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던 시절에 ‘국민게임’으로 떠오른 것 중 하나는 ‘스타크래프트’였다. 당시 학교 내에서는 공강 시간에 과실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PC방으로 직행해 ‘스타크래프트’ 한 판을 짧고 굵게 즐기는 것이 유행이었다. 여기에 ‘점심 값 내기’, ‘커피내기’ 등 돈이 걸리면 게임에 대한 집중력과 재미가 배로 증가하는 버프가 발생하곤 했다. 기자도 어떻게든 한 번 얻어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하드코어 질럿러쉬 하나에 목숨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국내 서비스 약 3개월 만에 흥행가도에 오른 ‘리그 오브 레전드’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국민게임이 되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권정현 이사는 “사전시장조사 때에도 그리 높지 않은 인지도를 보유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가 어떻게 단기간 내에 흥행가도에 올랐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국내 시장의 욕구와 게임의 속성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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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게임즈 권정현 이사
즉, ‘리그 오브 레전드’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스타크래프트’처럼 한 시대를 풍미하는 놀이문화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것이 권정현 이사의 바람이다. 그는 “오랫동안 놀이공간이 되어 줄 게임에 대한 목마름이 국내 시장에 상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충분히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게임이 되리라 자신한다”라고 언급했다.
라이엇게임즈 내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한 저녁 값 내기가 유행 중이라, 게임이 끝난 후 밤 9시에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권 이사는 설명했다. 온게임넷의 ‘나는 캐리다’를 본 이후 ‘트리스타나’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는 “평소 게임을 즐겨 하는데,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이 사고 있다”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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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이사가 요새 푹 빠져 있다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원거리 챔피언 `트리스타나`
라이엇게임즈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는 e스포츠다. 권 이사는 국내 정규리그를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미국의 메이저리그처럼 한 종목의 최상위 대회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부에서 e스포츠보다는 그냥 ‘스포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설명한 권정현 이사는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창출하여 ‘리그 오브 레전드’를 모두가 즐기는 종목으로 키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국내 e스포츠 시장은 2010년 이후, ‘스타크래프트’의 바통을 이어받을 적절한 종목이 출연하지 않으며 오랜 침체기에 허덕이고 있다.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등의 인기게임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유저들의 관심을 게임에서 e스포츠로 이어가는 연결다리가 약해 관계자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스타2’의 경우, 인터넷 TV를 중심으로 중계가 진행되어 대중에 대한 노출도가 낮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즉, 높은 인기와 풍부한 유저 수만으로 e스포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게임 하나를 e스포츠 종목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투자와 노력이 꼭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에서 힘을 기울이는 주체는 협회와 선수, 방송사는 물론 종목사도 포함된다.
온게임넷이 주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정규대회의 첫 시즌 ‘챔피언 2012 스프링’의 출범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금, 라이엇게임즈는 e스포츠 분야에 어떠한 각오로 임하고 있을까. 게임메카는 라이엇게임즈 권정현 이사를 직접 찾아가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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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게임넷이 진행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정규리그 더 챔피언스 로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 기대를 거는 e스포츠 관계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겠으나, 이 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가?
권정현 이사: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많은 팬들이 e스포츠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준 것이 큰 힘으로 작용한다. 온게임넷이 주최하는 정규리그 역시 플레이어가 없었다면 스포츠라기보다 마케팅 툴에 그쳤을 지도 모른다. 여기에 e스포츠 관계자들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제 2의 부흥기를 이끌어주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가 e스포츠로서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 생각이다.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인비테이셔널 당시, 수용 인원 이상의 관중이 몰려 화제에 오른 바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인기 챔피언의 스킨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관중 동원의 핵심이었다는 부정적인 평이 제기되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권정현 이사: ‘리그 오브 레전드’ 자체에 관심이 없다면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킨’을 제공하는 이벤트의 효과 역시 전무했을 것이다. 그만큼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사랑하는 유저들이 많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증거라 평가한다. 사실 인비테이셔널을 준비하며 관중 동원에 대해 걱정하는 온게임넷과 함께 ‘스킨’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것이 없어도 충분했을 정도로 너무도 많은 사람이 방문하여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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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공된 `카타리나 키티 캣` 스킨
항간에서는 좋지 않을 때 e스포츠에 뛰어든 라이엇 게임즈를 염려스럽게 지켜보는 시각이 있다. 성공에 대한 라이엇 게임즈의 각오는 어느 정도인가?
