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왔다!” 혹은 “드디어 나왔다!” 정도의 말들이 게이머들의 입을 교차하며 오르내릴만한 ?게임 ‘마리오카트’가 “드디어 또 나왔다!”. 마리오카트는 1992년 수퍼패미컴으로 등장하여 간단한 조작성과 아기자기한 심리전 등으로 게이머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본내에서만 무려 380만장이 팔린 엄청난 히트작이다. 또한 1996년에는 마리오카트의 후속작이 닌텐도 64로 발매되어 일본에서 200만장, 북미에서 480만장 등 전세계적으로 1000만장에 육박하는 엄청난 판매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03년. ‘두명이 달린다’는 테마를 가지고 다시 돌아온 시리즈의 4번째 작품, ‘마리오카트 : 더블대시(이하 마카DD)’. 전작의 발매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마카 DD는 같은 음식을 여러번 먹는 것을 꺼려하게 된, 입맛이 까다로와진 게이머들을 어떻게 만족시킬까?
▲ 수퍼패미컴으로 발매된 수퍼 마리오카트 |
▲ 이쪽은 닌텐도 64용 마리오카트다 |
게임의
포인트가 살아있다
최근 수 년간 게이머들은 유명 시리즈의
최신작이 잘못된 흐름을 타서 몰락해버린 케이스를 여러 번 봐왔다. 그 안타까운
경우를 봐오면서 게이머들은 차라리 어설픈 진화보다 탄탄한 개량을 요구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기 시리즈 마리오카트의 최신작에 대해서도 게이머들은 ‘무엇이 변했는가?’보다
‘포인트가 살아있나?’ 쪽에 무게를 두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게이머라면 일단 마카 DD의 게임성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이미 수퍼패미컴 시절부터 작품을 크게 수리할 부분이 없을 정도로 기본 베이스가 완성되어 있다고 평가받아온 작품이기 때문에 시리즈가 발전해오면서 신선함이나 의외성은 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마카 DD 역시 전작과 비교해 눈에 띄는 신선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수퍼패미컴 때부터 확고하게 정착시킨 ‘레이싱을 하면서 대전을 즐긴다’는 컨셉이 주는 재미의 핵심포인트는 이번에도 제대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게임성은 여전히 친숙하고 정겹다. 다양한 연령대가 접근할 수 있도록 순차적인 난이도를 만들어둔 것도 GOOD! 컴퓨터의 인공지능도 굉장히 높아져서 150cc에서 적들이 아이템을 얼마나 지능적으로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 높은 인공지능을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너무 높아졌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150cc의 경우 난이도 상승폭이 100cc에 비해서 급격히 크다. 난이도가 게이머들의 도전욕을 자극시키는 수준을 벗어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점은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 변함없는 핵심포인트는 ‘레이싱을 하면서 싸우기’다 |
새로운
그래픽과 코스
마카 DD의 그래픽은 보기 싫지도, 그렇다고
굉장히 칭찬해줄만큼 뛰어나지도 않은 참으로 애매한 수준이다. 경계점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나 할까? 굳이 표현하자면 게임을 하는데 거슬리는 부분이 없고
마리오카트의 독특한 분위기는 잘 살려주고 있기 때문에 무난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발전한만큼 ‘DK서킷’에서 대포로 화산까지 날려주는 연출과
같은 색다른 연출력을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으로 마카 DD의 코스에 대해서 알아보자. 마카 DD는 멋지게 디자인된 코스도 있지만 차라리 전작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코스도 있어 일장일단을 보여준다. 시리즈 공통의 극악코스 ‘레인보우 로드’가 건재한 점, 수퍼마리오 선샤인의 스테이지를 코스화시킨 점 등은 특히 눈여겨볼만한 부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DK마운틴’인데, 그 이유는 게임 곳곳에서 표현되는 연출 때문이다. 게임에 있어서 ‘연출’이라는 요소의 비중이 7년 전의 전작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마리오카트 DD에는 16개의 코스가 등장한다. 상당히 많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볼륨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 역시 7년 동안 다른 레이싱 게임들의 스케일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코스가 많아졌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임에도 ‘사회성’은 존재하는 듯 하다.
