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라이프’,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인기 FPS를 수 차례 출시한 바 있는 밸브 소프트가 올 10월 내 야심 찬 신작을 내놓았다. 바로 ‘하프라이프2: 오렌지박스’인데, ‘하프라이프2:에피소드2’는 물론, 수년간 개발이 미뤄졌던 ‘팀포트리스2’까지 포함된 패키지이기 때문에 출시 전부터 많은 게이머의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하프라이프2: 오렌지박스’에 숨겨진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신개념 FPS 퍼즐 게임 ‘포탈’이다. ‘포탈’은 게이머에게 주어진 포탈 건으로 포탈을 만들어 퍼즐을 푸는 게임으로 게이머에게 색다른 방식의 플레이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포탈’은 잔인하다거나 화끈한 액션이 존재하지 않는 퍼즐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섬뜩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는데, 과연 FPS로 연출된 퍼즐 게임은 어떤 모습인지 한 번 살펴보자.
FPS 퍼즐 게임이라고?
‘포탈’에는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진 실험실이 존재한다. 게이머는 이 실험실 안에 마련된 퍼즐들을 풀고 다음 단계의 실험실로 이동하는, 즉 계단형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된다. 물론 실험실을 이동하면 이동할수록 게이머가 풀어야 할 퍼즐의 난이도는 어려워지고, 게임 중후반에는 게이머를 공격하는 터렛이나 로켓 등의 장애물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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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등장하는 퍼즐의 기본 형식은 이렇다. 각 실험실은 특정한 장애물이나 스위치, 또는 내부적인 구조로 인해 다음 실험실로 이동할 수 있는 출구까지의 경로가 막혀 있다. 이 때 게이머는 포탈 건을 이용해 출구로 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내야 한다.
▲ 저 문을 어떻게 열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예를 들어 게임 초반에는 게이머에게 포탈 건도 주어지지 않고 단지 문을 열 수 있는 스위치와 큐브만이 주어진다. 물론 다음 출구로 연결되는 문은 굳게 닫혀있고, 이를 열려면 스위치를 누르고 있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스위치는 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사실상 게이머가 스위치를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이동하기란 불가능. 이 때 게이머는 키보드의 ‘e’키를 사용해 큐브를 집어 든 후 스위치 위에 내려 놓아 문이 열린 상태로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고, 그 다음 유유히 다음 실험실로 이동하면 된다. ?
위처럼 게이머는 각 실험실 안에서 풀어야 하는 다양한 퍼즐을 만나게 되고, 포탈 건과 주위에 널린 오브젝트로 퍼즐을 풀어 다음 실험실로 이동해야 한다.
참신한 시스템이 돋보인다! 포탈 건~!!
포탈 건은 현재 위치한 곳과 다른 곳을 연결하는 포탈을 생성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만약 게이머가 길의 한 가운데가 끊어진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현재 위치에 포탈을 하나 생성하고 건너편에 포탈을 생성해 이동하면 되는 것이다. 언뜻 보면 굉장히 간단할 것 같지만 밸브 소프트가 그리 만만한 개발사이던가! 밸브 소프트는 실험실 안에 다양한 장치들을 만들어 게이머가 포탈 건을 최대한 생각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 실험실 내부에 마련된 다양한 장치
‘포탈’의 실험실에는 매우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이러한 장치들은 ‘두 발로 걸어서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는데, 좌우상하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부터 앞서 잠시 언급한 큐브로 눌러 문을 열 수 있는 스위치, 높은 구조물들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하프라이프2’에 등장했던 코어가 포탈에서 게이머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장치들을 풀 수 있는 것은 바로 포탈 건이다. 게이머는 포탈 건을 사용해 멀리 떨어진 물체를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하고, 포탈 건을 사용해 저 먼 곳을 단숨에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바닥으로 들어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기이한 움직임도 연출할 수 있다.
▲ 포탈을 어디에 생성하느냐가 퍼즐 풀이의 관건!
