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레퀴엠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
- 세상을 붉게 적시는 피의 노래 -
‘하드코어’가 가지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성인 컨텐츠로서의 의미(낭자한 피로 대변되는 폭력, 아찔한 노출의 섹슈얼 컨텐츠)와 이름처럼 하드한 난이도(또는 달성도)를 가졌다는 의미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지난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이하 CBT)를 진행한 레퀴엠은 하드코어를 지향하는 게임답게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
■ 비주얼의 ‘하드코어’
레퀴엠은 시작부터 끝까지 ‘피’를 강조한다. 클라이언트를 설치할 때 뜨는 아이콘과 로고에서부터 설치 도중 볼 수 있는 레퀴엠의 아트컷까지도 피처럼 붉은 채색이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게임의 로그인 화면조차 적혈구가 혈관 속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 어디든지 빠지지 않는 붉은 색채, 선홍색, 피, 블러드… |
게임 속 역시 마찬가지다. 어두운, 아니 암울하다고까지 느껴지는 게임 속 환경과 최고의 그래픽 능력으로 리얼하게 구현한 괴기스러운 외형의 몬스터들은 호러물을 연상시킬 정도다. 여기에 몬스터 사냥을 시작해보면 칼질 한 번, 도끼질 한 번에 푸슥, 푸슥 뿜어지는 피의 이펙트에 놀라고, 최후의 일격에 사지가 찢겨지고 몸통이 분리되어 굴러가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구현되어 전율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성인 컨텐츠(유혈이 낭자한)로서의 하드코어라는 의미를 제대로 살려내고 있는 셈이다.
▲ 지나칠 정도로 튀어대는 피와 고퀄리티의 입체감 있는 3D, 암울한 게임 분위기 덕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듯한 기분… |
하지만 ‘피’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한 탓일까? 그 외에는 부족한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전투에 관련된 부분이 가장 부족했는데, 분명 칼과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막대기를 휘두르는 듯한 빈약한 타격음, 피 튀기는 부분을 제하면 밋밋하기 그지없는 스킬 시전 장면 등 전투를 지루하게 만들고 있었다. ‘잔인함’이란 요소에 너무 치중한 탓에 기본적인 타격감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 테스트 때에는 타격감이나 사운드 등 보완해야 할 것이다.
▲ 처음엔 유혈낭자한 화면에 감탄을 터뜨렸으나 시간이 지나자 밋밋한 전투로 인해 졸음이 쏟아졌다 -_-; |
▲ 스킬 시전도 밋밋하다니, 이 정도 그래픽 수준에 이런 빈약한 이펙트가 말이 되나! |
■ 플레이의 ‘하드코어’
비주얼적인 요소뿐 아니라 게임의 플레이 과정에서도 하드코어함을 추구하는 것일까? 레퀴엠은 그야말로 ‘하드코어’하다(어렵다).
일단 레벨업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사냥으로 보내야 한다. 근래에 필자가 해본 게임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툴 정도의 상당히 느린 레벨업 속도를 보여준다. 상당량의 경험치를 선사하는 퀘스트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레벨업에 애로사항이 있을 정도. 성인유저들 중엔 퀘스트를 귀찮은 일이라 치부하고 사냥만으로 레벨을 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레퀴엠에서 그랬다간 지루함의 극을 맛보게 될 것이다(적어도 현재로써는 말이다. 전투가 워낙 밋밋해야지…).
▲ 사냥으로 얻는 찌질한 경험치보다 퀘스트로 얻는 경험치가 제대로 된 진국이다 |
여기에 레퀴엠의 시스템들도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레퀴엠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게임 속의 시간대에 따라 환경이 변한다’는 것이다. 마을 안에 등장하는 NPC들은 저마다 행동시간을 가지고 있고, 그 행동시간이 지나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낮 동안은 마을 내부를 돌아다니나 밤이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NPC, 또는 밤이 되어야만 등장하는 NPC 등이 목격되었다(물론 상점이나 퀘스트를 담당하는 중요 NPC들은 24시간 상주했다).
