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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던파의 재해석, 엘타임게임즈의 `윈드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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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포스트 던파`는 없었다

‘던파’와 ‘포스트 던파’와 싸움은 의례 그렇듯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대결로 그림이 그려진다. 절대 권력에 대항하는 겁없는 워너비의 이야기. 쫓는 자의 처지가 절박할수록, 맞서는 절대자의 파워가 클수록 그림은 더 드라마틱하게 연출된다. 미디어가 만들고 써먹는 프레임이란 대체로 이런 식이다.

그래서일까? 겉멋든 포장지는 한 꺼풀만 벗기면 얄팍한 현실이 드러난다. 쫓는 자는 언제나 많았지만 사실 던파는 한번도 쫓기지 않았다. 그저 뚜벅 뚜벅 걸어가고 있는데 도전자들은 제 발에 걸려 문턱에서 넘어졌을 뿐이다. 기대했던 대결 따윈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작년과 올해를 굽어보자. 포스트 ‘던전앤파이터’를 외치며 등장했던 추격자들에게는 시련의 계절이었다. 엔씨소프트의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엎은 ‘펀치몬스터’, ‘드래고니카’가 혜성처럼 등장했고, 엠게임의 ‘발리언트’, CJ E&M의 ‘좀비온라인’, 윈디소프트의 역작 ‘러스티하츠’가 우아한 퀄리티를 뽐내며 나타났으며 액토즈소프트의 구세주 ‘다크블러드’가 출현하면서 시장은 더 다이나믹하게 급변했다. 일부에서는 횡스크롤 RPG 춘추전국시대라고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게임만큼 아름답지 못했다. 걔 중에는 의미는 성과를 낸 게임도 있었지만 시장에 기대만큼 파급력을 전파하진 못했다. 전지적 던파 ‘시점’으로 해석하자면 성문도 두드려보지 못하고 거꾸러진 도전자들이었다. 그만큼 ‘던전앤파이터’의 유저풀은 막강했고 네오플은 위기에 더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데이터는 살펴보면 더욱 적나라하다. 치열했던 전쟁이 벌어졌던 올해 여름 ‘던전앤파이터’는 접속자가 빠지기는커녕 업데이트를 통해 최고동시접속자 29만을 찍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에서도 최고 동접 260만을 찍으며 오히려 횡스크롤 RPG 왕좌 자리는 굳건해졌다. 불꽃이 되고 싶었던 불나방의 날개짓.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재까지 ‘포스트 던파’의 모습이었다.

포스트 ‘던파’는 언제나 있다

엘타임게임즈 백성현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 19일이다. 메이저업체에서 나온 개발자들이 ‘괜찮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웬만한 게임이 아니면 투자자한테 명함 내밀기도 힘든 이때 벌써 두 차례나 투자를 받았다는 것도 놀라웠다. 게임이나 살펴볼 겸 인사차 방문 계획을 잡았다가 뜻하지 않게 인터뷰 승낙을 받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현재 개발하고 있는 액션 MORPG `윈드러너(가칭)` 알파 버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게임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역시 비주얼이다. 그래픽 퀄리티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게임 세계관과 배경이 잘 묻어나는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엘타임게임즈 백성현 대표

그런 면에서 보자면 `윈드러너`의 그래픽은 색깔만큼은 뚜렷했다. 쿼터뷰 시점에 카툰 스타일의 그래픽을 채택한 `윈드러너`는 근미래 퓨전 판타지 세계관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으며 캐릭터 디자인이나 몬스터의 외형이 게임의 색깔을 충실하게 담았다. 아직 알파버전인 까닭에 전체적인 짜임새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인터페이스 등 군데 군데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시도들은 인상적인 느낌을 받기 충분했다. 백성현 대표도 이점을 강조 했다.

"오래 전에 제작한 알파버전 영상이라 보기에 엉성한 부분이 눈에 띌 거에요.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게임을 설명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보여드리는 것이고 인터페이스 등 아직 손볼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웃음)"


▲`윈드러너` 알파버전 스크린샷

다소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게임성이었다. 백 대표는 `AOS의 전략성과 액션 RPG 게임성을 결합했다`고 설명했지만 선뜻 와닿지가 않았다. 쿼터뷰 시점에 전략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는데 롤모델이 ‘던전앤파이터’라고 말했던 부분도 혼란을 가중 시켰다. 하지만, 역시 영상을 보니 ‘윈드러너’만의 스타일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일단 게임 방식은 풀파티 4명을 구성해서 던전을 탐험하고 보스를 공략하는 일반적인 액션 MORPG와 같습니다. AOS 느낌이 많이 가미되었다고 하는 부분은 이 과정에 대한 설명인데요. 일반적인 액션 RPG가 정해진 루트를 따라 파티원들과 협동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윈드러너는 맵의 규모 크고 분기도 많아서 미니맵을 계속 주시하면서 마치 AOS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플레이 해야하는 것이죠”

확실히 말로 하는 설명보다 영상을 직접 보니 이해가 빨랐다. 시연 영상에서 공개된 윈드러너의 첫 번째 던전은 단방향으로 시작하지만 중간 중간 분기점이 많았다. 또, 맵이 격자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효율적으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때론 흩어져서 각각의 미션을 완료하기도 하고 함께 뭉쳐 화력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백 대표가 AOS 느낌을 가미했다는 부분도 이런 요소다. 일반적인 액션 RPG가 지형을 확인하기 위해 맵을 활용했다면 ‘윈드러너’는 파티원들이 각 분기마다 어느 정도 미션을 수행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던전을 공략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윈드러너에서 파티란 몬스터를 효율적으로 잡기 위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미션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인 파티인 셈이다.

”추가 설명을 드리자면 파티원들은 개방된 공간에서 주어진 임무들을 각자 선택해서 플레이하는데 다른 유저가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플레이가 달라질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MORPG의 특성상 반복플레이가 필연적인데 윈드러너는 같은 던전 같은 미션이라도 언제나 공략이 달라 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를 롤모델로 삼은 ‘윈드러너’의 도전은 패기 넘치지만 무모하기도 하다. 서두에서 장황한 설명을 했던 것처럼 이제 ‘포스트 던파’란 성공의 아이콘 보다 실패의 아이콘에 더 가깝다. 그러나 여타의 액션 MORPG가 던파를 잡기 위해 익숙한 게임성을 베이스로 부가콘텐츠에 차별화를 꾀한 것에 비해 ‘윈드러너’는 게임성 자체에 차별화를 꾀한 것은 기존 ‘포스트 던파’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윈드러너’ 향후 일정을 묻는 질문에 백 대표는 “하루 빨리 공개했으면 좋겠지만 아직 퍼블리셔를 구하지 못해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1차 CBT 버전까지 빌드를 끌어 올리고 있는 엘타임 게임즈는 단순히 개발사와 퍼블리셔와의 계약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업을 통해 게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다. 하루 빨리 좋은 퍼블리셔를 만나 엘타임게임즈의 의미있는 도전이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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