권정현 이사: 올해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서비스 안정화이며 또 하나는 e스포츠다.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함과 동시에 정식 스포츠로서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핵심목표로 두고 있다. e스포츠화를 핵심 사업으로 생각할 정도로 라이엇 게임즈는 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올해 계획되어 있는 정규리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라이엇게임즈가 e스포츠에 임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더 나아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국내 e스포츠 제 2의 중흥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다면 라이엇게임즈가 세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청사진이 있으리라 기대된다.
권정현 이사: 국내의 경우 e스포츠라 하면 ‘스타크래프트’를 필두로 한 프로리그와 프로게이머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리그 오브 레전드’가 생각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다양한 실력을 지닌 선수 다수가 뛰어 놀 수 있는 필드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프로와 아마추어, 일반 게이머들까지도 자연스럽게 e스포츠에 끌어들이는 대회 구조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가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축구를 예를 들면, 프리미어 리그 아래에 세미 프로를 위한 하부리그가 있고, 다시 지역대회와 조기축구회가 자리하는 피라미드형 구조가 완성되어 있다. |
이처럼 온게임넷의 정규리그를 최상위대회로 놓고, 이 대회와 연결된 하부리그를 인터넷TV인 나이스게임TV에서 개최한다. 이 아래에 3개월 단위로 진행되는 전국구 온라인대회와 각종 PC당 대회를 준비하는 중이다.
즉, 누구나 자연스럽게 참가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게임에는 관심 있으나 프로게이머는 꿈꾸지 않던 일반 유저가 우연히 단골 PC방 대회에서 입상해 전국구 온라인대회에 진출하고, 여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온게임넷 리그에서 뛰는 프로게이머로 자연스럽게 영입되는 것이 자사가 생각하는 이상향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다수의 유저를 대상으로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PC방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PC방 과금 오류가 발생하여 업계 내에 불만이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정현 이사: PC방 오류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고,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하루 빨리 서비스를 안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지켜봤으면 한다. 서비스 시작 전부터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신속한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이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제 국내 서비스 3개월에 돌입한 신작이다. 따라서 서비스를 안정화하는데 어느 정도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워낙 게임이 빠르게 뜨다 보니 작은 흠도 크게 해석되는 사례가 있다. 오류 발생 원인을 하루 내에 알아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상을 분석하여 이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는데 일정 정도의 기한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을 부분유료화로 판매하지 않는 동시에 관대한 환불 정책을 펴 유저들로부터 호평을 얻은 것이 사실이다. 해외 유저들은 이렇게 운영하여 장사가 되겠느냐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권정현 이사: 라이엇게임즈는 ‘고객 중심의 회사’를 슬로건으로 걸고 있다.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도 국내 유저들이 원하는 대로 하자는 것을 우선방침으로 세웠고, 게이머들 역시 이러한 점을 좋게 평가해주는 것 같다.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유저의 선호도가 곧 더 많은 게이머를 ‘리그 오브 레전드’에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된다.
그런 마인드로 서비스를 한 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핵심 성공요소라고 생각한다. 높은 매출보다 유저에게 얼마나 좋은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이에 맞춰 밸런스에 지장을 주는 아이템 대신 스킨을 판매하는 정책을 세웠는데 이에 대한 유저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쉽게 말해 착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여 매출을 올리는 박리다매 전략을 선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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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 서포터, `소나`의 칠현금 스킨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공이 타 AOS 게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권정현 이사: ‘리그 오브 레전드’만 잘되고,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전체 시장 차원에서 봤을 때 별로 좋지 않다. e스포츠 시장에서 AOS가가 또 다른 핵심장르로 자리잡는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추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포함한 타 AOS 역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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