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퀀텀 브레이크'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언제나 수준급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레메디 엔터테인먼트는 최신작 ‘퀀텀 브레이크’를 두고 강렬한 타격감을 전달하는 TPS이자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생생한 액션쇼라고 소개했다. 그 말대로, ‘퀀텀 브레이크’는 시간을 쥐락펴락 조종하며 벌이는 참신한 액션으로 게임 재미를 살렸다. 여기에 초호화 배우 진을 그대로 살린 캐릭터,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실사 영상 등 게임 외적인 부분에도 힘을 실었다.
4월 5일(화) 정식 한국어화를 거쳐 Xbox One, 윈도우 10으로 발매될 ‘퀀텀 브레이크’를 한발 앞서 만나봤다. 과연 액션과 스토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깊이 있는 이야기, 연출로 한층 더 살아난다
‘퀀텀 브레이크’ 가장 큰 장점은 깊이 있는 스토리다. 시간축이 붕괴되었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배경설정, 실제 유명 배우의 목소리부터 움직임까지 재현한 캐릭터와 그들이 서로 협력하고 대립하며 벌이는 다양한 사건, 중간중간 삽입된 실제 배우들이 연기와 액션을 벌이는 ‘라이브액션쇼’ 등, 게임을 한다기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 '엑스맨'에도 출연했던 숀 애슈모어를 (사진제공: 한국 MS)
▲ 게임에서도 만나보자
게임 연출 또한 이러한 스토리를 부각시킨다. ‘퀀텀 브레이크’ 세계는 시시각각 파멸로 나아가는데, 그 여파를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갑자기 정지해 모든 물체가 멈추는 ‘스터터’ 현상이 발생하면 하늘이 깨진 것처럼 일그러지고, 빛조차 긴 꼬리를 남기며 멈춘다.
▲ 누가봐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파괴된 건물이 시간을 역행해 원래대로 돌아가는가 하면, 뜬금없이 허공에서 기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난장판’은 게임 중간중간 삽입된 컷신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전해진다. 또, 컷신 이후 자연스럽게 주인공 ‘잭 조이스’ 등 뒤로 카메라가 움직여 곧바로 게임으로 전환돼, 기이하면서도 위태로운 세계에 좀 더 깊숙이 몰입할 수 있다.
▲ 다양한 컷신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인 만큼,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퀀텀 브레이크’는 정식 한국어화를 거쳐서 발매되는 작품으로, 게임 본편의 대사, 텍스트는 모두 번역되었다. 여기에 ‘라이브액션쇼’에서도 한국어 자막이 나와 별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라디오나 TV 등 음성을 통해 본편에 등장하지 않는 배경을 알려주는 요소는 번역되지 않아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 믿기 어렵겠지만 TV에서 무언가 말하는 중이다
공략집은 이제 그만, 수월한 진행
게임의 진행 자체는 간단하다. 짤막한 미션이 계속해서 주어지고, 이를 돌파하며 스토리를 진행한다. 미션 내용은 어느 지점까지 이동하라는 것이나 밀려드는 적을 모두 물리치라는 것 등 딱히 어렵지 않은 내용이다. 또, 시간축이 뒤틀린 뒤죽박죽 한 배경은 매우 혼란스럽지만 나아갈 방향은 직관적으로 보여 진행은 수월하게 할 수 있다.
▲ 보기만 해도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있다
먼저 맵 자체가 복잡하지 않아 쉽게 방향을 찾을 수 있다. 퍼즐을 풀어야 한다면, 배경을 지우고 진행에 필요한 요소만 골라서 확인할 수 있는 ‘타임 비전’을 사용해 어떤 오브젝트를 활용해야 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잭 조이스’의 혼잣말은 물론, 그를 돕는 조연도 대화를 통해 진행방향을 계속해서 알려준다. 이를테면 ‘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식이다. 이처럼 플레이어에게 실마리를 부족함 없이 제공하기 때문에 진행 중에 길을 못 찾아 헤맬 일은 없다.
▲ 상황에 따라 무엇을 해야할 지 알려준다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지만 맵 여기저기를 둘러보게 하는 다양한 수집요소가 숨어 있다. 수집요소에는 음성 녹음, 편지, 컴퓨터 메시지 등 다른 인물의 행적이나 배경 설정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잭’의 특수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크로논 원천’처럼 게임 진행을 돕는 요소도 있다.
▲ 다양한 수집요소가 준비되어 있다
‘크로논 원천’은 눈에 확 들어오는 위치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숨겨져 있는 것도 많다. ‘타임 비전’을 사용하면 대략적인 방향만 알려주기 때문에 직접 감춰진 원천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물론, 이러한 수수께끼를 고민하는 것이 귀찮다면 무시해도 큰 문제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전투의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을 조종해 가로막는 적을 쓰러트려라
‘퀀텀 브레이크’에서 ‘잭’을 가로막는 적은 모두 라이벌 ‘폴 세린’이 운영하는 거대한 기업 ‘모나크 솔루션’ 소속 사병들이다. 전투가 발생하면 대부분 개성이 없는 일반 병사가 다수 몰려나오고, 때때로 2, 3명의 특수한 강적이 등장한다.
