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게임을 하며 왼손으로 코를 후비는 버릇이 있다면 여기 좋은 치료제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엘앤케이의 신작 ‘거울전쟁:신성부활(이하 신성부활)’이 바로 그것이다.
‘신성부활’은 기존 RPG와는 다르게 전투 방식에 슈팅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우리가 어릴 적 즐긴 ‘라이덴’이나 ‘1942’처럼 끊임없이 몰려오는 비행기를 격추하고 적들의 미사일을 피하는 방식을 말하는 거니까. 화면을 가득 채운 미사일 향연이나 위급할 때 사용하는 폭탄의 짜릿함을 떠올려도 좋다. ‘신성부활’은 그런 게임이다.
거두절미하고 플레이 영상부터 감상해보자.
▲ '신성부활'의 직업 중 하나인 '투사'의 플레이 영상
게임 기본정보, 오! 콘셉은 괜찮네
이번 체험은 엘앤케이가 19일 진행한 ‘신성부활’ 첫 시연회에서 진행됐다. 시연회는 비공개 테스트를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하기 위한 것이 목적으로 게임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단 첫인상은 평범하다. 캐릭터 생성부터 마을 입장까지 일반 MMORPG와 큰 차이점이 없다. 커스터마이징도 디테일하지 않고, 마을 내에서 조작법이나 시점도 눈에 띠는 특징을 찾기 힘들다. 퀘스트 인터페이스도 느낌표, 물음표로 디자인돼 그저 익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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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생성 화면, 보는 바와 같이 커스터마이징은 평범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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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NPC, 게임은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진행해 나가는 방식이다
▲ 마을의 전경, 평범하지만 익숙해 적응하는데는 5초도 안 걸린다!
하지만, 전투에 돌입하면 느낌이 180도 달라진다. 위 영상대로 슈팅 기반의 전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화면이 서서히 앞으로 움직이면서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멀리서 콩알탄을 던지는 몬스터도 있고, 몸을 들이밀어 돌격해 오는 몬스터도 있다.
몬스터의 콘셉은 물량공세다. 보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수많은 몬스터가 등장해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조금 과장하면 화면을 반 이상을 채울 정도다. 이는 빠르게 공격 버튼을 눌러 쏘거나, 베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준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한두 방에 터져버리기 때문에 한번 공격할 때마다 싹쓸이 바이러스 같은 속 시원한 느낌이 온 몸에 전해진다.
타격감도 훌륭한 편이다. 기자가 처음 플레이했던 전사의 경우 공격 사거리가 짧아 앞 쪽에서 싸워야 했는데, 한 번 칼을 휘두를 때마다 몬스터가 썰려나가는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모션과 이펙트, 사운드의 조화가 잘 버무려진 느낌이다. 공격 시 입힌 피해량도 숫자로 뜨기 때문에 ‘쏘고 맞추고’란 느낌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 등장하는 몬스터의 개체수가 많아 써는 맛이 일품!
▲ 근접 직업계와 달리 원거리는 정말로 '비행기 슈팅'을 즐기는 기분이다
그래픽은 좀 아쉽다. 2000년 초반에 출시된 게임을 보는 거 같다. 소름끼칠 정도의
디테일함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저사양 기반을 지향하면서 충분히 세련된 그래픽을
만들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다. 지금은 투박함 때문에 어딘가 촌스러워 보인다.
디자인도 아쉽다.
마지막으로 조작은 키보드로만 한다. 방향키로 움직이고 ZXC 등의 키보드 왼편 문자키를 이용해 공격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공격은 마나 소모 없이 무한대로 공격할 수 있는 주공격과 부공격으로 분류된다. 둘은 ‘기본 공격’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스킬 트리를 찍어 다른 기술로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킬은 크게 4종류로 나뉜다. ‘특수행동’은 CP(마나)를 소모해 사용하는 스킬로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전술기술’은 전술 포인트를 소모해 사용하는 스킬로 비행기 슈팅게임에서 폭탄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가장 강력한 범위 스킬이다. 전술 포인트는 난이도에 따라 한 전투에서 2~3개 정도만 주어진다. ‘자세’는 일종의 스탠스로 캐릭터의 스타일에 영향을 주고, ‘숙달 기술’은 패시브 스킬을 의미한다. 토글 형태로도 존재한다.