▲ 여긴 수퍼마리오 선샤인의 코스다 |
▲ DK마운틴은 이번 작품의 꽃 |
‘더블대시’라는
테마가 변화시킨 밸런스
마카 DD는 시리즈 최초로 두명이 레이싱에
참가한다. 이것으로 인해서 마카 DD에서는 기존 시리즈가 유지해오던 밸런스가 대폭
바뀌었다. 밸런싱의 변화는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어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밸런스면에서 볼 때 마카 DD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첫 번째는 레이싱 실력의 비중을 높였다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레이싱 실력이 높다고 해도 아이템 운이 없으면 어이없게 승부가 뒤집히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이번 마카 DD에서는 실력 없이 단순하게 아이템 운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기는 어렵게 되었다. L, R 버튼은 용법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L, R 버튼은 전작에서 점프 버튼으로 사용되었지만 이번 마카 DD에서는 좌, 우측 드리프트로 사용되고 있어 제작자들이 의도적으로 운보다 실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운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다. 적정한 선에서 운의 중요함도 잊지 않고 구현해내고 있기 때문에 한방 역전도 불가능하진 않다. 전작보다 운의 요소가 조금 줄어들었을 뿐, 오히려 실력과 운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어 시리즈 중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가 되었다고 보여진다.
▲ 드리프트의 중요성이 훨씬 높아졌다 |
▲ 그래도 한방역전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
두 번째는 두 명의 캐릭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장단점이다. 우선 두 명의 캐릭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작보다 생각의 폭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전술도 다양해졌다. 어떤 상황에서 어느 캐릭터의 무기를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레이싱 전반에 걸쳐 순간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또한 캐릭터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게임성을 높여주는 ‘스페셜 아이템’의 도입으로 캐릭터에 따라서 새로운 전략을 짜보는 즐거움도 생겼다.
그 동안 운에 의해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졌던 드리프트 요령이나 터보 질주 등의 테크닉들이 중요해졌다는 점은 레이싱 게임으로서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아이템 공급이 용이하고 아이템을 두 캐릭터가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템을 사용하는데에 신중함을 떨어지고 긴장감을 약해진다는 단점도 있다.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색다른 아이디어 하나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 각 캐릭터마다 개성을 나타내주는 아이템이 있다 |
▲ 언제 누구의 아이템을 사용할 것인가! 순간의 선택이 순위를 좌우한다 |
뛰어난
완성도의 배틀 모드, 중독적인 거북이 쓰리쿠션!
당구는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다. 당구를 칠 줄 아는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당구를 배울 때 쿠션에 한
번 맛을 들이면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네모난 모든 사물이 ‘당구대’로 보이고 동그란
모든 사물은 ‘당구공’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마카 DD도 그에 못지 않다. 바로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동그란 사물이 ‘거북이’가 되어버리는 실로 놀라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랑프리 모드가 아닌 배틀 모드에서 상대방 카트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며 거북이
쓰리쿠션으로 상대방의 풍선을 터트리는 재미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 앗! |
▲ 거북이다(-_-) |
마리오카트의 진정한 재미는 ‘배틀 모드’에 있다고 주장한
게이머들이 많다. 필자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그랑프리 모드에서
친구들끼리 1, 2위를 서로 차지하고자 레이싱 도중에 상대를 약올리고 불타오르게
하는 건 배틀 모드와 비교해본다면 차라리 애교에 가까울 정도로 각종 치사하고 성질
긁을만한 장치가 배틀 모드 스테이지 내에 빠짐없이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지 설계부터
배틀의 밸런스를 고려해 구성되어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배틀 모드는 그랑프리 모드와는 다르게 고정된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풍선 3개를 없애는 것이 목적인데, 이 단순한 미션이 각종 아이템의 사용 밸런싱과 코스 밸런싱이 어우러져 아무리 즐겨도 지겨워지지 않는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또한 배틀 모드에 준비된 4개의 코스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배틀 방식의 다양성까지 가능해 더욱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 그랑프리도 좋지만 |
▲ 중독성은 배틀 모드쪽이 강하다 |
추억에
호소하는 게임과 추억을 계승하는 게임
늘상 마리오 시리즈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우려먹기 논쟁’. 우려먹기 논쟁에 휩싸이는
게임은 크게 나누어 ‘추억에 호소하는 게임’과 ‘추억을 계승하는 게임’ 중 하나다.
