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박스를 ‘테크모머신’이라고 지칭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기다리던 게임이 드디어 선보였다. 바로 테크모 닌자팀에서 개발한 ‘닌자가이덴’이 그것이다. 왜 수많은 엑스박스 유저들이 닌자가이덴을 기다렸는지 그리고 기다림 끝에 꿀과 같은 단맛을 느꼈는지 지금부터 차근히 살펴보도록 하자.
닌자 용검전의 시리즈인가 DOA의 시리즈인가?
닌자가이덴의
계보를 살펴보면 패미콤 시절 사악한 난이도를 자랑했던 닌자용검전 시리즈의 최신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테크모 닌자팀의 수장인 이타카키는 “과거 시리즈의 계보라기
보다는 세계관을 빌린 또하나의 게임이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가 손대지 않았던
게임에 대한 오마쥬를 엑스박스의 파워를 빌려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 이 여성들은 DOA와 닌자용검전에 이미 출연한 경험이 있다 |
또한 닌자가이덴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데드 오어 얼라이브(이하 DOA)의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인 류 하야부사는 DOA 시리즈에 등장하는 바로 그 하야부사이며 카메오처럼 등장하기는 하지만 아야네가 14살 때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국 닌자가이덴은 이타카키의 생각대로라면 DOA의 컨텐츠를 이용해 만들어낸 DOA 익스트림 비치발리볼과 여주인공들인 카스미와 아야네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다루는 ‘DOA 코드 크로노스’를 이어주는 고리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Xbox의 풀파워를 보여주는 그래픽
닌자팀이
PS2에서 Xbox로 플랫폼을 변경했을 때 무모한 도전이자 상업적 가치를 포기한 행위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게임이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의 게임을 표현해줄 하드웨어로 Xbox를 선택했다. 그리고 닌자가이덴에
와서 결과물을 우리 앞에 선보였다.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단순한 액션게임치고는 너무 배경묘사가 자세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배경의 세밀함을 자랑한다. 과장해서 실사를 보는듯한 나무들과 절벽, 그리고 이글거리는 불꽃 등은 대작 RPG에서 보던 이벤트 CG같은 느낌을 주기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배경도 결코 소흘히 하지 않았다 |
DOA 3의 배경중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낙엽이 떨어지는 숲속을 생각해보자. 그 배경의 휘날리는 낙엽을 실제와 같이 보여주기 위해 낙엽 하나하나를 그려냈던 그 퀄리티 그대로 닌자가이덴의 전체 배경이 묘사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물론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의 광원효과로 인해 게임에 등장하는 말이나 옷, 캐릭터의 피부가 고무처럼 보이는 경향도 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돋보이고 있다.
▲빛과 그림자의 조화. 광원효과는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다 |
가장 깜짝 놀랐던 점은 스테이지 3에서 보여준 공중에서의 다중 스크롤이다. 땅에서 보이는 야경은 천천히 흘러가고 비행선 주위의 구름들은 속도감 있게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봤을때는 게임진행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만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배경도 게임의 일부이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닌자팀의 모토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 다중스크롤의 압박이 손을 멈추게한다 |
지난해 E3부터 TGS까지 공개했던 게임영상은 대부분이 CG로 구성된 영상들이었다. 당연히 CG로 만들어진 영상은 실제 플레이영상과 많은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 하다보면 스테이지마다 하나이상의 CG 동영상과 게임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이벤트컷이 등장한다. 물론 누구나 CG와 일반 게임 그래픽을 구별할 수 있겠지만 퀄리티 면으로만 따지고 보면 CG가 게임 그래픽 같고 게임 그래픽이 CG같다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화려한 액션과 조작감 그리고 게임 시스템
닌자가이덴의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을 기존 게임에 빗대어 말하면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천주’의 맵을 ‘데빌 메이 크라이’처럼 움직이며 ‘귀무자’처럼
적과 싸워나가는 ‘시노비’ 같은 게임정도로 정의해볼 수 있다.
특히 조작법이 DOA와 같은 버튼의 조합에 의한 기술발동으로 격투게임의 조작감을 차용하고 있다. 기본무기인 ‘용검’을 비롯해 ‘쌍절곤’, ‘워해머’ 등의 무기는 고유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조작법에 따라 다양한 연속공격을 펼칠 수 있다. 무기에는 레벨이 있어 무기레벨을 올릴 때마다 추가되는 기술이 있고 이에 따라서 하나의 무기에 20가지의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게된다. 이런 기술을 통해 느끼는 타격감은 그야말로 손끝에 짜릿하게 다가온다.
