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싱글 캠페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걸?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10.07.29 17:36

지난 27일,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의 후속작 ‘스타2: 자유의 날개’ 가 전 세계 동시 발매되었다. 특히 국내 유저들은 당분간 무료로 ‘스타2’ 오픈 베타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이번 오픈 베타는 ‘베타테스트’ 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멀티 플레이와 싱글 캠페인을 포함한 정식 버전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멀티플레이의 경우 지난 클로즈 베타에서 전체적인 느낌을 체험해봤기에 큰 기대감은 없었다. 유닛 밸런스가 수정되고 맵이 추가된다고 해도 어차피 내가 알던 ‘스타2’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작에서 이어지는 ‘스타’ 시리즈의 메인 스토리가 과연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하는 호기심은 ‘스타2: 자유의 날개’ 발매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예전부터 ‘스타2: 자유의 날개’ 싱글 캠페인이 엄청나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고, 광고 영상에서 나오는 캐리건과 짐 레이너의 생생한 모습을 보자 ‘이건 꼭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스타2’ 싱글 캠페인을 시작하자마자 필자는 타임 슬립을 경험했다.

▲ 이 화면을 내가 7월 27일 아침에 봤는데

▲ 이틀 동안의 기억이 거의 없단 말이야, 이상하지 않아?

캐릭터의 마음이 느껴진다. 영화와 같은 몰입도!

‘스타1’ 의 스토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애초에 ‘스타1’ 이 PC방 문화와 e-스포츠화, 배틀넷 등으로 인기를 모으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스타1’ 의 싱글플레이는 ‘영어’ 였다. 자막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어린 유저들은 ‘스타1’ 의 이야기 전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스토리를 모르는데 재미를 느낄 리 없고, 덕분에 ‘스타1’ 싱글 플레이는 스토리보다는 각종 미션을 체험하는 데 그쳤다.

영어 듣기와 독해 능력이 충분하더라도 브리핑 위주로 이루어진 ‘스타1’ 의 싱글플레이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성우가 캐릭터의 감정을 연기했다고는 하지만 초상화가 입을 움직이는 것 외에는 특별한 모션도 없었고, 간혹 나오는 동영상도 게임 전체를 이해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스타1’ 의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 전작에서 매끈매끈했던 레이너,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별로 매력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스타2: 자유의 날개’ 의 싱글플레이는 달랐다. 인스톨 화면을 통해 '스타1' 의 스토리를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었고, 입 모양까지 자연스러운 한국어 더빙으로 인해 스토리 텔링 부분에서 호평을 받은 게임 ‘매스 이펙트’ 나 ‘헤비 레인’ 보다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주인공인 짐 레이너와 그의 동료들이 펼치는 대화, 감정 등을 적절한 BGM과 함께 감상하고, 액션 장면에서는 손에 땀을 쥐며 몰입할 수 있었다. 꽤나 진부한 표현이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 이제 악튜러스 멩스크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알 것 같다

▲ '레이너가 원래 이렇게 생겼었구나' 라는걸 느꼈다

때문에 전작에서 느끼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개성이나 성격, 그들의 관계 등을 완벽히 이해하며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 특히 전작에서 별로 튀지 않았던 짐 레이너의 멋진 모습과 매력적인 캐리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드디어 ‘스타’ 캐릭터들에게 생명력이 불어넣어진 것이다.

▲ 밋밋하던 '스타' 캐릭터들에게 표정이 살아났다

▲ 전작에서 저그 사이에 홀로 버려졌던 캐리건, 이 때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곳곳에 숨어있는 RPG와 어드벤처 요소

미션을 부여받고 브리핑을 본 후 그대로 전투에 투입되는 전작의 단순한 시스템과는 달리, ‘스타2: 자유의 날개’ 에서는 미션 외에도 각종 RPG와 어드벤처 요소를 통해 미션 외에도 ‘성장’ 과 ‘발견’ 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RPG적 요소로는 테란의 발전을 직접 지휘하는 포인트 제도가 있다. 각 미션을 성공시킬 때 마다 돈과 연구 포인트를 받게 되는데, 이는 무기고와 연구실, 휴게실에서 스킬, 용병, 기술발전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무기고에서는 주로 특정 유닛의 스킬과 능력치 등을 증가시킬 수 있고, 연구실에서는 저그와 프로토스의 특징을 테란 기지와 유닛 등에 적용시켜 더욱 강력한 군대를 만들 수 있다. 휴게실에서는 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데, 용병은 일반 유닛보다 뛰어난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며 소환 시 딜레이 없이 바로 전투에 투입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저그와 프로토스의 기술을 분석하여 테란에 적용하자

