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발매된 그라운드 컨트롤은 뛰어난 그래픽만큼이나 독특한 게임성이 인상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전략 시뮬레이션이라 하면 으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자원관리, 유니트생산, 기지건설 등 관습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사전계획과 부대구성, 부대의 기동과 지형의 활용이라는 전술적 핵심에만 초점을 맞춘 그라운드 컨트롤은 같은 해 발매된 새크리파이스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손꼽혔다. 그라운드 컨트롤의 성공으로 당시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던 스웨덴의 개발사 매시브엔터테인먼트는 일약 촉망받는 개발사 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라운드 컨트롤이 상업적/비평적으로 적잖은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게이머들의 뇌리에서 지워져간 것처럼, 그 후 약 3년간 후속작을 발표하지 않은 매시브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이후 누구도 매시브의 행보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2002년, 비벤디유니버셜 게임즈는 소리소문 없이 매시브를 인수했다. 이것이 바로 그라운드 컨트롤 2(이하 GC2)의 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03년, 그동안의 무관심이 서운했는지 매시브는 E3를 몇 일 남겨두지 않고 이미 개발이 상단히 진척된 GC2를 공개해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그동안 잊혀져 있었던 그라운드 컨트롤의 존재를 다시 한 번 게이머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는 이렇게 촉발된 관심을 만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 파워진은 최근 매시브로부터 GC2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비록 게임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모자랐지만 적어도 GC2가 어떤 모습을 띄게 될지 윤곽을 잡기에는 충분했다.
오퍼레이션 엑소더스
후속작인
만큼 GC2는 전작과 동일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시대적 배경은 전작에서
200여년 이후다. 크레이븐 코퍼레이션(Crayven Corporation)은 25세기(전작의 시대적
배경)에 있었던 오더 오브 뉴 돈(Order of New Dawn)과의 전쟁, 즉 별들의 전쟁(Stellar
War)으로 은하계 외각 식민지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다. 중심으로부터 떨어져 외곽에
고립돼버린 수많은 식민지들은 자의든 타의든 독자생존의 길을 걷게 된다. 크레이븐
코퍼레이션에 뒤이어 들어선 테란 제국(Terran Empire)은 혼란의 시기에 잃었던 식민지들을
되찾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울타리를 벗어난 소들을 되찾으려는 이런 시도는 뜻하지
않은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이미 자유로운 야생생활에 익숙해져버린 소 한 마리가
우리 안으로 되돌아가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 ‘소’는 바로 모팅스타 프라임(Morningstar
Prime) 행성이었다. 그 결과 제국군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됐지만, 모닝스타 프라임의
12개 민주도시국가가 결성한 노던 스타 얼라이언스(Northern Star Aliance: NSA)는
파커 함대사령관의 훌륭한 통솔로 적의 예봉을 꺾고 재정비의 시간을 버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일개 식민지가 거대한 제국을 상대하기란 애당초 역부족이었다. 2730년, 약 30년간 계속된 전쟁 끝에 NSA는 단 한번의 전투에서 참패함으로써 결국 모든 후우함대를 잃는다. 이제 모닝스타 프라임의 운명은 테란의 손에 놓이게 된다. 제국은 ‘용서와 항복은 없다’는 그들의 전통에 따라 모닝스타 프라임을 철저히 응징하기로 결정하고, 우주궤도상에서 융단폭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다행히 모닝스타 프라임은 파커 사령관이 비상상황을 대비해 미리 준비한 전자기 돔 덕분에 전멸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자기 돔이 모든 도시를 구한 것은 아니었다. NSA는 모든 도시를 전자기 돔으로 보호할 자원과 시간의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도시들은 폭격에 무방비로 노출됐고 수백만의 인명이 살상됐다.
이 전자기 돔 때문에 금세 끝날 것 같던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제국은 폭격으로 이 방어막을 뚫지 못했고 NSA는 그 방어막에서 나올 수 없었기에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제국군은 지상전을 감행하기로 결정하고 이미 폭격으로 쑥대밭이 된 도시에 선발대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한다. NSA는 그동안의 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세운 제이콥 안젤루스(Jacob Angelus) 대위의 부대를 위기에 처한 수도로 파견한다. 플레이어는 제이콥 안젤루스가 되어 NSA를 구할 유일한 희망, 잊혀진 고대의 전설의 비밀을 밝혀내야 한다. GC2와 스토리, 즉 제국군의 포위를 뚫기 위한 모닝스타 프라임의 최후의 작전-오퍼레이션 엑소더스-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과연 NSA는 ‘출애굽’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팩션
배경스토리를 읽어보면
GC2도 전작처럼 두 개의 진영만을 등장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매시브는 게임에
세 개의 진영이 등장할 것이며 이에 대한 정보는 게임의 발매 전까지 조금씩 공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므로, 테란 제국과 NSA 말고도 미지의 진영이 또 하나 있는
셈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진영은 앞서 언급한 ‘잊혀진 고대의 전설’에 비추어
아마 오더와 같은 광적인 종교단체일 것으로 추측된다. 어쨌든 제 3의 진영이 무엇이
될지는 매시브가 정보를 공개하거나 게임이 발매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전에 이미 공개된 두 진영의 특징을 살펴보자.
