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역사속의 주인공이 되어보자
엠파이어 어스란 게임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핵심 제작자 릭 굿맨이 역사를 주제로 만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나 현대전만을 다룬 C&C같은 게임이 아닌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를 넘나드는 스케일 큰 작품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저 그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아류작취급을 받아 큰 반향을 불러오진 못했다.
그렇지만 스테인레스스틸스튜디오는 이름처럼 녹슬지 않고 엠파이어 어스를 토대로 게이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발전시켜 후속작품이지만 전혀 새로워진 느낌의 엠파이어즈: 돈 오브 모던월드(이하 엠파이어즈)를 만들어냈다.
엠파이어 어스가 근 50만년의 역사를 한꺼번에 표현했던 것에 반해 엠파이어즈는 가장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시대를 추려 크게 5시대로 나누어놨다. 이로 인해 게이머는 자기가 좋아하는 시대를 선택해 좀 더 특성화된 환경에서 게임에서 즐길 수 있게 됐으며 전작에서처럼 도끼로 사냥을 하던 시대에 레이저 총이 등장하는 다소 황당한 장면은 연출되지 않는다.
시대의 세분화와 두 가지 모드
엠파이어즈의 가장 큰 변화는 좀 더 세분화되고 정교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엠파이어 어스를 플레이한 게이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게이머들이 가장 좋아한 중세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를 3개의 시대로 분리, 각각 4개의 문명으로 시작할 수 있게 했다는 것. 또한 제 1차 세계대전과 제 2차 세계대전시대에는 5개의 문명을 선택할 수 있어 총 9개의 문명을 가지게 된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점으로는 2가지의 독특한 게임모드를 지원하는 것이다. 전쟁을 좋아하고 스피드한 게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를 위한 액션모드와 전략을 위주로 제국건설을 해나가는 엠파이어빌더 모드가 그것이다.
전투또는 전략위주로 할 것인지는 게이머의 선택에 달려있다 |
빌더모드에서는 자원의 수량이 많지만 6명 이상의 일꾼이 한 번에 특정자원을 채취할 수 없으며 과학기술을 2배로 얻을 수 있다. 또한 벽과 탑이 매우 강력해 적의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 발전하기가 좋은 요건이 된다. 액션모드에서는 자원마다 20명의 일꾼이 자원을 채취할 수 있지만 빌더모드보다 자원이 부족하다. 하지만 빌더모드와 비교해 더 빠르게 자원을 채취하고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비용이 적으며 유닛의 변화와 진급이 빨라 전투위주의 게임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성이 뚜렷한 문명
엠파이어즈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처럼 다양한 문명이 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문명의 특징만큼은 매우 뚜렷한데 여타 다른 게임들이 모습만 약간 다른 캐릭터들이 비슷한 기술을 써오던 것에 반해 이 작품에서는 미국과 중국, 독일, 그리고 한국이 저마다의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플레이를 해나가게 된다.
개성이 뚜렷한 문명을 선택해 진행을 할 수 있다 |
이중 우리나라가 등장한다는 점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부분. 여태까지는 기껏해야 아이템이나 아티팩트로 국한돼 표현됐던 우리나라가 하나의 뚜렷한 진영으로 나온다는 것은 해외에서 발매된 게임으로선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특히 문명이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처럼 그냥 끼워넣기 식이 아닌, 작품의 주가 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그리고 문명의 특징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의 영웅유닛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순신이라는 친화적인 영웅을 필두로 내세워 거북선과 화랑까지 등장하며 미국은 패튼장군 등 각 문명별로 대표적인 영웅을 내세움으로써 문명의 차별성을 두었다.
이순신장군 이나 패튼 장군등 각 문명의 영웅이 자세히 소개되 나온다 |
이 작품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게임의 전반적인 시나리오의 흐름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썼다. 한 미션이 시작되면 그 미션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와 전체적인 배경이 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수박겉핥기 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상당히 긴 영상을 보여주며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엠파이어즈의 그래픽은 엠파이어 어스의 그래픽엔진을 개량해서 만든 것으로 실제로 접해보면 더욱더 완전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물의 반사 표현은 배의 모습이 바다에 비치면서 일렁이는 모습까지 나타낼 정도로 뛰어나며 유닛의 표현도 매우 디테일하다.
수면의 표현이나 인물의 정교함이 잘 나타난다 |
아쉬운 점은 음성한글화의 부재로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것. 플레이를 하는 내내 영어로 말하는 이순신과 조정대신의 모습은 흡사 쌀밥 위에 치즈를 얹어먹는 듯 거북함을 준다. 그리고 퍼즐 수준에 가까운 미션 역시 게임을 진행하는데 애를 먹게 하는 커다란 요인중의 하나. 예를 들어 성문사이에 갇힌 백성을 구하는 곳에서 문이 부숴지지도, 열리지도 않아 한참 애를 먹다 성문을 클릭하고 다시 밑에 나오는 세부명령을 클릭해줘야 한다는 점을 비롯, NPC들의 인공지능이 낮아 길을 헤매는 경우가 생기는 등 사소한 문제점이 게임의 장점을 가리는 연막으로 작용한다.
어쨌든 넘쳐나는 전략시뮬레이션의 틈바구니 속에서 엠파이어즈는 뚜렷한 문명의 특징을 지니면서 플레이방식을 게이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해 진행할 수 있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작품으로 역사의 고증 부분이나 각 문명의 영웅을 자세히 조사해서 내세운 점은 이 게임을 괜찮은 작품으로 만들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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