▲ 쉬운 미션은 용병만으로도 클리어할 수 있다

게임에는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초반에 등장하는 주점에서부터 히페리온 함교 내의 각종 시설들, 후반부에 나오는 전초기지까지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임무 수행 준비를 하게 된다. 그렇다고 길을 찾아가며 이동하는 불편함은 없다. 화면 내에 보이는 것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그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때로는 대화가 진행된다. 휴게실에서는 TV에서 흘러나오는 UNN 뉴스를 보거나 주크박스의 음악을 바꿀 수 있고, 연구실에서는 그 동안 모아 온 프로토스와 저그 샘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요소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과학 연구실, 이 곳에서 저그와 프로토스 분석이 이루어진다

▲ 차 행성의 전투 기지에서도 뉴스를 볼 수 있다!?

미션 진행 중에도 맵 곳곳에 숨겨져 있는 아이템(?)을 발견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맵 곳곳에 떨어져 있는 미네랄과 가스를 마치 마리오가 동전을 먹듯이 획득할 수도 있고, 저그 샘플이나 프로토스 유물을 발견하여 연구 포인트를 채울 수도 있다. 마치 RPG에서 맵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고 획득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 RPG에서 뭔가를 찾아다니는 느낌

이 같은 RPG와 어드벤처 요소는 플레이어가 더욱 능동적으로 게임을 진행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컴퓨터가 발전시켜 준 기지와 유닛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기술을 발전시키고 각종 숨겨진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RPG나 어드벤처 게임만큼의 자유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다양한 곳을 쉽게 돌아다닐 수 있다

가장 빠른 뉴스 UNN, 역시 블리자드 센스!

‘스타2: 자유의 날개’ 싱글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블리자드 센스가 잔뜩 묻어난 게임 속 요소들이었다. 전투 중에 메딕 유닛이 ‘어머, 이건 보험 적용 안되는데?’ 라고 외치거나, 휴게실에서 프로토스와 저그를 해치우며 진행하는 미니 슈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등 각종 흥미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무기고에서 스완 할아버지와 레이너의 대화에서는 시체매(벌쳐)가 고물 기계라고 욕하는 스완에 맞서 시체매를 옹호하는 레이너의 옛정을 느낄 수 있었다. ‘스타1’ 에서 벌쳐를 타고 다니던 레이너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휴게실에서 할 수 있는 미니 게임, '길 잃은 바이킹'

▲ 뮤탈 날개에 살이 붙어있던가?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휴게실에 마련된 TV에서 흘러나오는 UNN 뉴스였다. 미션 사이사이마다 매번 다른 소식을 전달해주는 UNN 뉴스는 벌써부터 유저들의 패러디가 등장할만큼 재미있다. UNN뉴스의 한 예를 소개하겠다.

▲ 화제가 되고 있는 UNN 뉴스

도니 :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코랄의 UNN 스튜디오, 도니 버밀리언입니다.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마 사라에 나가 있는 케이트 록웰 기자 만나보시죠, 케이트 기자?

케이트 : 네. 마 사라에 나와 있는 케이트입니다.

도니 : 그쪽 상황을 전해주시죠.

케이트 : 네. 반란군 짐 레이너가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레이너는 테란 자치령 보급고를 공격하고, 탈취한 무기를 주민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도니 : 악명 높은 범죄자가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겠군요?

케이트 :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만난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번 일을 반기는 것…

(급히 중계 화면 끊어진다)

▲ 왠지 모르게 히틀러를 닮은 도니 버밀리언

도니 : 아, 예! 감사합니다! 가장 빠른 뉴스 UNN과 함께 하고 계십니다. 짐 레이너가 마 사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저글링은 레몬 주스에 알레르기가 있다. 단순한 속설일까요, 아니면 인류를 구할 실마리일까요?

위와 같이 UNN 뉴스는 멩스크의 손아귀에 점령당한 언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관리직인 도니 버밀리언과 열혈 기자인 케이트 록웰간의 신경전을 코믹하게 묘사한다. 이 둘 사이의 신경전은 게임 내내 계속되며, 결국 도니 버밀리언은 양말만 신은 채 땅콩 버터를 들고…… (이하 생략)

▲ 열혈 리포터 케이트 기자와의 신경전도 볼만하다

멀티만 하면 손해! 싱글 미션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얼굴들

‘스타2: 자유의 날개’ 가 발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것 중 하나는 정들었던 기존 유닛들의 삭제이다. 테란의 경우 ‘스타1’ 벌쳐, 골리앗, 파이어뱃, 메딕, 사이언스 배슬 등의 유닛이 사라지고, 다른 유닛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유닛들은 ‘스타2: 자유의 날개’ 싱글 미션에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시체매(벌쳐)’ 는 ‘거미 지뢰(스파이더 마인)’ 를 돈을 주고 보충할 수 있게 되었고, ‘골리앗’ 은 지상과 공중을 동시에 공격하는 등 멀티플레이에 적용된다면 밸런스를 파괴할 만한 요소들도 풍부했다.

