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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를 뛰어넘었다!(블루드래곤)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이 사카구치 히로노부의 Xbox360용 신작 RPG 블루 드래곤이 드디어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블루드래곤은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가 캐릭터 디자인을, 파이널 판타지의 우에마츠 노부오가 음악에 참여해 마치 SFC용 명작 RPG ‘크로노트리거’를 연상케 하는 드림팀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번에 발매된 버전은 아쉽게도 일본판 그대로이기 때문에 동봉된 대사집을 보면서 플레이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도 내년 3월에는 게임 내의 모든 텍스트 및 음성이 완벽하게 한글화된 버전이 다시 발매된다. 이번 리뷰에서는 블루 드래곤과 사카구치의 이전 작품들을 포함한 종래의 RPG들을 비교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 Xbox의 수호신 청룡,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다!

■ 기존 RPG를 한층 더 발전시킨 시스템

블루 드래곤을 처음 플레이하면,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으면서도 신선함이 느껴지기는 이상한 기분이 들 것이다. 특히 오블리비언 등의 미국제 RPG와는 달리 스토리상의 자유도가 거의 없는 것이 대조적이다. 이 부분은 역시 사카구치가 디렉터를 맡았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나 그 외 드래곤 퀘스트 등의 전형적인 일본제 RPG의 특징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스퀘어의 사가 시리즈 같은 프리 시나리오 시스템의 RPG와는 진행상 많은 차이가 있다. 신선한 점은 이렇게 자유도가 낮은 시나리오를 여러 장소를 조사할 수 있게 만들어 보완하고 있다는 점이다.

▲ RPG! 그 이외의 수식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 사가 시리즈의 자유도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 리얼함을 추구하기보다는 개성을 잘 살려낸 그래픽

블루 드래곤에서 가장 처음 받는 인상은 바로 ‘화려함’이다. Xbox360의 머신 파워를 빌어 고해상도의 HD 디스플레이로 표현되는 게임화면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최고! 화려한 그래픽 하면 역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겠지만, 블루 드래곤의 그래픽은 파이널 판타지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파이널 판타지처럼 리얼 지향이 아니면서도 그림자, 빛, 물 등 세부 표현의 퀄리티가 높다는 점이 더욱 신선하다. 오히려 무비와 게임 화면에서 화질이나 그래픽 등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은 파이널 판타지를 능가하고 있다. 고해상도에서도 높은 수준의 보여줄 수 있게 된 지금 철저하게 디테일과 리얼함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블루 드래곤처럼 지금까지 없었던 개성넘치는 표현이 더욱 유리한 걸지도 모른다.

▲ 픽사에서 토리야마 작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이런 느낌일까?

블루드래곤은 토리야마의 그림이 생명을 얻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똑같이 토리야마의 캐릭터들을 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보다도 퀄리티가 높다는 느낌이다. 드래곤 퀘스트 최신작들과는 달리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의 툰렌더링 기법이 아닌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연상케하는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매우 독특하면서도 화려하다. 또한 다른 과거 작품들에 비교해 적극적으로 화면상에 피사계심도를 묘사해냈다는 점도 매우 신선하다.

파이널 판타지 최신작에서도 이벤트 데모 버전에서 피사계심도 묘사를 가끔 볼 수 있었지만, 블루 드래곤처럼 이벤트씬은 물론 필드맵에서까지 적용된 게임은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다. 단 플레이하면서 유난히 의식하게 될 정도로 지나치게 깊이 표현된 느낌도 있어 플레이어에 따라 불편함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 무비와 게임 화면의 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 리얼타임 모델과 동영상의 갭이 컸던 과거 작품들(화면은 ‘파이널 판타지 12’)

■ 진화의 정점에 달한 최고 수준의 게임성

블루드래곤은 오래간만에 선보이는 대작 타이틀답게 정교하며 게임성도 매우 높아 쉽게 빠져들게 된다. 많은 면에서 질리거나 늘어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전투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그보다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우선 필드상에 적이 보이므로 인카운트의 짜증 없이 척척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점이 플러스 요소. 또한 여러 적들을 모아 한꺼번에 싸움을 걸 수도 있고, 필드상에서 직접 적에게 대미지를 주는 필드 전용 스킬이 존재하는 등 필드 이동시에도 심심해할 틈을 주지 않는 점은 고맙기만 하다.

특히 적들을 필드상에서 날려버리는 스킬 ‘바리바리어’는 어떤 RPG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공격에서도 차지 어택, 스위트 스팟 등의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의 스릴과 신중한 플레이의 전략성을 원하는 대로 맛볼 수 있다. 또 조금 전투 방식을 연구하기만 하면 레벨이 낮은 상태더라도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이 돋보인다.