▲ 타격감을 물어본다면 직접 느껴볼 수밖에... |
하지만 액션게임에서 골치를 썩이면서까지 복잡한 기술을 외울 필요는 없다. DOA가 그러했듯이 자신이 원하는 몇몇 기술만 익혀놓고 마구잡이로 눌러대도 멋진 기술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많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원하는 기술을 선택해야하는 고민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눌러도 뭔지 모르겠지만 기술 하나는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조작감은 상쾌하면서 호쾌한 느낌을 가져다주고 있으며 각 동작끼리의 연결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전반적인 플레이 느낌은 역대 최고의
액션
역대 최고라는 말에 딴지를 걸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본인이
느끼기에는 최고라는 말이 아낌없이 나올 정도로 멋진 게임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살인적인 난이도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게임은 어렵게 다가온다. 기존 액션게임에서
정형화된 일반적인 적들의 움직임이 아닌 하나하나가 주인공 캐릭터와 동등하거나
때로는 더 강함을 보이고 있다.
▲ 대량생산제품 이라고 결코 무시하지 마라 |
또한 1:1로 싸우는 것이 아닌 1:다수의 무리와의 전투를 벌여야 하는데 인공지능의 뛰어남을 볼 수 있다. 정면에서 공격을 하고 있으면 어느순간 또 다른 적이 뒤를 파고들어 노리며 협공을 가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가드를 하고 있으면 격투게임처럼 잡혀서 대미지를 받게되는 것은 물론이다.
▲등 뒤를 조심하라! |
▲공격이 최선의 수비는 아니다 |
따라서 똑같은 스테이지의 같은 장소를 다시 플레이해도 너무나 많은 상황변화가 생긴다. 어쩔때는 쉽게 지나갈 수 있지만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점은 액션게임의 단점이었던 정형화된 패턴에 의한 지루함을 날려준다. 물론 이것이 난이도 상승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닌자가이덴이 100%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3D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인 시점은 역시 피해가지 못했다. ‘시노비’, ‘귀무자’처럼 자동으로 카메라 시점을 이동시켜주기는 하지만 벽에 가려서 캐릭터를 찾아볼 수 없는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몇몇 스테이지에서는 적의 위치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벽 근처에 가면 투명처리해주는 효과도 찾아보기 힘들다. 시점문제가 닌자가이덴의 단점중 하나다.
적절한 퍼즐과 심각한 난이도 그리고
플러스 알파
액션게임이지만 적절한 퍼즐요소를 추가해 어드벤처(?)게임과
같은 게임성을 추가했다. 귀무자에서 보던 격자 퍼즐같은 요소는 물론 주변 사물에서
힌트를 얻어 문제를 풀어나가는 어드벤처성은 액션 외에도 느끼는 또 하나의 재미다.
그리고 퍼즐 이후에는 확실한 보상이 주어진다. 몇몇 스테이지에서는 죽이고 죽여도
계속 등장하는 적 때문에 머리털이 다뽑힐 지경이 된다.
▲ 처음에는 짜증내다가 결국 친숙해지고 마는 'Game Over' |
그러나 이 또한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는 퍼즐에 속한다. 이 시험을 통과한다면 인술게이지가 늘어나거나 무기를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등의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렇게 숨겨진 요소가 닌자가이덴 곳곳에 퍼져있다. 이를 찾아내는 것도 게이머의 선택이며 해결할지 그냥 지나갈지 역시 게이머의 선택이다.
심각한 난이도는 같은 장소를 몇 시간동안 반복하게 만드는 주 원인이다. 세이브도 몇몇 지정 포인트가 있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덕분에 보스전을 클리어하고 스테이지를 넘어갔어도 세이브를 안하고 다음 스테이지에서 사망했다면 이전 스테이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지막 세이브 포인트에서부터 다시 시작이다.
▲보스를 클리어했다고 안심하지 마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 |
그러나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포기한다는 마음보다는 꼭 클리어 해버리겠다는 오기가 발동하게 될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클리어 이후 오는 뿌듯함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이 바로 닌자가이덴의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게임 시스템적으로나 하드웨어적으로나 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Xbox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게임 진행중 동영상 로딩도 거의 없으며 맵 로딩도 보기 힘들다. 로봇대전처럼 전투를 할 때마다 로딩의 지루함을 느낄 여유는 고사하고 가끔 숨돌릴 여유를 찾을 정도로 로딩시간은 쾌적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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