다만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하면서 ‘고대 전쟁’에서만 맛볼 수 있는 부분에 강조해 확실하게 차별성을 갖추겠다는 각오다.
“소재 자체가 워낙 많은 재료를 가지고 있고, 트로이전쟁 역시 잘 알려져 있어 충분히 기대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전쟁이라는 코드와도 적합하다고 생각되고요. 다만 당시를 그대로 재현하면 우리가 그리스와 트로이로 진영을 분류할 수 없었겠죠. 이에 가상의 시나리오로 각색했습니다. 고증적인 부분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소재의 활용도는 최대한 끌어올렸으니 ‘게임’과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당시를 연출한 ‘트로이’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역시 전투에 집중돼 있는데,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조직화 전투다. 사실 일반적인 게임에서 대형 전투는 산발적으로 일어나 산만한 면이 있는데 ‘트로이’는 그리스의 팔랑크스 전술을 비롯한 밀집된 대형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이용자들이 조금 더 조직화해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상대 진영과 맞설 때 조금 더 집중해서 싸울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외에도 전투에서만 쓸 수 있는 클래스별 고유의 스킬이 뒷받침되고, 공성전에서는 ‘트로이목마’가 출현하기도 한다.
▲ 특별한 규칙과 제한 없이 무한히 죽고 죽이는 `무한대전`
▲ 레벨50 이상부터 참여 가능한 `전면전`
▲ 상대 진영 수호석을 파괴하는 게 목적인 `수호전`
▲ PvE 콘텐츠도 레이드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 탈것 마차를 통해 전투를 진행하는 과정
전쟁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접속하라
‘트로이’는 지난 17일 공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워낙 시장에 쟁쟁한 작품이 많은 만큼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벌써 트로이의 전쟁이 시작돼 심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무엇을 아느냐고? 당연히, 게임의 재미와 가치다. ‘전쟁’에 죽고 못 사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접속해 즐겨 봐도 좋지 않을까? 물론 선택은 당신 몫이지만.
“내부에서 트로이 개발을 위해 참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간 알트원은 국내 MMO 시장에서 전쟁 콘텐츠가 새롭게 조명될 수 있는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전쟁이라는 콘텐츠를 주력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십이지천이나 워렌전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트로이만의 고유한 재미는 분명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 무협게임에 더 잘 어울릴 거 같은 김무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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