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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이 땅의 가장, 과장님이 온라인게임을 등진 이유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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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지난해 ‘블레이드’가 모바일게임 최초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는 ‘레이븐’이 대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유저 튜표 비중이 매우 큰 게임대상의 특성상, 최근 모바일로 쏠린 게이머들의 기호가 그대로 반영된 겁니다. 필자는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는데 새삼 감탄했습니다.


▲ 모바일 액션게임 '레이븐'이 게임대상 6관왕에 올랐습니다

모바일게임이 양과 질 모두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전화기로 제대로 된 게임이 되겠어?’라며 무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모바일게임을 그저 ‘뉴비’의 전유물이라 말하고, 진정한 손맛은 PC와 콘솔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죠. 그러나 오늘날 퇴근길 전철 안에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남녀 가장, 과장님은 결코 귀여운 ‘뉴비’같은 게 아닙니다.

왕년에 공격대를 이끌고 ‘낙스라마스’를 깨부수던 열혈 게이머가 어느새 모바일게임 속 자동전투를 지켜보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뭇 가장이 모바일게임에 빠져드는 데는 다 사정이 있습니다. 이건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점차 나이가 들고, 언젠가는 가정을 꾸릴 테니까요. 이 땅의 모든 가장, 과장님에게 바칩니다. 그들이 온라인게임을 등진 이유 TOP5, 함께 보시죠.

5위. 집안일은 어쩌고 마라톤 레이드? 탱킹하다 말고 기저귀 갈아줄 수도 없고


▲ 대표적안 마라톤 레이드 '얼음왕관 성채', 가정이 생기면 이젠 안녕

5위는 그래도 일단 집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가장의 고민입니다. 최소한 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이 보장되고, 아이들도 학교를 다닐 정도가 되어야 이런 고민이라도 가능하죠. 바로 배우자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짧게는 4시간부터 길게는 8시간이 걸리는 마라톤 레이드를 뛸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세계관의 가장 핵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장대한 던전과 수많은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레이드는 두말할 나위 없는 MMORPG의 꽃입니다. 대규모 레이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장비와 사전 지식, 상당 수준의 실력을 필요한 만큼, 헤비와 라이트 유저를 가르는 암묵적인 경계가 되죠. 그런데 한 집안의 가장이 되면 현실적으로 더 이상 레이드에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손발 잘 맞는 동료들과 함께 속공으로 2시간 공략을 노리면 안되냐고요? 가정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새 등 뒤를 맡기던 충실한 동료도, 허리춤에서 빛나던 보검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말하자면 속공에 합류하기엔 ‘스펙’이 달립니다. 어떻게든 레이드를 뛰어야겠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막공(막 만든 공격대)에 들어야 하는데, 당연히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지죠. 결국 레이드의 맛을 잃어버린 이들은 모바일게임을 하게 됩니다.

4위. 애기 겨우 잠들었는데, 자칫 보이스챗하다 깨면 등짝 스매쉬 작렬


▲ "야, 뚫렸잖아!" "11시 저격, 잡어!" 안타깝지만 보이스챗도 더는 못합니다

4위는 은근히 많은 분들이 호소하는 보이스챗 문제입니다. 이건 결혼 초기부터 갈등을 빚곤 하는데, 배우자가 게임을 하는 것까진 이해해도 허공에 대고 마구 떠드는 것까지 보아 넘기기는 어렵거든요. 처녀, 총각 시절 보이스챗 없는 게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코어게이머라도 가정을 꾸린 후에는 침묵을 지켜야 한답니다.

보이스챗의 가장 문제는 같은 코어게이머가 아니면 이해해주기 어렵다는 겁니다. 평소에 어느 정도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굳이 헤드셋을 끼고 육성으로 떠들 필요가 있는지 공감하지 못하죠. 그러나 MMORPG에서 수많은 공격대를 지휘하거나, FPS나 AOS 등 찰나의 의사소통이 승부를 가르는 게임에선 보이스챗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평범한 상황에서도 서로 웃고 떠들며 하는 게임이 몇 배는 즐겁기 마련이죠.

그러나 헤드셋 속 동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반대로 현실로부터는 멀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냥 게임을 하는 배우자는 옆에서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있지만, 보이스챗에 집중하고 있으면 다가가기도 힘듭니다. 하물며 집에 어린아이라도 자고 있다면… 곧바로 ‘등짝 스매쉬’가 작렬하겠죠. 아쉽지만 가장이 되면 보이스챗 대신 타자를 빨리 치도록 연습하거나, 차라리 모바일게임을 즐기게 됩니다..

