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2006은 2월 10일부터 26일까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최될 예정인 동계올림픽 ‘토리노 2006’의 공식지정게임이다. 동계올림픽 공식지정게임으로 선정된 만큼 게임은 그에 합당한 퀄리티를 지녀야 할 텐데, 실제로 플레이 해 본 이후의 소감은 별로였다. 차라리 안 나왔으면 욕이라도 안 먹을텐데, 게임은 출시와 함께 ‘올림픽게임=단순하고 특징없는 게임’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동계올림픽 홍보용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목적은 동계올림픽의 홍보!
‘이
게임이 왜 등장했는가?’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영화배우들이 영화개봉을
앞두거나 가수들이 신곡을 발표하면 각종 연예프로그램에 출현해 해당작품을 홍보하지
않는가? 게임도 마찬가지다. 하계올림픽이나 동계올림픽, 월드컵과 같이 누구나 알고있는
빅이벤트가 열릴 땐 여지없이 그와 관련한 게임이 함께 등장한다. 하지만 그 중에
성공한 것은 축구와 야구, 농구 정도. 매 종목이 단시간에 끝나버리는
올림픽소재의 게임은 적어도 한국에 있어선 홍보용 게임일 뿐이다.
이 게임은 독일의 동계스포츠게임 전문제작사 49게임즈가 개발, 2K스포츠가 유통을 맡았다. 올 겨울만 해도 이 두 회사가 출시한 동계스포츠게임은 무려 3개(스키 알파인 2006, RTL-스키스프링겐 2006, 토리노 2006). 머스콤으로 출시될 예정인 ‘보드 밀러 알파인 스키’까지 합치면 49게임즈는 올 겨울에만 4개의 스키관련 타이틀을 출시하는 셈이다. 각각의 게임에 대해 차별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스키와 관련한 또 다른 대회가 개최된다면 이름만 바꾼 게임이 더 나올지도 모른다.
다른건 몰라도, 쇼트트랙이 없다!
그나마
토리노 2006은 49게임즈의 다른 타이틀에 비해 종목의 종류가 많은 셈이다. 게임에는
총 15종목이 등장한다. 하지만 룰이 약간씩만 변형된 종목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차별화된 종목은 5개(알파인스키, 스키점프, 스피드스케이팅, 바이어슬론, 봅슬레이)
밖에 안된다. 동계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은 물론이고, 화려한 공중묘기를 펼칠
수 있는 프리스타일스키, 아이스하키, 컬링(얼음 위를 막 문질러 원 안에 볼을 넣는
것), 스노우보드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다른거 다 제껴놓고라도 한국인의 자랑
쇼트트랙이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
게임은 출시 전부터 대회가 펼쳐질 유명경기장과 선수들의 데이터를 수록했다고 소개됐다. 각 선수들의 동작이나 특이한 퍼포먼스의 차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능력치의 차이나 유명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것과 관련한 것은 하이스코어를 갱신한 후 나오는 랭킹이름(Dierk, Ronny, Thomas 등)이 전부였다. 80년대 아케이드 게임도 아니고, 알지도 못하는 이름을 보고 뭘 느끼란 거였는지 궁금해진다. 경기장 역시 로딩장면에서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 크기나 특징에 대한 다른 데이터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깔끔한 그래픽, 실시간 해설
게임의
그래픽은 어떠한가? 일단 메뉴화면과 속도, 시간, 랭킹에 대한 인터페이스는 한 눈에
들어오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 하다. 또 카메라를 움직여 선수의 소개하는
인트로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빛에 반사된 선수나 눈, 빙판의 표현이나 경기장
역시 화려하진 않지만 다채로운 색상으로 꾸며져 보기 좋았다. 하지만 동일한 모습에
똑같이 행동하는 관중들을 보니 게임의 질이 확 떨어져 보인다. 경기 후 성적에 대한 퍼포먼스
역시 ‘환호와 좌절’ 이 두가지 뿐! 시상식도 다를 바 없었다.
경기를 펼치면 게이머의 행동에 따른 해설이 실시간으로 흘러나온다. 스타트를 잘했는지를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 실수를 하거나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으면 그에 따른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승리의 기쁨을 극대화시키거나 패배의 아픔을 더 깊게 해 줄 침울한 배경음은 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단점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게임에서 사운드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쉬운 조작, 생동감은 종목마다 달라
게임의
조작은 쉽다. 대부분 화살키 만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으며, 알파인스키, 바이어슬론
정도에서 다른 키를 추가로 사용할 뿐이다. 하지만 조작법이 쉽다고 높은 기록을
갱신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선 경기내내 실수하지 않도록 선수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조정해야만 한다. 게임은 그것을 잘 표현했는데, 봅슬레이나 스키점프에서 방향을
조작하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 외 스피드스케이팅과 봅슬레이, 루지에서
방향키를 타이밍에 맞춰 누르는 것은 리듬액션게임과 흡사해 신선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종목마다 느껴지는데 차이가 있다. 알파인스키에서 경사면을 내려갈 때는 스피드나 커브에 대한 원심력을 느낄 수 있지만, 실수를 해 넘어지기라도 하면 눈 위에 떠있는 것과 같이 어색해 질 수 있다. 반면, 바이어슬론에서는 과녁조준시 체력소모에 따른 손의 흔들림을 다르게 표현해 사실성을 높였다.
접대용이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게임!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볼륨이 작다는 것이다. 일단 게임을
접하고 2~3시간 정도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길어야 하루, 그 이상 즐길만한
요소가 게임속엔 존재하지 않는다. 제한기록을 돌파해 새로운 국가나 옵션들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하지만 2만원 정도로 가격도 싼 편이고, 4인 대전까지 펼칠 수 있으니 접대용이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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