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르타로스 오프닝
MORPG ‘타르타로스’의 오프닝을 장식한 이 범상치 않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타르타로스’의 오프닝 주제곡은 유저가 직접 작사를 하고 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아마추어의 솜씨로는 보기 힘든 이 파워풀하고 기교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동인게임 음악계에서 이름을 알린 서량이다. 그리고 서량의 목소리 뒤에는 타르타로스 오프닝 주제가의 작곡자이자 동인음악 그룹 S.I.D-Sound를 이끌고 있는 타카트(tacat)가 자리하고 있다.
타카트와 서량. 이 둘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당시 동인게임 제작 그룹을 운영하고 있던 타카트는 게임에 삽입할 음악작업을 맡길 사람이 없어 직접 작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출발한 것이 S.I.D-Sound다. 동인음악을 만들기로 한 타카트는 각종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팀원들을 모았다. 한번 ‘찍으면’ 3개월이 넘도록 설득 작업을 했다. 지금 S.I.D-Sound의 멤버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팀에 합류했다. 서량의 경우는 애니매이션 인어공주의 OST중 ‘Parts of your world’를 불러 공개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타카트는 “듣자마자 정말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량, 자드에 꽃힌 10대가 나를 이끌었다
놀라운 것은 서량과 타카트 모두 10대에 이런 일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 나이로 스무살(서량), 스물한 살(타카트) 밖에 안 되지만 동인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벌써 수년째 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S.I.D-Sound 역시 구성원 중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이 스물 세 살 밖에 안됐을 정도로 젊은 그룹이다. 서량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녹음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보아의 모창으로 시작했다. 보아의 팬사이트에 자신의 모창을 올리고 평가를 받는 일을 1년 동안 했다. 그렇게 일년쯤 됐을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지겨움이 찾아왔다. 모창을 그만뒀다. 6개월을 쉬는 동안 보아의 앨범이 나와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거부감이 들었다. 6개월이 지나자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학교의 제2외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들려준 일본 그룹 자드의 ‘마케나이데’가 귀에 꽂혔다. 일본 노래가 좋아지자 자연스럽게 애니매이션을 보게 되고 또 거기에 실린 주제가들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보아의 노래만 일년 동안 부르고 나니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6개월쯤 노래를 안 불렀는데 그때 자드의 노래를 듣게 되었죠. 귀에 꽂힌다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했어요. 일본그룹의 노래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니매니션에 관심을 주게 되었고 다시 녹음을 하고 인터넷에 공개를 했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
앞날에 대한 계획이나 목표가 불분명하기 마련인 10대 시절에, 서량이 노래라는 것 하나에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까닭에는 집안의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피아노 교사인 어머니와 학교에서 음악교사로 교편을 잡고 있는 이모와 이모부 덕에 어렸을 때부터 여러 악기를 접할 수 있었고 노래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방음이 안 되는 집에서 녹음을 하면 옆집에 까지 다 들릴 텐데 아직도 참아주시는 것 보면 그래도 들을만한가 봐요.(웃음) 집에서는 혼자 노래 부르고 막춤도 막 추는데 부모님은 별로 뭐라고 안 하세요. 악기 배우는 것도 그렇고 그냥 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시켜주시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념도 확실하다. 타카트는 동인음악의 본질이 뭐냐는 질문에 ‘콘텐츠에 대한 이해’라고 명확하게 정의를 내린다.
“주관적인 생각인데요. 게임이나 애니매이션 음악은 콘텐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곡에 녹아있어야 하죠. 저 같은 경우는 작곡을 하기 전에는 보통 3일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해당 게임만 하거나 애니매이션을 봐요. 그 다음에 작업을 들어가죠. 음악이라는 것이 감성이잖아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인데 다른 것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세우고 싶은 걸 억지로 집어넣거나 폼을 잡는 일 같은 것 말이에요.(웃음)”
타카트, 여유롭게 그리고 충분히 영감을 얻는다
때문에 타카트는 팀원들과 작업을 할 때 ‘언제까지 해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마감에 쫓기기보다는 여유로움을 최대로 활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감성을 깨지 않고 여유로운 가운데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음악. 이것이S.I.D-Sound가 믿는 동인음악이 프로페셔널한 상업음악에 비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앞서 ‘타르타로스’의 주제가는 유저가 불렀다고 알려졌다고 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서량 그녀 자신이 ‘타르타로스’의 유저이기 때문이다. 서량의 경우에는 동인게임 ‘타르타로스(타르타로스 온라인의 모태가 된 게임)’를 플레이 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불렀다. 또 타카트는 ‘타르타로스’를 개발한 인티브소프트에서 사운드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타르타로스’의 오프닝을 만들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S.I.D-Sound는 출발 당시에는 3명이었지만 지금은 14명으로 멤버가 불어났고, 동인게임 음악 작업뿐만 아니라 드라마 씨디, 상용게임 음악 작업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처음 앨범을 냈을 때는 반응이 ‘안 좋으면 어쩌나’, ‘상처받으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할 정도로 동인음악에 대한 인식이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다.
“어느 날 대형 할인마트에 갔는데 우리 노래가 나오는 거에요.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또 친구가 일하는 호프집에서도 사장님이 S.I.D-Sound의 노래를 튼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분들이 동인음악에 대해 안다고 이야기하긴 힘들겠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작업이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고 또 선택을 해주셨다는데 대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맞는 길로 가고 있구나라는 느낌도 들고요.” -서량
“처음 앨범을 공개했을 때 많이 걱정했는데 다음날 블로그에 긍정적인 후기들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얘네들이 발전해야 게임음악이 대중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말도 해주셨어요. 용기를 얻는 부분이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타카트
타카트는 ‘타르타로스’의 사운드 디렉터로서, 앞으로 ‘타르타로스’에 추가되는 필드나 던전의 BGM을 각각 다 다르게 만들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개인의 욕심이기도 하고, 각각 개성이 다른 공간의 BGM은 다 달라야 한다는 것이 타카트의 신념이다. 서량은 동인음악 이외의 작업은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동인음악으로 시작을 했으니 동인음악을 계속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타르타로스’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서량은 이야기한다. 20대 초반, 사심 없이 좋아하는 것 대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S.I.D-Sound다.
※ 아래는 그동안 발표된 S.I.D 사운드의 음악들입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dreamy moon`, `flight`, `lost generation`, `memories`, `여래아`입니다
※ 동인 음악이란?
동인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작품을 패러디하거나 직접 창작하여 활동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동인 음악은 대체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동인 활동을 통해 프로로 진출하기도 한다. 또한 공연을 위주로 활동하는 인디 밴드와는 다르게 인터넷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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