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윈터 나이츠 2’는 탁월한 게임성과 뛰어난 시나리오로 RPG에 목말라있던 게이머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정한 그래픽 엔진과 많은 버그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것을 만회하고자 한 것인지 개발사인 옵시디안 엔터테인먼트는 확장팩 ‘네버윈터 나이츠2: 배신자의 가면(이하 배신자의 가면)’에서 더욱 깊이 있는 시나리오와 안정된 그래픽 엔진을 구현해 냈다. 여기에 음악과 음성이 모두 새롭게 추가 되어 플레이 하는 내내 마치 다른 게임을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불러 일으켰다.
‘배신자의 가면’에선 ‘네버윈터 나이츠2’가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금부터 그것을 알아보도록 하자.
네버윈터 나이츠2 그 후..
북방의 보석과도 같은 도시 네버윈터를 지키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그림자 왕(킹 오브 쉐도우)’과의 사투에서 승리한 주인공은 그의 본거지였던 메에델레인의 유적과 함께 파붙히고 만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네버윈터에서 아주 먼 래쉬멘 지역의 한 동굴 속이었다. 마법사 집단 레드위저드 소속인 샤피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주인공은 자신에게 내려진 생각치도 못한 저주를 발견하다. 그리고 그는 ‘그림자 왕’을 물리친 영웅답게 그 강력한 저주를 풀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 자신도 모르는 사이 레쉬멘에 도착한 주인공 |
그 저주는 다름 아닌 다크헝거. 주인공을 속박하고 있는 이상한 괴물체인 다크헝거는 주인공을 스피릿-이터(영혼 흡수자 Spirit-eater)가 되어 다른 생명체의 영혼을 빨아들여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문제는 이 다크헝거의 저주가 주인공이 영혼을 먹을 수록 영혼에 대한 중독 증상이 일어나 더 많은 영혼을 먹지 못하면 죽어버리는 절망적인 저주라는 사실이다. 이번 ‘배신자의 가면’에선 이러한 기구한 운명의 근원을 찾는 아주 "개인적인" 모험이 펼쳐진다.
즉, 기존 ‘네버윈터 나이츠2’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 어둠에 맞서는 영웅 서사시적인 모험이었던 것에 반해 ‘배신자의 가면’은 주인공 개인이 처한 ‘아주 좋지 못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모험이다. 하지만 모험을 진행함에 따라 자신에게 내려진 이 강력한 저주에 더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 화면 오른쪽에 보이는 막대가 다크헝거가 흡수한 스피릿 게이지다 |
독자들도 느꼈겠지만 처음 도입부터 심상치 않은 이야기는 진행된다. 하지만 이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무척 개인적인 모험이지만 생각의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가 내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해 D&D 관련 컴퓨터 게임들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보여줬다고 평가되는 '플레인스케이프:토먼트'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오히려 진일보해 '플레인스케이프:토먼트' 처럼 복잡하고 난해한 철학적 요소를 배제하면서도 스토리의 중후한 무게감을 그대로 살려 ‘네버윈터 나이츠’ 세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적은 게이머에라도 엔딩을 본 후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성있고 독특한 동료들
일반적으로 RPG에서 보통 동료라고 하면 엘프나 드워프, 특이해 봤자 오크나 트롤이 전부였다. 하지만 배신자의 가면은 '플레인스케이프:토먼트'가 연상될 정도의 독특한 동료들이 등장한다. 천상계 종족인 아름다운 하프-셀레스티얼(간단히 말해 천사와 인간의 혼혈) 카엘린, 곰의 왕 오쿠(멋지게 생긴 말하는 곰), 해그스폰 꽃미남 간, 그리고 언데드 원 오브 매니 등 모두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파티가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악당 몬스터 파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전작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 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네버윈터 나이츠2’ 캠페인의 동료들처럼 톡톡 튀는 위트있는 농담이나 게이머를 미소 짓게 만드는 동료들 간의 허울 없는 대화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동료들간의 ‘썸씽(쉽게 말해 연애)’에 관련된 대화들이 주를 이룬다.