▲ 반가운 골리앗!

그 외에도 융합로와 기술실을 하나로 묶은 기술 반응로를 지어 고급 유닛을 두 기씩 생산한다던가, 보급고를 딜레이 없이 소환하고, 가스를 자동으로 채취하는 등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사기적인(?) 기술들로 인해 강력한 적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었다.

▲ 기술실과 반응로를 합친 기술 반응로

다채로운 미션 내용도 흥미로웠다. 단순히 적을 전멸시키기만 하는 미션은 더 이상 없으며, 열차를 습격하거나 운반선을 호위하고, 냉각기를 부수거나, 좀비(감염된 테란) 을 밤낮으로 섬멸하는 등 재밌는 미션이 많았다. 또한, 3~4개의 미션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먼저 처리할 수도 있고, 간혹 나오는 분기점에서는 유저의 선택에 따라 추후 스토리와 미션 내용이 변하기도 한다.

▲ 미션을 골라요

▲ 열차 습격 미션, 지나가는 열차를 습격하자

▲ 일정 간격으로 용암이 화르르르륵

일부 미션에서는 제라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프로토스 미션도 경험할 수 있었다. 비록 3~4개의 미션 뿐이지만 스토리 상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데다 스케일도 크고 영웅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이러한 점들은 멀티플레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싱글 캠페인 만의 매력이다. ‘스타2: 자유의 날개’ 를 플레이하며 멀티플레이만 한다면 확실히 손해보는거다.

▲ 제라툴과 레이너는 친구다

▲ 제라툴이 준 수정을 통해 프로토스 미션 수행이 가능하다

▲ 스토리 진행에 큰 축을 담당하는 프로토스 미션

▲ 분기점에서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

재밌으면 한번 더 하세요, 편리한 인터페이스

‘스타2: 자유의 날개’ 에서는 전작과는 달리 미션을 시작할 때마다 난이도를 결정할 수 있다. ‘쉬움’ 난이도를 선택하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이며, 최고 난이도에서는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클리어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어려운 난이도로 미션을 클리어하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많아지기 때문에, 스토리를 즐기려고 ‘쉬움’ 난이도로 플레이한 유저라도 이후 난이도를 높여 재도전하거나 다른 분기를 선택하여 진행하는 등 몇 번씩 다시 플레이하게끔 만든다.

▲ 어려운 난이도에서는 도전 미션도 화려하다

이 부분에 있어 블리자드는 매우 섬세하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마련해 두었다. 모든 대사는 마우스 왼쪽 버튼만으로 일정 간격씩 건너뛸 수 있으며, 수시로 자동 저장이 되어 게임 오버나 예기치 못한 사고에도 걱정이 없을 뿐 아니라 한번 클리어하고 나면 분기별로 골라서 재시작할 수 있다.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을 위한 게임 팁도 보기 쉽게 나와 있으며, 중요 장면이나 대사를 놓치고 지나가지 않도록 중요 인물이나 물건에는 표시를 해 준다.

뿐만 아니라, 배틀넷에 세이브 데이터가 연동되어 집에서 즐기던 싱글 캠페인을 PC방이나 친구 집에서 그대로 즐길 수도 있다. ‘스타2: 자유의 날개’ 의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는 게임을 하는 데 있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 중요 대화 인물에게는 표시가 되어 있지

▲ 엔딩 크레딧에도 빨리감기와 일시정지가 있다니! 이 세심한 배려란 ㅠㅠ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점

‘스타1’ 이 세 종족 모두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스타2: 자유의 날개’ 는 철저히 테란, 그것도 짐 레이너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전작에서 수수께끼를 남기고 떠나간 듀란의 정체나 저그 측의 활동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마치 3부작 영화 중 한 편만을 본 느낌이다.

▲ 빨리 다음편이 나오길 기대하는건 너무 이른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타2: 자유의 날개’ 싱글 캠페인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스타’ 의 세계관은 ‘스타2: 자유의 날개’ 로 인해 ‘워크래프트’ 와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고, 생명을 얻었다. ‘스타2: 자유의 날개’ 가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스타2’ 의 두 번째 에피소드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