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시티’와 ‘심즈’시리즈의 아버지인 천재 개발자 ‘윌 라이트’의 신작, ‘스포어’가 9월 7일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되었다. 7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 그리고 방대한 게임 규모로 발매 이전부터 게이머들과 매체에게 찬사를 받아온 ‘스포어’의 세계를 탐험해 보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진화하라!
도시 건설과 발전을 다뤘던 ‘심시티’나 개인의 성장(?)을 다룬 ‘심즈’와 유사하게, ‘스포어’는 한 생명의 ‘진화’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다. ‘스포어’에서 게이머는 자신이 선택한 크리쳐를 ‘세포 - 크리쳐 - 부족 - 문명 - 우주’의 5단계를 거치며 ‘진화’시키는(포켓몬?) 역할을 맡게 된다. 자그마한 세포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우주 제국을 꿈꾸는 세련된 문명인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 눈이 두개 달린 세포로 시작했다
물론 이전 작품들과의 차이점도 있다. 지금까지의 ‘심’시리즈는 엔딩도 없고 목적성도 없기 때문에, 게임이 아닌 게이머들에게 ‘소프트웨어 장난감’(컴퓨터 안에서 가지고 노는 ‘레고’를 연상하면 된다.)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스포어’는 단계마다 분명한 목적성이 있는 엄연한 ‘게임’이다. 총 5단계로 구성된 진화 과정에서 게이머가 달성해야 할 중요한 목표는 오로지 하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화에 필요한 ‘포인트’를 모아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것이다.
▲ 이런 살벌한 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는 말에서 짐작했겠지만, 진화에 필요한 ‘포인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족 단계에서는 다른 종족을 굴복시키는 것으로 포인트를 얻거나 동맹을 맺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만일 게이머의 플레이 방식이 온건한 타입이라면 다른 부족을 잘 구슬리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반면 게이머의 플레이 방식이 난폭한 타입이라면 무력으로 다른 부족들을 학살하고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게이머가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뭘 해야 할 지 몰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하던 이전 작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 무조건적인 폭력만이 답은 아니다: 대화와 협상으로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다
거대한 배경을 즐길 수 있지만, 결코 어렵지는 않다
‘스포어’가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미리부터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스포어’의 조작과 게임 방식은 게이머가 질리지 않도록 최대한 간소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의 생물은 화살표키나 ‘W, A, S, D’방식과 마우스를 결합한 조작으로 컨트롤 할 수 있으며, 별도의 커맨드는 간소화 되어 있다. 좀 과장해 말하자면 원숭이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조작이다.
▲ 그냥 보이는대로 조작하면 된다.
게임 방식 역시 일종의 ‘미니게임’이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는 형태다. 예를 들어, 세포 단계에서는 적에게 ‘죽지 않으’면서 최대한 먹이를 먹고 도망가는 패턴으로 게임이 반복되고, 크리쳐 단계에서는 적과의 협상 혹은 전쟁(?)을 통해 진화 포인트를 얻는 패턴으로 게임이 반복된다. ‘어떤 구획을 어디에 정하면 도시가 더 발전한다’라는 까다로운 공식까지 있던 ‘심시티’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 아무 생각 없이 대화 혹은 공격만 해도 크리쳐 시대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스포어’의 게임 방식과 조작은 고급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다. ‘심시티’등의 이전작을 즐겼던 사람이나, ‘문명’이나 ‘알파센타우리’등의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정교한 계산 하에 문명을 발전시키거나 심도 있는 두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스포어’의 단순한 조작과 게임 방식은 확실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쉬운 조작법과 게임 방식은 낯선 게임인 ‘스포어’에 처음 접근하는 게이머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위에서 언급 했던 ‘심시티’나 ‘문명’의 경우 게임이 까다로워 초보 게이머들이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스포어’의 간단한 조작 방법과 게임 방식은 초보 게이머들이 정교한 게임을 ‘배우느라’ 고생할 필요 없이 빨리 게임에 익숙해 질 수 있게 해준다. 낯선 게임인 ‘스포어’에 초보 게이머들도 아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포어’의 스케일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물론 ‘문명 단계’까지는 ‘스포어’의 스케일은 기대에 못 미칠 만큼 작아 보인다. 먹이만 먹으면 끝인 ‘세포 단계’는 말할 것도 없고, ‘부족 단계’나 ‘문명 단계’역시 익숙해지면 1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분량이다.
▲ 이 태양계 하나가 '스포어'의 우주에서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주 단계’로 가는 순간 스케일의 ‘크기’가 달라진다. 일단 거리부터가 다르다. 과학책에서나 보던 ‘파섹(약 3.26광년)’이라는 단위는 기본이고, 태양계, 성단, 타 은하계… 등등 실로 엄청난 범위의 우주를 게이머가 누비게 된다. 이런 광범위한 배경을 단순한 조작만으로 쉽게 즐길 수 있게 만든 윌 라이트가 경이로울 정도다.