▲ 하프 셀레스티얼 카엘. 천사와 인간의 혼혈정도라고 보면 된다 |
▲ 곰의 왕 오쿠. 외모때문에 애완동물이나 소환수로 오해받기도 한다 |
▲ 꿈과 현실을 드나드는 모험 |
▲ 다양한 종족과 만나 교류하게 된다(그것이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
레벨제한 상향, 더욱 넓어진 모험요소
‘배신자의 가면’에서는 전작에서 20레벨로 제한되어 있던 것이 30레벨로 상승하여 21레벨부터 에픽레벨(영웅레벨)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에픽레벨은 전사, 마법사, 성직자 같은 기본 클래스만 가능하며 아케인 아처, '네버윈터 나이츠'의 챔피언 오브 톰처럼 프리스티지 클래스(발전형 클래스)는 에픽레벨을 적용받지 못한다. 다음 확장팩을 위해 남겨 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에픽레벨(필멸자의 존재가 아닌 신과 대적한 만큼의 레벨)로 들어선 만큼 모험의 무대 또한 생각 외로 넓어진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로의 모험을 체험하면서 게임플레이는 흥미진진해 진다. ‘네버윈터 나이츠’의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만나기 힘든 종족들을 만나고 그에 따른 색다른 모험꺼리를 즐길 수 있으며, 또 그만큼 강력한 적들과 전투를 벌일 수 있다. 그야 말로 전설적으로 강력한 영웅의 모험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네버윈터 나이츠’ 시리즈의 전투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전투를 쉽게 쉽게 클리어 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조금 지루한 감이 있기도 했다. 물론 D&D룰에 익숙하지 못한 게이머에겐 적절한 난이도라고도 생각된다.
▲ 아스트랄 플레인(인간들이 사는 곳과는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의 모험도 준비되어 있다 |
게임 진행에 다양한 영향을 주는 시간개념
‘네버윈터 나이츠2’ 캠페인에도 밤과 낮은 있었으나 화면의 그래픽 효과나 전투 시 캐릭터의 능력이 조금 바뀌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배신자의 가면’에서는 시간의 개념이 게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앞서 밝힌 것처럼 주인공은 다크헝거로 인해 영혼을 항상 섭취해 일정량을 유지해야만 생명을 유지한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시간을 소모한다면 자칫 영혼에 굶주려 사망하게 될 수도 있다(말 그대로 굶어 죽음). 그래서 시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시간의 경과는 휴식을 취할 때 혹은 월드맵을 이동할 때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 ‘네버윈터 나이츠2’처럼 휴식 게이지가 채워지는 방식이 아닌, 화면이 페이드 아웃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여기서 간단한 팁 한 가지. 절대 영혼 게이지가 낮을 때의 휴식을 취해서는 않된다. 이것은 바위를 이고 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원거리 지역 이동 또한 마찬가지다. 월드맵을 이동할 때는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이러한 휴식 제한으로 인해 메모라이즈(네버윈터 나이츠에선 마법을 지정한 후, 휴식을 취해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가 필요한 캐스터 계열 직업의 난이도가 올라갔다. 그러니 반드시 필요한 주문만을,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만 사용해야 로드횟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엔 오히려 이런 제약들로 인해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 새로운 휴식 창 |
▲ 변경된 월드맵 인터페이스 |
아름다운 배경과 새로운 음악들
‘배신자의 가면’에선 그래픽적으로 아름다운 배경을 만들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흔적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네버윈터 나이츠2’에 비해 꽤 이국적이며 아름다운 배경들을 볼 수 있다. 모든 음악과 음성 역시 모두 새로 추가된 것이여서 마치 다른 게임을 즐기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특히 음악은 아름답고 힘있는 음악이 주를 이루는데, 필자가 플레이 해본 역대 D&D 게임 중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전작들과 달리 동료들마다 주문 시전 시 주문을 읊는 목소리가 전부 딸라 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 더욱 섬세하진 배경 그래픽 |
옥에 티 몇 가지
그래픽 엔진이 개선되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로딩속도가 느리다. 캐릭터 조작 인터페이스 역시 변화되었지만 전작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기엔 역부족인 느낌이다. 또 길 찾기 능력 역시 썩 상향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물론 ‘네버윈터 나이츠2’ 발매 당시에 비교하면 분명 개선된 상태이고 뛰어난 게임성과 시나리오를 즐기는 데에 걸림돌이 도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분을 차치하고 서라도 게임 플레이 시에 게이머들의 발목을 잡는 잦은 버그는 서둘러 고쳐졌으면 한다.
▲ 멋진 이벤트들 |
▲ 쉐도우 플레인(이계공간)에서의 전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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