▲ 일반 병사는 능력을 쓰기도 아깝다 (사진제공: 한국 MS)
초반에는 ‘시간 정지’ 능력만으로 대부분의 전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일반 병사는 별문제가 되지 않고, 강적 역시 ‘시간 정지’를 사용해 수많은 탄환을 모아서 발사하는 것으로 순식간에 큰 피해를 주면 쉽게 쓰러트릴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능력이 있고, 모두 조작이 간편해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 조금 무장했지만 별 상관은 없다 (사진제공: 한국 MS)
물론 전투가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시간 정지’를 무시하는 특수 장치를 장비한 적은 비교적 초반부터 등장한다. 아울러 능력을 봉인하는 기계 장치가 등장해 적과 싸우며 장치를 파괴해야 하기도 하고, 웬만한 총알은 튕겨내는 두꺼운 갑옷을 입은 적이 등장하기도 한다.
▲ 능력을 봉인하는 장소에서는 신중하게
▲ 중무장한 '저거넛'은 위험한 상대 (사진제공: 한국 MS)
때때로 몇몇 전투는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해야 했지만, 요령을 조금만 익히면 그럭저럭 돌파할 수 있다. 일례로, 특수 장치를 착용한 적을 처음 마주쳤을 때, 그 전까지 만능이었던 ‘시간 정지’가 통하지 않아 당황했다. 또, 이들도 ‘시간 회피’를 사용해 공격을 피하기에 상대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등에 달린 장치만 파괴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시간 회피’ 이후 천천히 움직이는 적을 먼저 조준할 수 있는 ‘시간 집중’ 사용에 익숙해지자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었다.
이처럼 ‘퀀텀 브레이크’ 전투는 진행에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적당한 난이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눈을 사로잡는 연출이 더해졌다. ‘잭’이 사용하는 각종 능력은 시공을 왜곡하는 듯한 독특한 시각효과로 보는 맛을 살렸다. 여기에 적도 길게 잔상을 남기며 ‘시간 회피’를 하거나, 사망한 적의 시간이 정지해 공중에 떠 있는 등 기존 게임에선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광경을 볼 수 있다.
▲ 흔히 볼 수 없는 혼란한 전장
아쉬운 육성, 40종 멀티 시나리오로 보완
‘퀀텀 브레이크’는 흡입력 충만한 스토리와 색다른 액션으로 플레이어를 유혹한다. 재미있는 영화를 중간에 끊기 어려운 것처럼, ‘퀀텀 브레이크’ 역시 플레이를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쉽사리 게임을 멈출 수 없다. 이런 점은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전작 ‘앨런 웨이크’나 ‘맥스 페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게임의 몰입이 스토리에서 오는만큼, 한 번 엔딩을 보고 나면 다시 플레이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한계도 가지게 된다.
▲ 이스터 에그도 충실하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퀀텀 브레이크’는 멀티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한 챕터에 해당하는 ‘막(Act)’를 끝내면, 플레이어는 악역 ‘폴 세린’ 입장에서 앞으로의 행동방침을 결정한다. 이 결정에 따라 향후 게임 스토리 및 ‘라이브액션쇼’ 내용이 달라지고 엔딩도 변화한다. 준비된 시나리오는 총 40종으로, 전작과 달리 어느정도 반복플레이를 할 동기를 부여한다.
▲ 분기 선택으로 인해 이야기가 변화한다
반복 플레이 측면에서 캐릭터의 육성은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 게임 진행 중 발견하는 ‘크로논 원천’을 통해 포인트를 획득하면 ‘타임 비전’, ‘시간 정지’를 비롯한 6가지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각 능력간 3가지 항목만 있어 가짓수가 적은 편이고, 전투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 않아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
▲ 업그레이드는 있지만 효과를 느끼기는 어렵다
아울러 사용하는 무기 역시 성능을 올리거나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총기간 성능이 크게 다르지 않아 탄환이 떨어지면 적이 떨어트린 것을 주워서 사용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게임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아쉬운 점도 확실히 남는다.
액션과 스토리의 괜찮은 콜라보레이션
‘퀀텀 브레이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SF소설에서 시간 여행과 함께 흔히 다루는 ‘타임 패러독스’등 시간과 관련된 사건을 독특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매력적인 인물들이 각자의 목적에 따라 생동감 넘치게 활약한다. 하지만 본질은 결국 게임이다. 아무리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영화를 방불케 하는 영상을 담았다 해도,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퀀텀 브레이크’는 합격이다.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선형적인 구조를 취했지만, 수집요소를 통해 단조로움을 줄였다. 또, 진행과정이 어려워 스토리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를 배려해 직관적인 맵 구성으로 스트레스를 줄였다. 게임 중 가장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투는 시간을 조종하는 독특한 액션과 화려한 연출로 재미를 더했다. 이처럼 ‘퀀텀 브레이크’는 게임과 스토리, 두 종류의 재미를 전부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 시간의 종말을 막으러 출발할 때 (사진제공: 한국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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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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