포탈 건은 2개의 포탈을 생성할 수 있다. 바로 주황색 포탈과 파란색 포탈인데, 이 두 포탈은 서로 입구와 출구의 역할을 하게 된다. 게이머는 게임 초반에는 파란색 포탈만을 생성할 수 있는데, 후에 주황색 포탈 건을 입수해 두 개의 포탈을 모두 생성할 수 있게 되고 이를 사용해 앞으로 등장할 복잡한 퍼즐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간단해 보이지만 심오한 세계
‘포탈’은 자칫 굉장히 간단하고 깔끔한 퍼즐 게임이라고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플레이 해 보면 이러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게이머는 오히려 섬뜩하고 독특한 세계관에 흠칫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닥치는 데로 때려부수는 액션게임을 선호한다. 따라서 ‘포탈’이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접한 순간 그 심오한 세계관에 빠져들어 버렸고,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깔끔한 배경의 스테이지지만 중간중간 숨겨져 있는 예전 실험 피해자들의 흔적들로 소름이 돋기도 했다.
▲ 게임플레이 중 발견한 지난 실험자의 흔적…
또한 어떤 스테이지는 텅 비어 있는 사무실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분위기가 굉장히 묘하고 나 홀로 실험실에 남겨져 있다는 느낌을 줘 왠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포탈’에는 하프라이프2의 세계관과 교묘하게 연결되는 부분들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게이머는 ‘포탈’을 플레이 하면서 특정 회사의 로고를 보게 되는데, 그 회사는 바로 ‘하프라이프2 : 에피소드2’에 등장하는 ‘Aperture Laboratories’이다.
이처럼 ‘포탈’은 깔끔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외면적인 모습과 달리 그 내면에는 다소 어둡고 기묘한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게임 플레이 내내 들리는 기계음성의 대사도 ‘포탈’의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한 몫 하는데, 혼자 듣고 즐기기엔 너무 아깝기(?) 때문에 대사 중 몇 개를 추려 소개해 본다.
“테스트를 마치면 케이크와 정신 상담이 제공됩니다.” “강화 센터에서 알립니다. 중형 동행 큐브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혹시 중형 동행 큐브가 말을 하는 경우, 방금 강화 센터에서 알려준 이 조언을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을 죽일 거에요. 케이크가 다 없어졌어요.” ‘포탈’의 기계음이 내뱉는 대사 中… (이 외에도 명대사가 많으니 직접 게임에서 확인해 보시길) |
4차원적인 게임 등장이오!
‘포탈’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바로 위의 소제목과 같다. 세련돼 보이지만 실은 텅 비어있는 연구실, 간간히 피해자의 흔적이 보이기도 하는 스테이지라던가 기계음 섞인 목소리로 말도 괴상한 대사를 읊조려 게이머를 당혹하게 만드는 센스. 그리고 여기에 FPS 퍼즐이라는 장르가 어우러져 심플하지만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게이머의 정신상태를 흩트리는 게임 구성 등은 포탈이 ‘4차원 게임’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 4차원 통로입니다(?)
사실 ‘포탈’에 존재하는 스테이지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짧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탈’은 튜토리얼부터 보스전까지 갖출 건 모두 갖추고 있고, ‘하프라이프2’의 스토리와도 연관돼 있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임의 퍼즐 요소도 무조건 포탈을 생성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해 퍼즐 게임이라는 장르에 충실하고 있다.
‘포탈’은 게이머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게임을 막상 플레이 해보면 심오한 게임 스토리에 경악할 수 있겠지만, 포탈 건을 이용한 퍼즐 풀이는 게이머가 게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느낌을 확실히 전달하고 있어 게이머에게 통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 탈출! 그것만이 살 길이다
더불어 게임은 보기보다 속이 꽉 찬 내용을 가지고 있어 ‘하프라이프2: 오렌지박스’에 덤으로 주어지는 게임이라기 보다 하프라이프 시리즈의 번외 게임 정도로 볼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은 하프라이프 시리즈 팬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포탈’의 짧은 플레이 타임은 게임에 대한 여운을 조금 남기는데, 만약 게이머가 직접 스테이지를 만들어 다른 게이머와 공유할 수 있는 모드(Mod) 시스템을 제공했다면 짧은 플레이타임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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