추억의 호소하는 게임은 과거 작품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준 추억을 이용, 이를 재포장한
게임들을 말한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과거의 추억에 젖은 게이머가 상당수
되므로 이들만 신작을 구입해주면 기본적인 수익구조는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경영진에 의해서 발매된 작품들을 의미한다.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이런 게임 중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고 ‘데빌 메이 크라이 2’ 역시
그런 작품 중 하나다. 게이머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대한 향수’,
‘과거 오락실에 대한 달콤한 추억’에 호소한 작품으로 밖에 필자의 눈엔 보이지
않는다.
▲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는 작품 |
▲ KOF 역시 추억만을 먹으며 즐기고 있다 |
그렇다면 추억을 계승하는 게임이란 무엇일까? 추억을 계승하는
게임이란 ‘새롭게 나오는 작품이 게이머가 가진 그 게임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망가뜨리지
않고 그 추억을 다시 되살려주며 추억에 추억을 덧칠해주는 작품’을 말한다. 마리오카트
시리즈를 비롯한 닌텐도사의 게임 대부분이 그렇다. 징그럽게도 많이 쏟아지는 마리오
브랜드의 게임들. 하지만 이 작품들에게서 게이머들은 장인정신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브랜드 가치를 이용해서 함부로 만드는 게임이 아니라 마리오에 대해 게이머들이
가지는 ‘추억’을 여러 가지 장르와 형태로 변화시켰을 뿐 그 본질은 언제나 같다.
마리오 카트 역시 과거의 추억을 그대로 추억으로 남기지 않고 최신 플랫폼으로 끌어와
과거의 추억을 이어준다. 히트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계속 쏟아지는 다른 시리즈들와
달리 ‘마리오카트’는 수퍼패미컴에서 한 번, 닌텐도 64에서 한 번, 그리고 게임큐브에서
한 번씩 발매되었을 뿐이다(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드웨어가
변할 때마다 추억을 계승하기 위해 시대에 맞는 ‘마리오카트’를 한 작품씩만 발매해서
게이머들이 추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닌텐도는 일종의 시간의 가교를 건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리오카트를 ‘우려먹기’라고 치부해버리는 말과 글을 볼 때마다
필자는 슬퍼진다.
◀ 대부분의 닌텐도 게임은 추억을 계승한다 |
새우깡과 마리오카트 DD
리뷰를 시작하면서 ‘이 게임을 맛에 비유한다면 뭐가 적당할까?’에 대해 자문한
적이 있다. 자, 이제 그 답을 내놓아야할 것 같다. 모법답안이 아닌 적당히 둘러대는
유사답안을 내놓아서 미안하지만, 필자가 느낀 마카 DD은 ‘새우깡’의 맛이라 하고
싶다. 뜬금없이 새우깡 맛이라니 좀 어리둥절한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새우깡의 광고문구가 있다. 말처럼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과자야 없겠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소비자들이 질리지 않고 사랑을 보내준다는 의미리라. 마리오카트 DD 역시 그렇다. 쵸코렛이 듬뿍 발라진 과자처럼 맛이 자극적이지 않더라도, 또한 최신유행을 따라가는 과자처럼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사랑받는 새우깡. 어줍잖은 시도로 팬들의 실망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화려한 겉모습으로 과도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마리오카트 DD. 서로 다른 두 개의 컨텐츠는 그런 의미에서 공통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새우깡과 마리오카트. 관련이 없을 듯 보이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
- 플랫폼
- 비디오
- 장르
- 레이싱
- 제작사
- 닌텐도
- 게임소개
- '마리오 카트 더블대시'는 닌텐도의 차세대 콘솔 게임기 '게임큐브'로 발매된 '마리오 카트' 신작이다. 시리즈 최초로 2인 1조 팀시스템이 채용되어 아이템 공방에 따른 레이싱 대결이 더욱 격렬하게 펼쳐진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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