▲ 양손을 모두 써야 하기 때문에 전투 중엔 코 후빌 시간도 없다
▲ 스킬 트리, 아직 100% 완성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 각 스킬은 직업에 맞게 디테일하게 설계돼 있다
▲ 쪼렙 시절에는 단축키 슬롯이 1개만 제공되며, 물약도 3개 이상 넣어둘 수 없다
▲ 능력치 정보, 재분배가 가능해 개성 있게 육성할 수 있다
‘이거 재밌잖아?’ 한 판만 더 하고 집에
갑시다
기본 소개를 마쳤으니 이제 전체적인 느낌으로 넘어가보자. 이 부분은 바로 옆 자리에 앉았던 여기자 한 분의 혼잣말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여기자 분은 게임을 하며 “어려워, 죽었네, 도와줘, 저 거미만 잡아주세요, 이것만 잡고요”란 말을 했다.
어렵다는 의미는 슈팅 게임의 어려움을 의미한다. 기자의 경우에도 적응은 쉽게 했지만 플레이가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다. 일단 움직임을 키보드 방향키로 하는 터라 레버처럼 섬세하게 컨트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공격을 피하는 과정에서 방향키를 누르는 힘이 살짝만 어긋나도 바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2D가 아닌 3D라는 점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부채꼴 모양으로 쫙 펼쳐지는 보스 몬스터의 콩알탄 세례는 사실 위치만 잘 잡으면 피하기 쉽다. 하지만 3D로 표현돼 개체가 살짝 공중에 떠 있어 위치를 잡는 것이 순탄치 않다. 화면과 그림자를 동시에 봐야 했다. 종 스크롤로 진행되면 그나마 수월했지만 횡 스크롤로 진행되는 지역의 경우 까다로운 편이었다.
▲ 으아아아~ 궁지에 몰렸다! 이럴 땐 필살기를 써야.. 하는데 아깝기도 하고
▲ 아차 늦었다, 한 방 맞아주지 뭐...
또, 보스 몬스터가 일반 몬스터에 비해 너무 강력하다. 체력도 많을뿐더러 공격
패턴이 다양해 꽤 오래도록 집중하고 있어야 했다. 마녀 캐릭터의 경우 1레벨 체력이
100인데 보스 몬스터의 콩알탄 한방이 약 35 정도, 주요 스킬은 70 이상의 피해가
들어온다. 이 말은 집중력이 살짝만 흐트러지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스킬이 많아지면 왼손이 어지러워지는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피하기도 정신없는데 상황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것도 일이다. 결국 나중에는 정신없이 막 누르게 된다.
다행히 이 부분은 개발팀도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날 엘앤케이 관계자는 “파티 플레이를 위해 개발진에서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며 다른 기자들과 함께 플레이할 것을 권유했다. 맞는 말이다. ‘신성부활’은 각 직업의 역할이 정확히 분류돼 있다.
예컨대, 전사 계열은 앞에서 공격하며 몸빵을 한다. 이들의 첫 칼질은 적의 콩알탄을 없애버리는 특징이 있어 탱커로써 안성맞춤이다. 힐러 계열은 기본 공격에 아군을 수호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의 전술기술은 아군 전원의 체력을 회복시켜준다. 딜러 계열은 탱커와 힐러를 믿고 마구잡이 공격을 펼치는 것이 역할이다. 확실히 모이면 흥미로울 것 같다.
보스 몬스터 몇 놈의 외형이 흉악한 것도 파티플레이를 위함이 아닐까하는 상상도 해본다. 화면의 반을 가리는 ‘거대 거미’는 언뜻 봐도 징그럽다. 어떤 여성이 좋아하겠는가. “오빠 나 무서워 저거 잡아줘, 그래 어떤 녀석이야 이 오빠가 잡아주지 넌 뒤에 숨어 있어.” 토 나올 만큼 오글오글하지만 왠지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웃음)
▲ 보스 몬스터의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야...
▲ 기자님들.. 준비됐으면 빨리 가요 "기달려라. 나 여캐릭으로 바꿔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잡고요”에 대한 설명만 하고 마치겠다. 사실 이게 포인트다.
기자도 30분 정도만 하다 가려고 했는데 예정 시간이었던 1시간을 다 채웠다. 이게
정말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이쪽 지역을 마치면 저쪽 지역을 가고 싶다. 그만큼
중독성이 있다는 말이다. 오랜만에 중간에 끄고 싶지 않은 게임을 해본 거 같다.
정말 이놈만 잡고 가고 싶었다.
이는 게임이 주는 신선함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RPG와 슈팅의 오묘한 조합을 이질적이지 않게 구현함으로써 확실한 색깔을 만들어냈다. 이는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다만 온라인이라는 것이 문제인데 신선함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엔드 콘텐츠는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지에 따라 그 영향력이 결정될 거 같다.
‘신성부활’은 오는 28일부터 나흘 동안 1차 비공개 테스트가 진행된다. 기사를 보고 흥미로움을 느낀 독자가 있다면, 꼭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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