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THQ는 ‘그라운드 컨트롤 2’, ‘반지의 제왕: 중간계전투’, ‘로마: 토탈워’ 같은 RTS 대작들에게 선전포고와도 같은 타이틀을 하나 내놓았다. 바로 ‘워해머 40,000: 돈 오브 워’(이하 워해머40K)다.
▲ 2004년 RTS 대작들 |
쟁쟁한 타이틀 사이에 낯선 타이틀을 들고 나온 THQ의 도전은 의아스럽지만 E3 2004에서 선보인 놀라운 화면만으로도 사람들이 THQ의 새로운 도전에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 충분했다.
▲ 그리고 워해머40,000: 돈 오브 워 |
워해머란?
우선 게임을 설명하기에 앞서서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은 ‘워해머’에 관해서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크게 ‘워해머 판타지’와 ‘워해머 40K’으로 구분되는 ‘워해머’ 시리즈는 80년대 초반 릭 프레슬리가 쓴 책의 아이디어와 존 블랭쉬의 그림을 컨셉으로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게임스워크숍(Games Workshop)사에서 개발된 보드게임.
▲ '워해머 판타지'와 '워해머 40,000' |
치밀한 설정과 방대한 내용의 룰북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이 보드게임은 ‘워크래프트’의 ‘휴먼VS오크’의 기본 뼈대를 만든 작품으로, 블리자드의 개발자들도 자타가 공인하는 ‘워해머’ 마니아들이니 ‘워해머’가 없었다면 지금의 블리자드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세울 수 있을 법하다.
▲ '워해머 판타지'와 '워크래프트 3'의 울프라이더 |
과거에도 ‘워해머’의 세계관을 살린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이하:RTS)이 출시되었지만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와 ‘워크래프트’의 아류작이라는 느낌이 강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렐릭에서 개발된 ‘워해머 40K’는 뭔가 다르다.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원작의 세계관을 잘 살렸고 유닛의 디자인 역시 원작에 충실해 기존의 RTS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유닛의 모습을 보여주는 ‘워해머 40K' 그 체험기를 이제부터 소개한다.
▲ 원작에 충실한 캐릭터 모델링 |
진짜 살아있는 RTS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워해머 40K’ 의 클로즈베타 클라이언트를 처음 실행시키면서 필자가 가진 가장 큰 기대는 바로 유닛들의 움직임이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워해머 40K'을 동영상으로 처음 접한 많은 게이머들이 생동감 넘치는 유닛들의 움직임에 매우 놀랐는데 정식출시를 앞두고 있는 클로즈베타버전에서 동영상과 같은 그런 멋진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가는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 워해머40K의 동영상은 '멋' 그 자체였다 |
클로즈베타버전에서 필자의 눈으로 본 ‘워해머40K'의 움직임은 대단한 것이었다. ‘워크래프트 3’, ‘C&C 제네럴’이 정해진 움직임만 반복하는 인형들이라면 ‘워해머’의 유닛은 하나하나 살아 있는 생명체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디테일한 유닛의 움직임이 특징이다.
스페이스 마린이 도끼를 들고 달려드는 오크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순간 턱이 돌아가면서 몸을 휘청이는 모습이나 오크가 휘두른 도끼가 어느 부위에 맞느냐에 따라 리얼하게 절단되는 사지의 표현은 액션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 100% 리얼액션 '워해머 40K' |
이런 부분 외에 폭탄의 폭발에 유닛이 하늘로 치솟아 땅으로 내던져지고, 거대한 워해머에 맞아 날아가는 병사가 뒤에 있던 병사들에게 부딪치며 함께 뒹구는 등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없는 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 맞아서 날라가고 폭발에 날라가고 |
특히 한 화면에 최고 400명까지 표현 가능한 병사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는 모습 자체가 전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시도로 속도감과 전략성 두마리 토끼를 잡다!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가 큰 성공을 거둔 데에는 게임자체의 높은 완성도가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여럿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속도감에 있어서는 ‘워해머40K'는 결코 스타크래프트에 뒤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유닛의 생산속도나 건물을 짓는 속도는 훨씬 빨라 ’워해머40K'를 하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면 답답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 하늘에서 날아오고 땅 속에서 솟아나는 건물들 |
또한 일꾼을 이용해 자원을 채집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자원포인트를 차지하면 자동으로 자원이 채취되는 방식을 시도, 제한된 자원포인트를 차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자원포인트'와 '발전소'만 있으면 자원은 알아서 생산된다 |
이런 ‘자원포인트’의 개념은 게임의 진행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곳곳에 흩어져있는 ‘자원포인트’를 거점 혹은 침공루트로 이용하여 적의 본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격하는지가 승리에 관건에 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종족간의 벨런스와 인공지능(AI)
‘워해머40K'가 대작으로 성공할 만한 요소들을 가진 것만은 확실하지만 클로즈베타를 실시하고 있는 현재, 눈에 띄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종족간의 밸런스와 AI다.
‘워해머40K'에는 스페이스 마린, 오크, 엘다, 카오스까지 4개의 종족이 등장한다. 4개의 종족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영웅들을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유닛들의 특성과 성능은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균형이 잘 잡혀있다.
▲ 종족간의 유닛구조는 비슷하다 |
유닛의 특성이 이렇게 균형잡혀 있는데 밸런스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유닛간의 상성관계가 확실한 ‘워해머40K'에서 빌드오더의 속도차이는 심각한 밸런스 붕괴를 야기한다.
특히 엘다와 스페이스마린은 밸런스 붕괴의 가장 큰 주범. 스페이스마린의 경우 빌드오더가 상당히 단순해서 금방 중화기 유닛을 뽑아내지만 엘다의 경우는 반대로 너무 복잡해서 중화기를 뽑아내는데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느낌을 준다.
▲ 타 종족에 비해서 엘다는 업그레이드 할 것이 장난아니게 많다 |
AI의 문제도 현재로선 심각한 수준. 예를 들어 지역방어를 설정해놓으면 적이 공격을 들어온 뒤 후퇴할 때 어느정도 추격하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적진까지 이판사판 쫓아가기 때문에 조금만 다른데 신경쓰고 있으면 거점을 지키고 있어야 할 녀석들이 적의 꼬임(?)에 넘어가 적진 한 가운데서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조금만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혼자 적진에서 놀다 죽는다 |
RTS계의 새로운 희망
필자는 ‘워해머40K'의 클로즈버전을 즐기면서 이 게임이야 말로 정체된 RTS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한 인형놀이에서 탈피한 새로운 개념의 진행방식과 뛰어난 전략성과 게임성 그리고 실제 전장과 같은 그래픽과 게임효과들은 ’워해머40K'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필자가 느낀 것과 같은 충격을 대중들에게도 선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 2004년 얼어붙은 PC패키지 시장을 녹여줄 다크호스 |
물론 위에서 지적한 종족간의 밸런스와 AI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성공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 클로즈 베타 테스트 중인 것을 감안한다면 정식출시를 할쯤에는 이러한 단점은 수정되리라 믿는다. 국내에서 THQ를 통해 정식 발매될 ‘워해머40K: 돈 오브 워’가 정체된 PC패키지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해주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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