3위. 왕년에는 페이커 못지않았는데, 이젠 손이 굳어서 18단 콤보는 무리


▲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복잡한 컨트롤은 손이 꼬여서 무리입니다

3위는 대부분이 일단 부정하고 보는 컨트롤 문제입니다. 다들 그저 여건상 게임을 못하는 것이지, 여전히 AK만 들려주면 로딩이 채 끝나기 전에 적진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조금만 진솔한 얘기를 나눠보면 차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속사정이 드러납니다. 저격수였는데 조준이 힘들어 소총수로 전향했다거나, 수류탄을 던지려는 찰나 손목에 힘이 빠졌다던지…

더욱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나 ‘철권’, ‘스타크래프트’처럼 고도의 심리전과 컨트롤을 함께 요하는 게임은 몸에 앞서 머리가 안 따라줍니다. 머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까지 골머리를 썩기가 피곤해요. ‘슬쩍 빠지며 유인한 뒤, Q+W+E 콤보를 먹이고 점멸로 반격을 피하면서 궁극기로 마무리! 끝으로 수풀을 통해 아군과 합류하면 완벽하다’는 구상을 구구절절 하기엔 너무 지쳤습니다. 설령 제대로 된 작전을 입안하더라도 실천하기도 어렵고 말이죠.

매일 거친 사회에서 혹사 당하는데, 게임에서까지 스트레스 받으면 안되겠죠. 그래서 대강 본능이 이끄는 데로 ‘즐겜’을 하려고 하면, 이번에는 아군들이 아우성칩니다. 잘 좀 하라고, 플레이가 그게 뭐냐며 안 그래도 잔뜩 상처 입은 자존심을 건들입니다. 그렇다고 달리 실력을 높일 방법도 없고, 결국 자동으로 컨트롤을 대신해주는 모바일게임에 눈이 갑니다. 약간의 투자만하면 강해질 수 있고,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는 곳이죠.

2위. 스마트폰은 누구나 있지만, 게이밍 PC를 맞추기는 눈치 보인다


▲ 귀여운 엘린짜응은 앞으로 나올 '테라 모바일'에서나 만나야죠

2위는 ‘금수저’가 아니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사항입니다. 게임을 즐길 시간도 없거니와, 최신작을 돌리기엔 PC가 받쳐주질 않는 거죠. 새로 나오는 게임들은 저마다 영화 같은 그래픽을 내세우며 ‘블링블링’한 미모를 겨루는데, 이를 지켜보는 가장들은 ‘저게 내 PC에서 작동이나 할까?’라며 시름만 더합니다.

학창 시절이었으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게이밍 PC를 마련할 텐데, 이제는 돈을 벌어도 지출할 곳이 너무 많습니다. 결혼 초기라면 배우자와 합의를 통해 어느 정도 예산을 할애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사정이 빠듯해지면 결국 스스로 게임에 지출을 줄이게 됩니다. 무릇 한 가정을 건사하려면 입고 먹고 자고 싸는 생활비 일체는 물론 아이들 학비까지 감당해야 하니까요.

올해 초 깜짝 인기를 모았던 ‘아제라’처럼, 3040을 노린 저사양 MMORPG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중, 장년 게이머들이 웹게임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게이밍 PC를 맞출 여력이 없거나, 돈이 있더라도 집에 새제품을 들여놓기가 눈치 보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가정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데는 비교적 관대하죠. 즉, 가장들 입장에선 모바일 만큼 최신게임하기 좋은 플랫폼도 없는 셈입니다.

1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 게임을 하려면 이동할 때 짬짬이


▲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모은 '뮤 오리진', 접속하지 않아도 성장은 계속됩니다

대망의 1위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으로 골랐습니다. 바로 모바일게임의 최대 강점인 휴대성과 간편함이죠. 이 부분은 가장뿐 아니라 오늘을 바삐 살아가는 사회초년생과 학생들도 공감하리라 봅니다. 집에 PC와 콘솔이 있건 없건, 아이가 하나건 둘이건, 그냥 애초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게임할 여유가 없으니 모바일게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침 일찍 눈뜨면 대강 씻고 집을 나서고, 오전 업무 소화하고 잠시 밥 좀 먹나 하면 어느새 오후 업무, 그리고 있어도 없는 것과 같은 퇴근 정시를 지나 밤이 깊도록 일에 매진합니다. 지쳐서 귀가했는데 잠시라도 짬이 나면 누워서 미드라도 한 편 ‘때려’야 합니다. 게임을 붙잡고 있을 기력조차 없거든요. 정말 어지간한 애정이 아니고선 귀중한 잠을 줄이면서까지 게임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나마도 가정 여건에 따라선 아예 못하기도 합니다.

결국 피곤한 아침 버스와 귀갓길 전철에서 짬짬이 즐길 수 있는 것은 모바일게임뿐입니다. 휴대용 게임기가 있긴 하지만 잠깐 즐기기엔 게임도 무겁고, 가격도 부담되고, 짐스럽습니다. 반면 모바일은 인터넷 서핑과 업무, 게임을 자유롭게 병행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접속해 있지 않더라도 캐릭터가 알아서 성장하기도 합니다. 모바일게임은 그저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뿐 아니라, 어떻게든 게임을 하려는 ‘왕년’ 마니아들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이 땅의 가장, 과장님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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