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요 몇 달간 상당히 행복했습니다. 각종 온라인게임에 후덜덜한 미소년 캐릭터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지요. 게임 그래픽 기술이야 10년 전부터 눈부시게 발전해서, 어느 게임에서도 선남선녀를 만나볼 수 있게 됐지만 근래만큼 ‘아이돌’스러운 미소년 캐릭터가 많이 쏟아져나온 시기는 없었습니다.
아이돌풍 캐릭터 하니 1998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사이버 가수 ‘아담’이 생각나네요. 아담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이후 이제 그런 존재(?)는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바다 건너 일본에서 보컬로이드 ‘미쿠’가 단단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걸 보면, 21세기에 불가능한 일도 아닌 듯합니다. 심지어 요즘은 2D 아이돌들까지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죠.
▲ 2D 아이돌들은 애니메이션은 물론 (사진제공: DeNA)
▲ 게임에서도 종횡무진합니다 (사진제공: NHN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왜, 국내에 남자 사이버 아이돌은 없는 걸까요. 실제 보이그룹만으로도 충분해서? 아니면, 2D나 3D 아이돌을 소비하는 팬들 중 남자가 대부분이라서? 뭐 이유야 어떻든, 다양성 측면에서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바야흐로 ‘미소년 캐릭터 풍년’ 시대를 맞아, 여러 게임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소년들의 매력을 분석해 가상의 사이버 아이돌 그룹을 기획해보고자 합니다. 현존 아이돌 중 이미지를 공유하는 멤버와 매치해서 말이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사심 충족이 아닌, 오로지 콘텐츠의 다양성을 위해서입니다!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마비노기 영웅전 ‘헤기’
‘게임 캐릭터로 구성된 사이버 아이돌은 어떨까!’라는 호기심과 열망에 제대로 기름을 부은 캐릭터는 ‘마비노기 영웅전’ 미소년 마법사 ‘헤기’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에 본디 미남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단연코 헤기처럼 대놓고 아이돌스러운 미소년은 없었죠. 섬세하게 다듬어진 계란형 얼굴 속에 자리한 여우 같은 눈매, 까 놓은 마늘마냥 매끈한 코, 그리고 살짝 말려 올라간 입꼬리까지 완벽한 ‘아이돌’ 상입니다.
▲ 표정부터 예사롭지 않은 헤기 (사진제공: 넥슨)
▲ 이런 순한 이미지도 있지요
외모 뿐인가요. 표정과 제스쳐, 심지어는 ‘/춤’ 명령어를 입력하면 몸을 들썩이는 모습까지 영락없는 아이돌입니다. 이런 특징을 고려한 건지 넥슨에서도 좀 독특한 방식으로 헤기를 홍보했었죠. 훤칠하게 잘 생긴 남자 모델들이 헤기에 대한 내용이 담긴 만화를 나눠주는 식이었는데, 장소 선정도 참 명민했습니다. 여학생들이 많은 학교 앞, 서브컬쳐 행사인 ‘서울코믹’ 등 타겟을 명확히 잡았죠.
▲ 이런 분들이 '헤기' 소개 책자를 나눠주셨다고...
단언컨대, 헤기는 현존 게임 캐릭터 중 가장 아이돌 같은 미소년입니다. 헤기가 아이돌 멤버가 된다면 아마도 센터를 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에 잔망스러운 손짓, 장난기 가득한 눈빛을 보면 동갑이나 동생보다는 누나 팬을 많이 몰고 다닐 것 같습니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보이그룹 ‘인피니트’의 ‘엘’이라는 멤버를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성격이나 행동 기타 등등을 보면 ‘방탄소년단’의 ‘뷔’가 많이 생각나네요.
▲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V) (사진출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2등신 SD에서 느껴지는 시크함, 메이플스토리 ‘키네시스’
지난 8월 ‘메이플스토리’ 신규 캐릭터로 추가된 ‘키네시스’는 참 묘한 미소년입니다. 2D, 그것도 SD에서 쿨한 매력을 느끼기는 참 어려운 일인데, 키네시스에게서는 그런 분위기가 풍겨나오거든요. 과거 2세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어구를 빌리자면, 쿨워터향이 나는 그런 캐릭터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키네시스는 외모부터 남다릅니다. 약간 흐트러진 까만 머리에 보랏빛이 살짝 감도는 회색 눈동자, 무심하게 앙다문 입까지 더해져 세련미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패션에는 무심한 것 같지만, 단추 두개 푼 셔츠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고서 ‘멋짐’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싸울 때 염동력을 사용한다니… 판타지 할리퀸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설정이죠.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 남친은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 체스와 이어폰이 몹시 잘 어울리는 얼큰이
▲ 얼굴 크기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네요
잘생기면...
이런 키네시스가 아이돌이 된다면 10대 소녀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지 않을까 싶네요. 기타보다는 신디사이저가 어울리는 그런 미소년 말입니다. 현존 아이돌 중에는 각자 담당 초능력(!)이 있는 ‘EXO’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염동력을 담당하던 멤버는 시끌시끌하게 팀을 떠나버린지 오래죠. 그래도 외모나 분위기에서 키네시스와 언뜻 닮은 ‘세훈’이라는 멤버가 있습니다.