▲ 정말로 즐겁고 고마운 스킬 '바리바리어'

▲ 드래곤 퀘스트 같은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시스템의 주도권이 유저에게 돌아왔다

육성은 캐릭터의 레벨과 그림자의 랭크로 나뉘어져 있는데, 파티를 키워나가는 즐거움도 충실히 느낄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통 RPG들이 자신의 몸에 갑옷이나 방패를 달아 캐릭터를 강화하는 것에 비해, 블루드래곤에서는 무기나 방어구 대신 장비품으로 그림자의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캐릭터들이 갑옷이나 투구를 쓸 수 있는 체형이 아니란 걸 생각하면 나름대로 리얼(?)한 것 같기도 하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같은 요즘 RPG에선 강한 무기나 방어구를 장비해도 막상 전투에 나가보면 차이를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블루 드래곤에서는 강화에 따른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림자들에게는 카테고리 설정을 통해 다양한 스킬을 배우게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과거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 채용됐던 잡 시스템과 어빌리티 시스템과 비슷하다. 어떤 성향으로도 카테고리(잡)설정이 가능하고 원하는 스킬(어빌리티)을 자유롭게 선택해 배울 수 있는데, 이 조합을 궁리하는 것도 매우 즐거울 것이다.

▲ FF 시리즈의 잡, 어빌리티 시스템이 더욱 진화했다

▲ 파티는 입맛에 따라 어떤 조합으로도 육성이 가능

블루드래곤은 전체적으로 게임의 템포 조절이 뛰어나 질리지 않고 계속 플레이하고 싶어진다. 전투 자체의 재미 덕분에 레벨업 노가다까지도 즐겁다.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을 뚜렷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어 RPG 플레이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실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레벨업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거침없이 진행할 수 있는 절묘한 밸런스도 한 몫 하고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또한 어느 정도 지나면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돌아갈 수 있어서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 평범하지만 흡입력 있는 스토리

블루 드래곤은 그 스토리의 테마가 확실히 정립되어 있다. 세계에 재앙이 닥치고, 그 근원인 절대적인 악당을 찾아간다는 왕도 스타일의 스토리 전개가 특징이다. 이 부분은 전형적인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부분. 때때로 탄성을 자아내는 전개도 있으며 진행해나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는 점 역시 드래곤 퀘스트의 탄탄한 스토리를 생각나게 한다. 또한 배경으로나 스토리상으로나 RPG의 가장 큰 요소라 할 수 있는 세계관을 표현했다는 느낌이다.

▲ 환상세계를 직접 모험하고 있다는 느낌이 생생히 전해진다

▲ 드래곤 퀘스트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용자 스타일의 이야기

토리야마의 캐릭터들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로 만들어졌으며, 그들의 성격도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뚜렷하게 나타난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의 생김새나 성격이 몇몇 캐릭터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개성적이지 못한 스테레오 타입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개성넘치고 다양한 타입의 캐릭터들에 비해 취약하게 느껴진다.

또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스토리 면에서 비교해보면, 의외의 전개와 미스테리, 반전 등에 중점을 둔 롤러코스터형 시나리오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비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블루 드래곤의 주요 타겟이라고 할 수 있는 저연령층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왕도 스토리가 더욱 어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절제된 듯한 캐릭터 표현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

▲ FF처럼 패셔너블하고 강렬한 스타일의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단조롭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 어떤 게임보다도 뛰어난 완성도의 타이틀

▲ 무엇보다 전투가 너무나 즐겁다

▲ 스토리 진행의 템포도 빨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블루드래곤은 시스템, 그래픽, 사운드 등의 각종 요소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데, 특히 음악은 작곡가가 같은 만큼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장면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은 스토리를 더욱 고조시킨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전투 음악과 이언 길런의 보컬이 빛을 발하는 보스전 음악은 이 게임의 또 다른 백미.

이외에 조사해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장소가 놀라울 정도로 많고, 조금 스토리 진행 후 한 번 지나친 마을로 돌아가도 이벤트가 발생하는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만들어져 있다. 사카구치의 전작(?)들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도 완성도와 디테일은 매우 높은 편이지만, 블루 드래곤의 완성도는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 놀라울 정도로 세심하게 만들어진 작품

▲ 디테일과 완성도만큼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보다 뛰어나다(화면은 파이널 판타지 10-2)

■ 블루드래곤, Xbox360의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인가?

사실 블루 드래곤은 넓은 시야에서 보면 그다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RPG와 비교해 전체적인 밸런스가 엄청나게 좋기 때문에, 마치 RPG를 처음 접할 때처럼 신선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따로 시간을 할애해 캐릭터들을 성장시키지 않아도 플레이하다보면 자연스레 스토리 전개에 딱 맞을 정도로 캐릭터들이 성장해 있다. 또한 새로운 장비나 마법을 입수해 파워업하는 타이밍도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척척 맞아 떨어진다.

난이도 조절에 신경 쓰지 않고 플레이어에게 반복 전투를 강요하는 일부 불성실한 RPG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결점을 찾기 힘든, 보기 드물게 성실한 느낌의 작품이다. 로딩도 거의 없으며 조작계도 쾌적하고 던전도 간단하다. RPG 초보자라 해도 헛갈릴 정도로 복잡한 부분은 등장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막히는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현재 일본 내에서의 Xbox360 부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블루 드래곤은 마치 SFC 시절의 RPG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기분 좋은 작품이다. RPG 초보인 라이트 유저에게도 충분히 권할 수 있는 대작, 블루드래곤의 한글화 버전 발매가 무엇보다 기다려진다.

▲ 앞으로는 블루 드래곤 없이 RPG를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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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장르
롤플레잉
제작사
게임소개
사카구치 히로노부, 토리야마 아키라, 우에마츠 노부오... 모두들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히 들었을 정도로 유명하고 실력 출중한 크리에이터들이다. 블루 드래곤은 바로 이 쟁쟁한 스탭들이...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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