▲ 언제나 한 자리를 지키는 NPC는 퀘스트나 상품거래와 관련된 중요 NPC뿐 |
변하는 환경은 NPC뿐만이 아니다. 몬스터들마저도 저마다 활동시간이 있어 자신의 활동시간이 되어야만 비로소 필드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등장시간은 교환의 개념(누가 생겨나면 다른 누군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냥터에 따라 특정 시간대는 몬스터가 별로 없는 반면, 또 다른 시간대에는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한 지역에 바글바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아침과 낮 시간에만 활동하는 대표적인 몬스터 ‘돌주먹정령’ |
눈치가 빠른 유저들이라면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무엇이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지…. 그렇다.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부분, ‘시간에 따른 환경변화 시스템’인 것이다. 이 시스템은 게임을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퀘스트를 받아서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데 퀘스트 완료까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잡던 몬스터가 활동시간이 끝나 실종되질 않나, 느긋하게 사냥할 수 있는 널널한 사냥터를 발견해 레벨업에 몰두하는데 갑자기 보지도 못하던 몬스터(그것도 선공형)들이 대거 생겨나 목숨을 위협하질 않나…. 필자 역시 이 시스템 덕에 퀘스트 하나를 위해 약 2시간을 기다리기도 했고, 또 사냥하다 죽어 마을에서 다시 사냥터까지 뛰어가기를 수차례 경험했다(레벨이 좀 높아지면 부활장소와 사냥터의 거리가 또 만만찮게 길다 ㅠ_ㅠ).
▲ 갑자기 생겨나는 선공형 몬스터들 때문에 이리저리 쫓겨 다니며 다굴당하다 결국 바닥에 몸을 눕히고 마는 일이 다반사다 |
▲ 죽으면 마을에서 사냥터까지 run & run! 아, 너무 멀어 ㅠ_ㅠ |
레퀴엠의 특징인 신 시스템 ‘악몽(나이트메어)의 시간’ 역시 게임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게임 상으로 밤~새벽에 해당하는 이 시간에는 몬스터들의 레벨이 기존보다 높아지면서 필드에서 강력한 악몽 몬스터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악몽 몬스터의 레벨은 해당 필드에 등장하는 몬스터보다 3~5레벨 정도 높으며, 그 강력함은 동레벨의 유저 5명이 모여야 겨우 상대가 될 정도다. 그런데 이런 몹들이 악몽의 시간만 되면 필드에 무작위로 풀려 유저들을 그야말로 ‘학살’하고 다니는 것이다(그나마 그 숫자가 몇 되지 않는 게 다행). 레퀴엠은 레벨에 맞는 장비만 제대로 갖추면 3~4레벨 정도 높은 몬스터도 그리 위험하지 않게 잡을 수 있었기에 필자는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과감하게 악몽 몬스터에게 도전하였으나, 그 후 필자는 신나게 사냥하다가 악몽의 시간이 되면 일단 마을로 후퇴하게 되었다나 뭐라나…(무진장 강하다, 공격 2번 맞고 다이).
▲ 이런 놈들이 필드를 어슬렁거리며 유저들을 ‘사냥한다’. 공격력도 동레벨 일반 몬스터에 비해 3~4배 정도 강하다 |
그런데 정말 의외인 것은 이런 어려움들이 게임의 재미를 해치기는커녕 오히려 단조로운 게임을 맛깔스럽게 해주는 양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류의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전투의 지루함’을 상당부분 해소시켜주는 것. 이 시간에는 어느 사냥터가 안전한 레벨업이 가능한지 고민해야 하고, 악몽의 시간에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고레벨 몬스터와 악몽 몬스터들에 주의하며 플레이해야만 했다. 저레벨 존에서는 선공 몬스터가 그리 많지 않았었지만 10레벨이 넘어가자 실제로 언제 바뀔지 모르는 주변 환경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사냥을 해야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물론 기존의 쉬운 게임에 익숙한 유저에게는 짜증이 올 수도 있는 시스템이겠지만, 약간 난이도 있는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에겐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닐까?
■ 개선되어야 할 ‘하드코어’
레퀴엠에는 다른 게임들에서 볼 수 없는 특징적인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그만큼 처음 레퀴엠을 접하는 유저들에게는 게임이 어렵게 보일 수 있다. 즉 악몽의 시간은 언제부터인지, 시간 별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몬스터는 무엇이 있는지, 무기의 종류와 등급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옵션의 효과는 어떻게 되는지, 아이템을 강화하거나 조합하는 데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등 자세하게 안내해주는 도움말이 필요하겠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시스템의 이해가 부족해 공개나 일반 창을 통해 질문을 쏟아내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 필자 역시 퀘스트를 하는 도중 몬스터가 사라지는 현상 때문에 적잖이 동요했었다. 처음엔 ‘몹따’가 된 줄 알았다는…. -_-;; |
물론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1차 CBT에서는 다운로드 페이지에서 매뉴얼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게임 내에서도 마을에 GM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유저들이 모르는 내용을 답변해주는 방법으로 대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추후 테스트나 오픈 때에도 많은 유저들의 답변을 일일이 GM이 답변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일부 유저는 GM에게 질문하는 것조차 어렵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의 사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퀘스트나 튜토리얼 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니면 게임 속에서라도 안내 문구를 통해서 가이드를 해준다면 유저가 플레이하기에 좀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 결국 GM이 마을에서 상주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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