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善戰者, 立於不敗之地, 而不失敵之敗也(고선전자, 입어불패지지, 이불실적지패야)
‘고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패배하지 않는 지형에 입장하여 적을 패배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분실하지 않는다’ 손자가 말하기를 승병의 첫번째는 도(국토의 넓이를 재는 것)라 했으?이는 전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형지물의 이용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전쟁게임에서는 이런 지형지물의 이용이 얼마나 반영됐을까? 전쟁게임의 시초인 보드게임 리스크(Risk(1959))에서부터 시작된 전쟁게임은 애플(Apple)시절의 오거(Ogre)를 시작으로 턴제전략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로 디지털화되기 시작한다.
▲인형놀이가 인조인간에 대한 열망이라면, 보드게임은 가상전쟁에 대한 열망일지도? |
초기 턴제전략시뮬레이션은 군사용시뮬레이터라는 명성에 걸맞은 극악한 난이도와 장기간의 플레이시간으로 일부 마니아만 즐기는 장르였지만 현실적인 난이도와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슈퍼대전략’과 ‘삼국지’ 등으로 인해 점차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장르로 변모하게 된다.
이 시절 게임들의 지형지물에 관한 개념은 게임에서 말이 위치하는 그 한 칸(셀)의 지형특징을 말하는 것으로 숲에서는 방어력이 상승하지만 공격력이 하강한다는 식의 매우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수긍할만한 부분을 포함한 것이 고작이었다.
▲턴제시뮬레이션의 활성화에 가장 많이 기여한 나라는 바로 일본. '수호지', '삼국지', '징기스칸' 같은 고전에서부터 슈퍼로봇들의 전쟁까지 꾸준히 인기 턴제시뮬레이션게임을 개발해내고 있다 |
세월이 지남에 따라 발전한 기술은 웨스트우드의 듄 2를 시초로하는 RTS로 넘어가게 된다. 리얼타임시뮬레이션의 약자인 RTS는 실시간으로 게임이 진행돼 매우 긴박감 넘치는 플레이는 가능하지만 오히려 턴제시뮬레이션에 비해서 지형지물의 비중보다는 얼마나 유닛을 효율적으로 빨리 뽑아내느냐가 관건인 게임이 되버려서 지형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동선중시형 전략게임으로 전락한다.
이후 그래픽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FPS에서 시작된 3D그래픽의 열풍이 RTS장르에도 몰아쳤으나, ‘토탈 어나힐레이션’을 필두로한 3D RTS는 공간감을 이용한 현실적인 지형지물 전술의 표현보다는 눈요기에 그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어드벤처였던 전작과 180도 바뀐 장르로 RTS의 효시라는 이름를 거머쥔 '듄 2' |
▲그당시 충격적인 그래픽으로 3D RTS시대를 연 '토탈어나힐레이션' |
이처럼 뭔가 20% 부족한 전쟁게임의 역사 속에 진정 손자병법의 오의를 실현시킬 게임이 등장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그라운드 컨트롤’ 이었다.
▲이게 4년전 게임의 그래픽이다. 믿겨지는가..-_-;; |
2000년 매시브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그라운드 컨트롤은 기존 RTS과 차별화된 지형의 고저차를 이용한 전술, 병과에 따른 상성관계를 현실에 가깝게 적용한 게임성으로 E3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세상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라운드 컨트롤의 모습. 4년전 게임이지만 그래픽의 정교함이나 움직임은 상당하다 |
▲특히 공중유닛의 움직임은 지금 봐도 가히 예술이다 |
4년만에 등장한 그라운드 컨트롤 2(이하 그컨 2)는 발매 당시 지금까지 나온 어떤 RTS보다도 정교하고 사실적인 그래픽에, 전작의 전술성은 유지하면서 좀 더 대중의 입맛에 맞게 개선된 작품이다. 손오공을 통해 한글화되어 출시된 그컨 2의 변화상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자.
그라운드 컨트롤 vs 그라운드 컨트롤 2
그라운드 컨트롤과 후속작인 그라운드 컨트롤 2는 같으면서도 너무나도 다른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유저들이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풍경이 많이 눈에 띈다. 이는 그만큼 전작의 작품성이 뛰어났다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후속작의 완성도도 전작 못지 않게 특출나다는 뜻이 될 수 있겠다.
그컨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획기적인 수준의 그래픽을 선보였다. 정교한 그래픽의 디테일도 놀라웠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역시 유닛들의 움직임으로 공중을 선회하는 전투기와 땅 위를 달리는 버기카들의 움직임은 지금 봐도 놀라운 수준이다.
▲그컨을 보면 멋진 후속작은 훌륭한 전작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
그컨 2 역시 FPS에 필적하는 놀라운 그래픽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전작에 비하여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많이 딱딱해져 일반 RTS와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컨 2는 기존 RTS에서 보기 힘든 진일보한 그래픽이 일품이다 |
이는 그컨과 그컨 2의 게임성의 차이에도 기인하는데, 제한된 병력을 이용하여 전략적인 플레이를 했던 그컨과 달리 전술지역을 점령하여 대규모 병력으로 전투를 벌이는 그컨 2의 게임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컨 2는 전술지역을 점령함으로써 병력의 강화를 꽤할 수 있다 |
▲또한 폭격과 같은 다양한 전술효과도 누릴 수 있다 |
어떻게 보면 그컨에 비하여 그컨 2의 전략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그컨 2는 전작에 비해 좀 더 다양한 내용을 포함함으로서 전략적인 보강을 꾀하고 있다.
지형이 높은 곳에 있는 쪽이 더욱 유리하다는 점 이외에 숲을 이용한 전술과 버려진 건물을 이용하는 전술 등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은 더욱 다양해졌으며 전술각 시스템이 도입돼 정면보다 측면과 후면에서 적에게 더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그컨 2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숲을 이용하면 데미지를 최소화 시킬 수 있다 |
▲건물의 이용이라는 요소는 레드얼럿 2에서도 나왔던 요소이지만 그컨 2의 건물요소는 방향과 인원의 제약으로 인해 한단계 높은 전략성을 가지고 있다 |
그 외에도 융합시스템이 특이한 바이런 방랑족이라는 종족이 추가되어 전반적으로 평이했던 전작의 종족분화가 더욱 개성있게 변모해 종족에 따른 다양한 전술을 구가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바이런 방랑족의 매력은 바로 퓨전..-ㅂ-; |
▲융합을 통해 좀 더 강력한 유닛으로 진화한다 |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그컨에 비해서 그컨 2의 전략적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대중적으로 좀 더 쉽게 적응이 가능하고 병력의 생산을 통한 새로운 전략적 재미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대중과 마니아의 사이에서
비록 출시일이 늦어졌다는 단점을 안았지만 그컨 2의 한글화는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다. 특히 싱글플레이어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 재미를 반도 못느끼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그컨 2는 개발사인 메시브엔터테이먼트에서 4년의 기간동안 얼마나 그컨 특유의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작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결과물인 그컨 2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은 게임이다. 그래픽은 놀랍고, 게임의 완성도는 매우 만족스럽다. 하지만 대중성과 마니아를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그컨 2는 조금 복잡한 게임이다. 하지만 한글로 설명을 해주는 친절한 게임설명을 조금만 신경써서 따라간다면 그컨 2는 누구에게나 매우 재미있는 게임으로 다가설 것임은 확실하다.
▲불법복제 유저들에게는 '헤일로 스톰'의 심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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