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나도록 연습하라, 그 성취감은 무한할 것이니
시노비. 시노비는 닌자의 인(忍)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노비의 사전적 단어 자체는 도둑질이나 미행 등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그냥 닌자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이번에 SK글로벌에서 출시한 게임 시노비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닌자’가 되겠다.
일본의 닌자는 참으로 유명한 캐릭터다. 원래 닌자란 특정 권력층과 계약을 맺고 정찰, 정보수집, 암살, 군중선동 등 오늘날의 첩보원과 유사한 직업이었으나 일본의 문화는 이들을 어둠속에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둠의 그림자였던 닌자를 초인의 힘을 가진 미스테리한 존재로 부각시키고 이와 연관된 각종 문화 상품과 캐릭터로 세계의 대중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오늘날의 닌자를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만들어, 전세계의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너무나 자주 등장해 신물이 날 정도로 되었지만 결국은 일본을 홍보하는 것에 있어서는 최고의 효과를 보았다.
시노비도 결국 닌자에 의존하는 게임
PS2용 게임 시노비도 닌자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부각하고 있는 타이틀이다. 게임의 스토리부터가 그렇다. 게임은 닌자집단인 오보로 일족의 비극에서 시작되며 역시 최강의 닌자인 호츠마와 모리츠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당주결정전에서 패배한 모리츠네는 호츠마를 원망하면서 사라지고 호츠마는 파괴의 검 아쿠지키를 얻게 되나 마음이 불편하다. 이 두 명의 닌자 호츠마와 모리츠네의 대결과 화해가 게임의 주된 구도를 이루며 플레이가 진행된다.
시노비의 주인공 호츠마의 기술은 닌자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부각시켜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스킬로 채워져 있다. 스텔스 대시라고 해서 순간적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기술부터 시작해서 커다란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화염이나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뇌진, 카마이타치 진공날 등 피와 살로 이뤄진 인간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솜씨를 보인다. 또한 벽달리기는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조차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이런 기술들은 인간이 열심히 연습해도 이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닌자라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상상이 게임에 담겨있는 것이고 이는 보편적인 일본인들의 닌자에 대한 생각이기도 한 것이다. 시노비는 바로 그런 일본인들의 닌자 숭배 또는 경외감이 담겨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개발자가 직접 밝힌 것처럼 이러한 기술만이 시노비의 전부가 아니다. 시노비는 닌자를 통해 불가능한 기술을 보여주면서 그런 기술들을 게이머에게 숙달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노비의 진정한 재미는 기본적으로 갖춰진 기술에 숙달된 게이머가 새로운 연계를 만들어 내는 것에 있다.
시노비의 진정한 재미는 당신에게 달려있다
공중 점프한 상태에서 앞으로 스텔스 대시를 하고 적을 베고 다시 그 상태에서 공중 전진을 하면서 다른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이런 기술이 숙달되면서 자연스럽게 가능해지고 더욱 다양한 방법과 연계가 구현되는 것. 상당한 연습을 요구하지만 이런 수준까지 도달하면 처음의 ‘그럴 듯 한 기술’은 사라지고 ‘인간으로는 불가능 한’으로 한 단계 올라가지만 게임의 재미는 더 높아진다. 결국 시노비의 진정한 재미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시노비는 액션게임이다. 머리 아픈 사색의 게임과는 달리 분명한 선을 긋기 때문에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조작이나 기술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8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동안은 게이머가 지루해지기가 쉽다. 매번 반복되는 점프와 대시, 힘들면 인술을 사용하고 다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칼을 놀리면 된다.
따라서 개발자는 액션게임의 한계를 극복하고 특별한 재미를 주기 위해 게이머로 하여금 성취감에서 느끼도록 유도했다. 시노비가 재미있다, 괜찮은 게임이다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요인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단순하고 간단한 액션과 기술을 통해 다양한 조합과 살인방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적을 죽이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기쁨보다는 시노비의 기술과 조작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멋지게 기술을 구사하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핵심은 바로 살진이다. 살진이란, 절정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무라이가 여러 명의 적을 한 호흡으로 베어내고 칼집에 검을 꽂으면 동시에 쓰러지는 모습을 지칭한다. 시노비에서의 살진은 제한된 시간에 정해진 적을 베어내야만 발동되기 때문에 평범한 방법으로는 펼쳐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게이머는 더 빠른 방법과 다양한 조작을 추구하게 되고 결국은 기술의 경지에 올라서게 된다. 그 성취감과 눈앞에 펼쳐지는 살진의 화학결합이 시노비를 이끄는 진정한 재미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더 나은 가능성을 차단한 시노비
하지만 이러한 시노비의 독특한 면은 액션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원하는 게이머에게는 오히려 냉대를 받게 되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아무나 막 패고 싶고, 때려 부수고 싶고, 피를 보고 싶어 하는데 부지런히 연습해서 더 나은 기술을 연마하라는 식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설정의 단순함을 극복하기 위해 최소한 다른 검과 수리검으로 바꿀 수 있거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 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길고 빨간 머플러를 사용하는 방법도 구현되었으면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시각적으로 보이는 캐릭터의 모습에서도 다양한 방법과 기술의 활용과 전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개발사인 오버웍스가 원하는 것과 추구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시노비를 통해 알 수 있지만 21세기 게임이라고 본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최소한 대작과 명작의 반열에 끼어들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글/김성진>
시노비. 시노비는 닌자의 인(忍)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노비의 사전적 단어 자체는 도둑질이나 미행 등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그냥 닌자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이번에 SK글로벌에서 출시한 게임 시노비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닌자’가 되겠다.