꼬물거리는 세포부터 장대한 건축물, 그리고 우주선까지 게이머 마음대로
‘스포어’를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커스터마이징’이다. ‘스포어’는 코딱지만한(?) 세포부터 우주선까지 게이머가 원하는 스타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게임 내에 미리 갖추어진 ‘파츠’를 결합하는 방식이지만, 그 자유도는 어마어마하며 또한 간편하다. 예를 들어, 눈이 10개 달린 크리쳐를 만들고 싶으면 간단히 툴에서 눈을 10개 드래그해주면 된다. 손이 20개 달린 동물이나, 온 몸에 가시가 돋아 있는 고슴도치 같은 동물, 빨간색 몸뚱이를 가진 동물도 쉽게 만들 수 있다.
▲ 아까 그 세포가 이렇게 진화했다.
크리쳐의 외모만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도시의 건물이나 시청, 병기 등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것들도 모두 게이머 마음대로 고칠 수 있다. 높은 탑에 가시가 잔뜩 붙어 있는 살벌한 모양의 ‘놀이시설’이나 남자의 성기를 닮은 민망한 모양의 ‘시청’도 게이머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조금만 손재주가 있다면 ‘스타 트랙’이나 ‘스타 워즈’에 나오는 멋진 우주선도 게이머가 직접 만들 수 있다. ‘스포어’에서 게이머의 피조물이 ‘엔터프라이즈호’를 타고 우주를 정복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말 그대로 내 손으로 만드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 나만의 탱크 완성!
이런 디자인들을 직접 하는 것이 귀찮다면? ‘스포어’에 내장되어 있는 인터넷 기능을 이용하면 다른 게이머가 직접 만들어 업로드 한 크리쳐도 다운이 가능하다. 여기에 내가 만든 크리쳐를 웹에 업로드 해 다른 게이머가 얼마나 받아가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볼 수도 있다.
사운드는 100점, 그래픽은 90점
이전 ‘심’시리즈를 해 본 사람이라면 예전에 즐기던 ‘심시티2000’의 멋진 배경 음악을 기억할 것이다. ‘스포어’의 음악 역시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다. 게이머의 크리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은 때로는 긴장감을 더해주고, 때로는 코믹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특히 초식 크리쳐가 다른 크리쳐와 ‘동맹’을 맺을 때 게이지가 천천히 올라가는데, 이 때 나오는 배경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 하게 만드는 멋진 음악이었다.
‘스포어’의 사운드도 훌륭하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소리가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대형 크리쳐가 땅을 울리며 공격해 오는 소리나, 크리쳐가 열매를 따 먹을 때 나는 와작와작 소리, 그리고 크리쳐의 입 모양에 따라 다른 울음소리 등은 ‘스포어’를 플레이 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었다. 배경음악과 사운드에 100점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이유다.
▲ 그래픽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안티 비방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포어’의 그래픽은 100점 만점을 주긴 조금 힘들어 보였다. 기본 그래픽은 훌륭하지만, ‘라데온’계열의 그래픽카드에서 안티비방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버그나, 시점에 따라 이벤트 장면이 언덕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등의 자잘한 그래픽 버그들이 산재해 있었다. 특히 ‘라데온’ 계열의 안티비방이 적용되지 않는 버그는 고해상도(1920x1200)로 ‘스포어’를 돌렸을 때, 그래픽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스포어’에서 아쉬웠던 부분이다.
멋진 한글화는 ‘스포어’의 또 다른 강점
여기에 멋진 한글화는 ‘스포어’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 동안 수많은 명작 게임들이 발 번역(?)때문에 국내에서 비난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스포어’의 한글화는 ‘A’를 준다 해도 아깝지 않은 수준이다. 중간 중간 나오는 컷씬 자막이나, 자잘한 대화도 전부 한글화 되어 있어 영어 울렁증(?)이 있는 게이머도 ‘스포어’를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 나몰라라똥배행성...
여기에 ‘스포어’ 한글화는 ‘심시티4’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한글화가 아니라 행성 이름 하나까지 세심하게 ‘지역화’되었다는 점도 돋보였다. ‘찌릿찌릿 공기밥 마을’이나 ‘짜증나는 행복마을(!)’, ‘에로틱한막걸리행성’ 등의 코믹한 이름이 영어로 되어있다면 과연 얼마나 되는 게이머가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게임에서 한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 주는 부분이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명작게임
‘스포어’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명작게임이다. 그래픽 버그나 우주 시대 이전의 짧은 플레이 타임 등의 자잘한 단점들이 있지만, ‘스포어’의 게임성 하나로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사실 ‘윌 라이트’의 ‘스포어’가 아니라면 누가 세포부터 우주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게임을 만들겠는가?
▲ 그 꼬물거리는 세포가 이제 우주를 개척하는 제국의 준장이다
여기에, ‘스포어’는 명작 게임임과 동시에 ‘윌 라이트’ 게임 세계를 총 정리하는 게임이다. ‘스포어’의 시대로 비유하자면, 세포 시대인 ‘오리지널 심시티’로 시작된 ‘윌 라이트’의 게임 세계가 크리쳐 시대인 ‘심즈’를 거쳐 마침내 한 편의 우주 서사시인 ‘스포어’에 도달했다고 할까.
당신이 진정한 PC게이머라면, 혹은 윌 라이트의 팬이라면 이 이상의 말은 필요 없을 것이다.
▲ 인생 뭐 있나? 지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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