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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마이어와 브루스 쉘리가 뭉쳐 게임을 만든다면… (세틀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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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도 소위 작품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게임, 다른 게임을 하다가도 그 게임이 생각나, 이런 저런 비교를 해보는 그런 작품이 있다. 독일 개발사, 블루 바이트의 세틀러 시리즈도 그런 묘한 매력이 있는 게임 중에 하나다. 블루 바이트라는 이름이 연상시키듯 세심한 경제, 경영과 전투 전략을 세우느라 날 밤 세우는 일이 늘겠지만 전략 매니아가 어찌 세틀러4를 지나칠 수 있겠는가. 절대자 `그`에게 반역을 꾸미다 지구로 추방당한 모르부스에 맞서 로마, 바이킹, 마야인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전투를 치뤄야 한다. 이런 걸 보고 내가 무심히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는 표현을 쓴다. 물론 자원을 모아 배럭을 건설하고, 병사를 길러 전투에 승리해야 하는 것은 여는 전략시뮬레이션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세틀러 시리즈는 도구 시스템과 전문가 시스템을 도입해 전혀 다른 형태의 게임이 되었다. 병사 한 명을 길러내기 위한 과정이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다고 지레 겁먹을 수도 있겠지만, 막상 플레이를 해보면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한눈 팔다간 \"You have lost\"란 자막을 열심히 보아야 할 것이다.

정착민들을 마구 부려먹는 내가 미워
세틀러 4의 도구 시스템은 전투를 하기 위해선 무기가, 일을 하기 위해선 도구가 필요하다는 당연한 생각을 게임 플레이에 이식한 것이다. 물론 무기나 도구를 만들기 위해선 철, 석탄 등이 필요하고, 그런 광물 자원을 캐기 위해선 곡괭이와 광부들이 먹을 음식이 있어야 한다. 식량에는 물고기, 빵, 고기가 있는데, 이 역시 어부와 제빵사 그리고 푸주간을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어부는 낚싯대, 제빵사는 밀가루와 물이, 푸주간은 도끼가 필요하다. 이런 식이다. 단 하루를 살기 위해서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자원이나 물품 관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정착민들을 어떻게 배분해 일을 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 전문가 시스템이 도입되어 오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게이머는 전문가들만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데 전문가로는 정원사, 지질 전문가, 도둑, 개척자, 성직자 그리고 군인들이 있다. 그들을 잘 길러내 어떻게 활용 하냐가 승리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요요나 하며 한가롭게 놀고 있는 정착민들의 모습은 참 정겹다. 하지만 승리하기 위해선 맘 단단히 먹고 악랄해져야 한다.

네번째 세틀러 이렇게 새로워졌다
시리즈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인 전작과의 유사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해 세틀러 4는 적절한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그래픽에선 3D렌더링을 지원해 더욱 섬세하고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곡물 농장과 방앗간 사이를 캐리어가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길이 생겨나고,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과 들판을 오고가는 야생동물들은 게이머의 눈을 즐겁게 한다. 800×600에서 1,280×1,024까지 지원하는 화면모드에 줌아웃 기능이 추가되어 게이머의 취향이나 상황에 알맞게 조절해 유니트를 보다 쉽게 컨트롤할 수 있게 도와준다. 새롭게 추가된 사운드와 배경음악은 게임 속으로 게이머를 빨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지 성우들의 음성이 빠져 있어 썰렁한 미션 화면만 보아야 하는 것이 옥에 티라면 티일 것이다. 또한 부대 지휘관 유니트를 추가해, 좀 더 흥미 있는 전투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동수단으로 나귀수레가 추가되어 국경을 넘어 좀 더 빠르게 물자를 유통시킬 수 있으며, 더욱 편리해진 인터페이스로 게임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워졌다. 여기에 외계 종족인 어둠의 부족을 추가해, 계속된 부족간 영역 다툼에 질려있을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신들은 술을 좋아한다?
세틀러 4에서는 싱글 게임으로 크게 3가지 형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우선 로마, 바이킹, 마야 종족의 특징들을 경험할 수 있는 3개의 미션을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리고 세틀러 4의 백미인 어둠의 종족과의 힘겨운 전투가 12개의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전략을 맛 볼 수 있는 9개의 맵이 준비되어 있다. 미션은 자원과 지형의 변화, 적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사용해야 승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싱글플레이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게이머들을 위해 최대 8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게임을 지원한다. 하지만, 스커미쉬 모드와 맵 에디터 기능이 빠져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3종족은 일면 유사하지만, 종족의 특징이 잘 녹아 들어가 있어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며, 차별화된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했다. 가령 마나를 모으기 위해선 모두 작은 사원에 술을 바쳐 신을 취하게? 해야 하는데,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로마족은 포도주를, 마야인들은 건조한 지형에서 잘 자라는 용설란을 이용한 멕시코 전통주인 테킬라를, 바이킹은 벌꿀주를 공양해야 한다. 전투에선 로마는 메딕을 이용해 속전속결 보단 지구전을, 바이킹은 공격적인 도끼 병사를 이용한 빠른 전투를 해야 효과적으로 승리를 얻을 수 있다. 마야족은 독침병이 있어, 공격시에 피해를 적게 입으며 공격할 수 있다. 성직자들의 마법 역시 차이가 나, 전투와 건설에서 색다른 전술을 적용해야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게이머들에게 염색약과 영양제를 지급하라!
세틀러 4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몇몇 인공지능에서 발생한다. 가령 어둠의 부족 정원사와 병사가 함께 있다면 우리 병사는 적 병사가 아닌 어둠의 정원사만 열심히 공격한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전투에서 어설픈 공격에 주의를 하지 않는다면 전멸 당할 수도 있다. 또 전우가 날개를 착용하고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나 몰라라 전투대형에서 이탈해 먼 산만 바라보는 병사가 자주 눈에 뛴다. 캐리어가 자재를 운반할 때 같은 종류의 건물에 한 곳엔 석탄만, 한 곳엔 철재만 주로 공급해, 도구를 만들지 못해 마냥 시간만 축내고 있다면,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까? 그리고 초보 게이머를 위해 좀더 다양한 난이도 모드가 필요하다. 세틀러 4는 이지와 노멀 난이도만 제공하는데, 막상 이지 모드를 플레이해보면 `이거 이지 모드 맞아?`라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또한 싱글미션에선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갑작스런 좌절감에 자신의 아이큐를 원망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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