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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현실 반영된 지스타, 허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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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스타가 열린 부산 벡스코 현장

게임업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스타 2016이 막을 내렸다. 올해 지스타는 수치 면에서 모두 성장을 이뤘다. 올해 지스타 전체 부스는 2015년보다 3.1% 늘어난 2,719부스로 역대 최대였다. 특히 B2C의 경우 1,530부스였는데 이에 대해 지스타조직위원회 최관호 협회장은 ‘벡스코에서 가능한 최대 규모’라 설명했다. 여기에 방문자 수 역시 작년보다 6% 늘어난 21만 9,.267명으로 집계됐다.

쉽게 말해, 겉만 보면 지스타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빈 자리가 보인다. 지스타 2016 B2C에 참여한 국내 주요 게임사는 넥슨, 넷마블게임즈 웹젠이 끝이다.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와 같은 대형 게임사도 출전을 고사했으며, 업계 허리를 받쳐줄 중견 업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 게임업계 최대 행사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게임사의 참여가 저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국내 게임업계의 현실과도 맞아떨어진다. 업계를 두고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는 허리가 없다는 것이다.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와 같은 대형 게임사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중간을 받쳐줄 중견 업체가 부실해지며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게임업계의 현실이 지스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넥슨과 소니가 없었다면? 지스타에서도 드러난 양극화

올해 지스타에서 넥슨과 소니는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우선 넥슨은 400부스를 꾸리고 신작 35종을 선보이며 지스타의 온라인과 모바일 라인업을 책임졌다. 이어서 소니는 PS4와 PS비타, PS VR까지 합쳐 게임 41종을 출품하며 콘솔과 VR 영역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만약 이 두 업체가 없었다면 지스타 2016은 역대 가장 볼거리가 없는 게임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 두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행사의 흥행 여부가 소수 업체 몇 곳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주최 측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럴 우려는 낮지만 만약 넥슨이 내년 지스타에 나오지 않겠다고 밝히면 어떻게 될까? 주최 입장에서는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이 요원하다. 그만큼 한두 업체에 기대고 있는 지금 상황은 내년, 내후년을 생각하면 행사의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 올해 지스타 쌍두마차로 떠오른 넥슨(상)과 소니(하)

지스타에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많은 업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선택지가 넓어진다면 그 중 한두 업체가 출전하지 않아도 라인업 자체에 큰 공백은 생기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채워줄 다른 게임사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특정 업체가 아닌 게임사 전체가 행사를 만들어가는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따라서 주최 측 입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게임사의 지스타 B2C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게임사가 지스타에 출전하는 이유는 신작 홍보와 사업, 두 가지로 압축된다. 따라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외 미디어 섭외에 적극 나서서 출품작이 최대한 많은 곳에 알려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가능한 다양한 국가의 유력 게임사를 섭외해 게임사 입장에서 높은 사업 성과를 기대해볼 만한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최 측이 좋은 조건을 만들어도 업계 참여가 없이는 지스타는 힘을 받기 어렵다. 특히 지스타는 ‘국내 대표 게임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게임업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지스타에 힘이 빠진다면 업계에 대한 대외적인 이미지도 흐릿해지고 만다. 특히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외산 게임의 영향력이 강해지며 국내 게임산업이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는데 지스타는 그 불안감을 공개적으로 씻어낼 수 있는 좋은 무대다.

관람객 입장에서도 참여 업체가 다양해지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게이머들이 지스타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뉴스로만 접했던 새로운 게임을 해보기 위함이다. 따라서 현장에 나오는 게임사도 많고, 그들이 보여주는 신작도 다양하다면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 입장에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지스타 2016 4일차 현장, 많은 참가자가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민간이양 후 매년 증가율 감소, 정체에 부딪친 B2B

그렇다면 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게임사 입장에서 지스타에 나가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내부에서 준비 중인 신작을 일반 참가자에게 공개하며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 또 하나는 신작을 소개하며 퍼블리싱이나 수출 계약에 대한 단초를 마련하려는 사업적인 목적이다. 실제로 주최 측 역시 B2C와 함께 B2B 성과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유료 바이어 증가율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스타가 정부에서 업계로 민간이양된 후 첫 해인 2012년에는 100% 늘었지만, 2013년에는 66.3%, 2014년에는 18.5%까지 증가율이 떨어졌다. 그리고 작년에는 유료 바이어 증가율이 7.6%에 불과했으며, 올해 지스타에 방문한 유료 바이어는 1,902명으로 작년보다 6.8% 많아지는 것에 그쳤다. 여기에 참가국 역시 작년과 동일한 35개국에 그쳤다.


▲ 지스타 유료 바이어 수 추이

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해질 경우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도 지스타 출전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퍼블리싱 계약이나 수출을 목적으로 참여하는 업체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그 열쇠가 되어줄 바이어 참여가 줄어든다면 국내 업체 역시 지스타에 대한 매리트를 느끼기 어렵다. 실제로 올해 지스타 B2B 부스 규모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1,189부스에 그쳤다.

따라서 주최 측에는 해외 업체 및 바이어들의 참여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큰 과제가 주어졌다. 특히 올해는 부산시와 협회가 맺은 '지스타' 개최 계약이 종료되는 시기다. 부산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지스타 개최지로 선정됐으며, 2017년에는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쉽게 말해 내년 지스타를 어디에서 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그리고 해외 업체 참여를 독려하는데 유리한 곳을 선정하는 것도 지스타 주최 측 입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기준이 되리라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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