우선 테란 제국의 포위로 위기에 처한 NSA다. 현대의 국가들처럼 자유민주체제를 선호하는, 아니 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NSA는 크레이븐의 옛 식민지답게 로켓, 대포, 미사일 등의 재래식 무기에 의존하며 바퀴 또는 무한궤도로 이동하는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인류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 지상과제인 테란 제국은 지면 위에 떠서 이동하는 호버 크래프트 차량과 에너지를 이용한 무기 등 최신 전투장비를 사용한다. 휘황찬란하고 멋진 로마제국풍의 제국군은 최신무기보다도 더 유리한 강점이 있다. 바로 전장에 병력을 끊임없이 투입할 수 있는 막대한 병력동원력이다.
스크린샷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유니트는 전작의 기본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경보병/중보병/경기갑차/중기갑차/야포 등의 기본 클래스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니트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비행유니트는 공중을 선회하는 대신 정지상태로 공중에 떠있는 일종의 헬기다. 이는 전작에서 비행유니트가 공중을 선회하는 모습은 사실감을 주는 데 일조했지만, 유니트 컨트롤에 불편을 초래하고 원치 않은 적과의 교전을 불러일으킨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작은 개선점 말고도, GC2는 3년만에 돌아오는 후속작답게 여러 가지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심화된 전술성
전작은
전술에 큰 중심을 둔 게임이었다. GC2도 역시 마찬가지다. 대신 그 전술적 깊이가
더 심화됐다.
우선 GC2의 가장 큰 특징은 일종의 거점확보 개념이다. 게임의 배경으로 시가지가 등장함에 따라 보병유니트를 건물에 배치할 수 있게 됐다. 건물에 배치된 보병유니트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으며 더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사실 보병유니트는 전작에서도 전술적 활용도가 큰 반변 방어에 취약한 단점이 있었다. 건물에 배치가 가능하다는 점은 보병유니트의 단점을 보완해 활용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
또한 맵 곳곳에는 드롭 존이 흩어져있는데 이 지점을 오래 확보할수록 더 많은 포인트를 얻는다. 이렇게 획득한 포인트는 유니트를 지원받을(구입할) 때 쓰인다. 유니트의 구입은 분대단위가 아닌 개별유니트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병력을 필요한만큼만 보충할 수 있다. 또 새로 구입한 유니트는 원하는 분대에 배치할 수 있다. 유니트의 구입은 드롭쉽을 통한 병력수송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전작의 드롭쉽은 바로 호출할 수 있고 적의 공격을 받지 않았지만, GC2에서는 하나의 유니트로 간주되므로 제대로 된 항로를 확보하지 않으면 적에게 격추당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니트로 간주되는 만큼, 드롭쉽은 방어력이 강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데다 게이머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업그레이드의 가능성은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전략적 선택권을 줄 것이다.
살펴본대로 GC2에서는 치밀한 사전작전과 부대구성, 부대의 기동말고도 보급선과 거점의 확보가 미션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덕분에 전술적 재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사실적인 전장
전술성이
더욱 강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GC2의 그래픽 또한 장족의 발전을 보여준다. GC2는
전작처럼 카메라의 회전과 줌인/줌아웃이 자유로운 풀 3D 그래픽을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그래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입자효과와
광원효과를 보면 그래픽의 발전을 느낄 수 있다.
미사일의 꼬리를 쫓아 늘어선 연기, 탱크의 뒤를 따르는 먼지와 무한궤도의 흔적, 야간에 하늘을 밝히는 에너지포의 궤적은 충분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또 실시간 광원효과로 생기는 그늘은 엄폐에도 활용할 수 있다. 게임의 배경도 다양해졌다. 전작에서는 단조로운 혹성표면이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폐허가 된 시가지, 차가운 설원, 불모의 황무지, 푸른 초원 등 다양한 지역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또 게임의 무대인 모닝스타 프라임이 지구와 유사한 자연환경을 보인다는 설정에 따라 나푸숲, 강, 호수 등 구름이 있는 하늘이 배경을 꾸며준다. 특히 강이나 나무숲 등은 감상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전술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지형지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는 지난 E3를 통해 미션에서 스크립트 이벤트의 비중을 줄여 보다 예측불가능하고 동적인 게임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으며,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협동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새로운 멀티플레이 모드도 첨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발매된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 워크래프트 3: 프로즌쓰론 그리고 앞으로 발매될 홈월드 2, 로드 오브 에버퀘스트, 그라운드 컨트롤 2까지… 쟁쟁한 전략 시뮬레이션이 선보일 2003년은 분명 RTS 풍년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역으로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라운드 컨트롤 2가 과연 이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어서 그 모습을 보고 싶다.
글 / 신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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