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잘 지어 인기 끈 게임
2002년 10월 발매된 <삼국 조자룡전(이하 조자룡전)>은 많은 삼국지팬이 좋아하는 조자룡이란 캐릭터를 이용해 관심과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접해본 게이머들은 한결같이 “속았다!”고 평가했다. 속았다고 말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게이머들이 조자룡전은 혹시 과거에 큰 인기를 끌었던 코에이 <영걸전> 시리즈(영걸전, 공명전, 조조전)의 최신작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영걸전 시리즈와 조자룡전은 아무 관계도 없다. 게임의 장르도 액션 RPG로서 영걸전의 SRPG 장르와는 판이하게 다르며 제작사도 대만회사로 일본 코에이와는 전혀 상관없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삼국지의 유명인물을 게임의 제목으로 썼다는 정도뿐이다.
게임 그래픽으론 무기의 차이를 알 수 없다 |
2편이라서 변화를 주었는데…
<조자룡전 2>의 패키지와 매뉴얼에는 <조자룡전 1>과 달라진 점에 대해 아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전작에선 일방적인 스토리가 진행된 것에 반해 2편에선 게이머가 직접 대답을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 장면의 삽입했으며 말을 이용한 기마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명한 아이템들과 전투들을 게임 속에서 재현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전작에 비해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픽 면에서는 전작과 ‘똑같은 엔진’을 사용해 ‘똑같은 그래픽’을 보여줘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또 사운드도 마찬가지로 2편에서 보여주는 게임의 외적인 모습은 전작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게임의 내용도 변화가 있다곤 하지만 느끼기 어렵다. 평범하게 느껴지는 스토리와 똑같은 전투 시스템, 아이템 등 여전히 다은 게임에 비해 한발 뒤쳐지는 게임 내용이라 큰 감흥을 얻기 어렵다.
무기와 적의 상성관계를 이용하면 많은 적도 쉽게 물리칠 수 있다 |
<조자룡전 1>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성이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래픽 문제를 제외한다고 해도 게임 구성과 진행에 대한 각종 문제들로 게임 완성도면에서 크게 부족한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이 문제는 2편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스토리는 딱딱하고 지루하게 진행된다. 스토리상 중요한 사건의 이벤트 임에도 가볍게 처리되어 넘어가는가 하면 등장인물간의 대화도 단조로워 별다른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벤트 부분은 전투를 하기 위해 거치는 귀찮은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액션 RPG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면에서도 주인공이 갖고 있는 공격패턴이 단순하고 적들의 인공지능도 낮아 전투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나마 <조자룡전 2>의 전투시스템 중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칼, 창, 활을 바꿔가며 싸우는 전투 시스템도 공격방법의 차이라기보다는 어떤 적에겐 어떤 무기가 강하다는 1:1 대응방식의 단조로운 상성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새로운 무기를 이용한 전술을 수립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보병에게는 칼, 기병에게는 창 같은 식의 단순한 상성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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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이란 이름만 아니었어도
떨어지는 게임 완성도와 전작에 비해 변화없는 2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나름대로 매력을 발산한다. 게임의 주 내용이 조자룡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갖는 매력이다. 조자룡은 삼국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수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룬 게임은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삼국지를 소재로 한 수많은 게임에서 그는 항상 조연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주연이 된 조자룡전은 게임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매력을 갖는다. 조자룡이란 인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고전 게임 디아블로를 꺼내 다시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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