일본의 닌자는 참으로 유명한 캐릭터다. 원래 닌자란 특정 권력층과 계약을 맺고 정찰, 정보수집, 암살, 군중선동 등 오늘날의 첩보원과 유사한 직업이었으나 일본의 문화는 이들을 어둠속에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둠의 그림자였던 닌자를 초인의 힘을 가진 미스테리한 존재로 부각시키고 이와 연관된 각종 문화 상품과 캐릭터로 세계의 대중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오늘날의 닌자를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만들어, 전세계의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너무나 자주 등장해 신물이 날 정도로 되었지만 결국은 일본을 홍보하는 것에 있어서는 최고의 효과를 보았다.
시노비도 결국 닌자에 의존하는 게임
PS2용 게임 시노비도 닌자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부각하고 있는 타이틀이다. 게임의 스토리부터가 그렇다. 게임은 닌자집단인 오보로 일족의 비극에서 시작되며 역시 최강의 닌자인 호츠마와 모리츠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당주결정전에서 패배한 모리츠네는 호츠마를 원망하면서 사라지고 호츠마는 파괴의 검 아쿠지키를 얻게 되나 마음이 불편하다. 이 두 명의 닌자 호츠마와 모리츠네의 대결과 화해가 게임의 주된 구도를 이루며 플레이가 진행된다.
시노비의 주인공 호츠마의 기술은 닌자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부각시켜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스킬로 채워져 있다. 스텔스 대시라고 해서 순간적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기술부터 시작해서 커다란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화염이나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뇌진, 카마이타치 진공날 등 피와 살로 이뤄진 인간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솜씨를 보인다. 또한 벽달리기는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조차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이런 기술들은 인간이 열심히 연습해도 이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닌자라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상상이 게임에 담겨있는 것이고 이는 보편적인 일본인들의 닌자에 대한 생각이기도 한 것이다. 시노비는 바로 그런 일본인들의 닌자 숭배 또는 경외감이 담겨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개발자가 직접 밝힌 것처럼 이러한 기술만이 시노비의 전부가 아니다. 시노비는 닌자를 통해 불가능한 기술을 보여주면서 그런 기술들을 게이머에게 숙달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노비의 진정한 재미는 기본적으로 갖춰진 기술에 숙달된 게이머가 새로운 연계를 만들어 내는 것에 있다.
시노비의 진정한 재미는 당신에게 달려있다
공중 점프한 상태에서 앞으로 스텔스 대시를 하고 적을 베고 다시 그 상태에서 공중 전진을 하면서 다른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이런 기술이 숙달되면서 자연스럽게 가능해지고 더욱 다양한 방법과 연계가 구현되는 것. 상당한 연습을 요구하지만 이런 수준까지 도달하면 처음의 ‘그럴 듯 한 기술’은 사라지고 ‘인간으로는 불가능 한’으로 한 단계 올라가지만 게임의 재미는 더 높아진다. 결국 시노비의 진정한 재미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시노비는 액션게임이다. 머리 아픈 사색의 게임과는 달리 분명한 선을 긋기 때문에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조작이나 기술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8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동안은 게이머가 지루해지기가 쉽다. 매번 반복되는 점프와 대시, 힘들면 인술을 사용하고 다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칼을 놀리면 된다.
따라서 개발자는 액션게임의 한계를 극복하고 특별한 재미를 주기 위해 게이머로 하여금 성취감에서 느끼도록 유도했다. 시노비가 재미있다, 괜찮은 게임이다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요인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단순하고 간단한 액션과 기술을 통해 다양한 조합과 살인방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적을 죽이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기쁨보다는 시노비의 기술과 조작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멋지게 기술을 구사하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핵심은 바로 살진이다. 살진이란, 절정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무라이가 여러 명의 적을 한 호흡으로 베어내고 칼집에 검을 꽂으면 동시에 쓰러지는 모습을 지칭한다. 시노비에서의 살진은 제한된 시간에 정해진 적을 베어내야만 발동되기 때문에 평범한 방법으로는 펼쳐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게이머는 더 빠른 방법과 다양한 조작을 추구하게 되고 결국은 기술의 경지에 올라서게 된다. 그 성취감과 눈앞에 펼쳐지는 살진의 화학결합이 시노비를 이끄는 진정한 재미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더 나은 가능성을 차단한 시노비
하지만 이러한 시노비의 독특한 면은 액션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원하는 게이머에게는 오히려 냉대를 받게 되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아무나 막 패고 싶고, 때려 부수고 싶고, 피를 보고 싶어 하는데 부지런히 연습해서 더 나은 기술을 연마하라는 식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설정의 단순함을 극복하기 위해 최소한 다른 검과 수리검으로 바꿀 수 있거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 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길고 빨간 머플러를 사용하는 방법도 구현되었으면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시각적으로 보이는 캐릭터의 모습에서도 다양한 방법과 기술의 활용과 전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개발사인 오버웍스가 원하는 것과 추구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시노비를 통해 알 수 있지만 21세기 게임이라고 본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최소한 대작과 명작의 반열에 끼어들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글/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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