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 방랑, 잔머리대왕 음유시인이 세계 4대 RPG를 노린다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모두 8편 이상 제작되었다는 점, 두번째는 처음 개발자가 끝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없었다는 것. 세번째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들은 게이머들로부터 “제발 이젠 그만 만들어라!”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세계 3대 RPG라는 소리를 들었던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 앤 매직의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보나마나 곧 소재고갈에 시달리던 개발사 중 하나가 EA나 비벤디, UBI나 아타리 등의 투자를 받아서 다시 만들지 않을까 생각된다만...).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 앤 매직이 위세를 떨칠 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브라이언 파고가 제작한 바즈 테일(Bard's Tale)이다. 이 바즈 테일이 2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다시 탄생되고 있다.
▶ 하수빈이 컴백을 해도 이렇게 반가울까? 바즈 테일은 근 20년 만에 다시 제작되고 있는 대형 RPG다 |
▶ ?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히 싼값에 줄거리를 알려주는 대화는 거부 |
바즈 테일은 인터플레이의 CEO였던 브라이언 파고가 인사일스튜디오(INXILE)를 설립해 제작하고 있다. 그동안 브라이언 파고가 제작한 게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바즈 테일, 웨이스트랜드, 폴아웃, 발더스 게이트 등 예사롭지 않은 게임들이었다. 이전에 발휘한 실력대로만 게임을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에 브라이언 파고는 단호히 “이전의 RPG와는 전혀 다른 RPG"라고 못을 박고 있다. 과연 어떤 게임이길래?
너무나도 뻔뻔해서 사랑스러운 우리의 주인공
일단 바즈 테일의 주인공은 참 뻔뻔하면서도 인간적이다.
바드(Bard)는 알다시피 음유시인을 뜻한다. RPG나 MMORPG에서는 주로 음악을 이용해 사람들을 치유하거나 공격을 하게 된다. 음유시인의 이야기(Bard's Tale)이니 만큼 음악이 중요한 요소로 게임에 들어가게 된다.
일반적인 RPG의 금과옥조와 같은 룰을 잠시 더듬어 보자. RPG의 주인공들은 세상을 구하겠다는 신념에 자신의 목숨을 바치고 결국 용기 하나를 무기로 거대한 악과 싸워 이긴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웬만한 이성의 유혹에는 눈도 꿈쩍 안 하며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고 고난이 가득한 여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 바즈 테일의 주인공은 속물 중에 최상급 속물이다 |
▶ 그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돈, 아니면 여자!! |
하지만 바즈 테일의 주인공은 ‘악의 세력을 물리치려는 신념’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을 할 뿐이다. 속물 중에서도 최상급 속물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게임 초반 플레이어는 한 술집에 들어가 술집 여자로부터 지하실에 있는 쥐떼들을 물리쳐 달라는 ‘퀘스트’를 받게 된다. 일반적인 RPG 영웅들이라면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 쥐떼들 같으니! 내가 당신을 위해 쥐떼들을 물리쳐 주리다”라고 하겠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내가 왜 당신을 위해서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거지?”라고 묻는다. 그러면 그 미모의 술집 여자는 자신의 이효리와 한채영 뺨치는 사이즈의 가슴을 앞으로 쑤욱~ 내밀어 흔들면서 “당연히 보상이 있지요”라고 대답하게 된다. 이렇게 므흣(?)한 보상이 있을 때만 우리의 주인공은 움직이게 된다.
RPG에 엄숙주의는 그만
또 바즈 테일에는 군데군데 기존의 엄숙주의적인 RPG에 대한 풍자와 조롱이 숨어있다. 미모의 술집여인의 탱탱한 가슴에 정신이 팔려 지하로 내려간 우리의 주인공 쥐를 발견하자 멋지게 칼을 꺼내어 들어 쥐를 처치해 버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내려온 “퀘스트 완료!” 라는 문구와 함께 주인공은 칼을 하늘로 뻗치고 멋진 포즈를 잡게 된다(겨우 쥐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아무 의미도 없이 몬스터를 죽이고 폼을 잡는 기존의 RPG게임에 대한 조롱이다. 이 밖에도 바즈 테일에는 군데군데에서 시니컬한 유머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발더스 게이트나 폴아웃에서 드러난 브라이언 파고의 기괴한 유머감각이 발휘된다면 게이머들은 계속 낄낄 대면서 바즈 테일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브라이언 파고는 게임내에 유머를 삽입하게 위해서 ‘프럼 아일랜드’라는 우화집을 많이 참고 했으며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감안해 속담이나 특수한 지역에서만 쓰이는 유머는 게임에 삽입하지 않고 인류가 모두 보편적으로 웃을 수 있는 시트콤적 유머소재를 많이 삽입하겠다고 한다).
▶ 유머와 해학, 조롱과 패러디가 어우러진 RPG를 만드는 것이 브라이언 파고의 의도 |
▶ 대화에는 톤 개념이 존재해 말 한번 삐끗 잘못 했다가는 줄거리가 달라져 버린다 |
대화에 톤 개념이? 말 조심해야겠네~
바즈 테일의 대화에는 지금까지 RPG의 대화와는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의 RPG, 특히 액션 RPG의 경우에 대화는 단지 줄거리를 ‘싼값’에 설명해주는 역할만 했을 뿐이지 대화로 인해 중요한 분기가 생긴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바즈 테일에서는 대화가 줄거리와 엔딩을 바꿀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인공의 대사톤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퉁명하게>이고 하나는 <친절하게>이다. 똑같은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말하는 톤과 뉘앙스에 따라서 상대방의 반응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물건을 요구할 때도 “내놔!” 라는 말과 “죄송하지만 그것을 제게도 좀 나누어 주시지 않겟습니까?”와는 같은 것을 요구해도 뉘앙스가 엄청 다르다. 중요한 것은 게이머는 다음에 자신이 할 대사의 ‘톤’만 지정할 수 있고 대화 내용은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슨 말이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해서 해야 한다.
바즈 테일은 ‘발더스 게이트: 다크 얼라이언스’의 엔진으로 제작되고 있다. 브라이언 파고는 이점에 대해서 “엔진을 새로 개발할 수도 있었지만 게임의 재미는 엔진이 좋다고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 엔진이 무슨 대수랴. 게임이 재미만 있으면 되지(이미 발더스 게이트의 인피니티 엔진도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지 않았는가?). 현재 바즈 테일은 원마한 게임 진행을 위해 한글화가 진행 중이고 비벤디유니버셜코리아를 통해 발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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