▲ 'EXO' 멤버 세훈 (사진출처: SM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우직하고 남자다운 매력, 최강의군단 ‘에단 호’
‘에단 호’는 근래에는 잘 찾아볼 수 없는 타입의 미소년입니다. 솔직히 ‘미소년’보다는 ‘미남’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캐릭터지만, 그래서 되려 눈에 띕니다. 예쁜 남자 홍수 속에서 홀로 든든하고 우직한 포지션을 지키고 있으니까요.
우선 ‘총검사’라는 직업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헤기와 키네시스만 봐도 육탄전보다는 우아한 모습으로 싸우곤 하는데, 에단 호는 총구 밑에 검이 달린 장총을 들고 적 속으로 뛰어듭니다. 뭐랄까, ‘이것이 남자다!’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그런지 외견만 봐도 다부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진 턱과 넓은 어깨, 깔끔하게 올린 머리가 참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뭔가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한 눈동자와 처진 눈꼬리, 눈썹 덕분에 순한 대형견 같은 매력마저 뿜어내죠.
▲ 단단한 어깨와 팔 근육을 보십시오!
▲ 인게임 이미지는 좀 귀여운 편이네요
에단 호는 묵묵히 맡은 바를 수행하고, 신체 능력이 뛰어난 ‘체육돌’ 이미지가 있습니다. 재치와 입담으로 시선을 끄는 예능에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아이돌들이 운동신경을 뽐내는 ‘아이돌 육상대회’, 아니면 ‘진짜 사나이’같은 프로그램에 적격이겠네요. 그래서 그런지 ‘제국의 아이들’ 멤버 ‘박형식’과, ‘빅뱅’의 ‘탑’이 떠오릅니다. 박형식은 ‘진짜 사나이’에서의 우직한 모습이, 탑은 영화 ‘동창생’에서 보여줬던 연기 덕분에 에단 호와 겹쳐 보이네요.
▲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 (사진출처: MBC '진짜 사나이')
▲ 영화 '동창생'에 출연했던 '빅뱅' 탑
성별이 헷갈릴 정도로 예뻐, 클로저스 ‘미스틸테인’
오토코노코라는 일본 은어가 있습니다. 단순히 미소년이 아닌, 여자만큼 선이 곱고 예쁘장한 남자를 일컫는 말인데요. 한국 온라인게임에도 그런 캐릭터가 있습니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던, ‘클로저스’ 검은양 요원 ‘미스틸테인’이 그 주인공입니다.
▲ 어딜 봐서 남자...
미스틸테인은 정말 작고, 귀엽습니다. 외모만 봤을 땐 영락없이 짧은 머리를 한 깜찍한 소녀인데, 알고 보면 남자죠. 울망울망한 기색이 가득한 커다란 눈, 조그마한 입, 발그레한 볼을 보면 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남성미를 느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예쁩니다. 심지어 게임 내에서 구입 가능한 전용 의상들도 소녀스러운 옷들이 참 많은데요, 그렇게 옷을 챙겨입고 발칙한 대사들을 한 두 마디 던지는 걸 보면 호락호락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 저 다리는 소녀들만 되는 것 아니었나요?!
그래서 미스틸테인은 매니아층이 확실한 멤버가 되겠죠. 모호한 성별 경계 때문에 어색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언정 미스틸테인의 반전 매력을 아는 이라면, 흔치 않은 캐릭터인지라 오래도록 좋아할 듯싶습니다. 그런데 워낙 드문 스타일이다 보니 ‘god’ 데뷔 초창기 시절 ‘손호영’ 말고는 떠오르는 현존 아이돌이 잘 없는데, 이미지는 조금 달라도 여자보다 예쁜 남자로 알려진 ‘세븐틴’ 멤버 ‘정한’이 생각납니다.
번외 멤버로 넣어도 되지 않을까, 파이널판타지 14 ‘라라펠’
엄밀히 따져서 ‘라라펠’은 캐릭터가 아닙니다. ‘파이널판타지 14’에 등장하는 종족 중 하나죠. 하지만 굳이 라라펠을 가상 게임 아이돌 후보군에 넣은 건, 앞서 꼽힌 캐릭터들이 소화할 수 없는 포지션을 담당할 미소년이기 때문입니다.
라라펠의 매력은 외모에서 풍기는 순수함이죠. 종족 자체는 굉장히 똑똑하고 실리적인 편입니다만, 동글동글 앙증맞은 얼굴형과 똘망한 눈, 요정이 연상되는 귀를 보면 누구라도 방심하게 될 겁니다. 체형도 통통하니 귀엽고요. 나이만 밝히지 않는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아빠 어디가’에서 큰 활약상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 오통통한 팔다리가 몹시 귀엽습니다
▲ 귀여운 외모는 종족특성!
게다가 그런 외모가 라라펠 종족 특성이니, 좀 과장해서 생각한다면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 나온 움파룸파 족처럼 종족 자체가 텔레비전 스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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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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