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블」의 국내 발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미 지역에서는 이미 지난 9월 발매되어 압도적인 찬사 속에 순항을 계속하고 있는 「페이블」. 워낙 방대하고 볼륨이 큰 작품이라 직접 플레이해보기 전에는 무슨 소리를 써도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국내 발매를 앞두고 「페이블」의 기본적인 특징을 정리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피터 몰리뉴가 갖는 의미
「페이블」의 개발을 맡고 있는 빅블루박스(Big Blue Box)라는 이름은 분명 생소하다. 그러나 이곳이 라이온헤드 스튜디오의 부속 개발사임을 알고도 생소하다는 생각을 할까? 플레이어가 신이 되어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갓 게임(God Game)’의 창시자 피터 몰리뉴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생소해할까? 이름 하나로 명작을 보증 받는 몇 안 되는 개발자. 세계 3대 개발자 중 한 명으로 널리 존경받는 피터 몰리뉴의 신작 「페이블」은 개발 소식 자체만으로도 전세계 게이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빅 블루 박스는 영국의 길드포트 근처에 위치한 신생 개발사다. 1999년 사이먼 카터와 딘 카터, 이안 러벳에 의해 설립된 빅블루박스는 라이온헤드 스튜디오의 첫 부속 개발사로 비록 완전 자율적인 회사긴 하지만 피터 몰리뉴의 게임 디자인 기술을 비롯한 라이온헤드의 모든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2000년 빅 블루 박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퍼스트 파티 개발사로 계약을 맺고 「페이블」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 피터 몰리뉴. 겉보기에는 그냥 수더분한 아저씨처럼 생겼다 |
▲ 라이온헤드 스튜디오의 로고 |
주인공의 인생 역정이 그대로 구현
「페이블」 내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는 이후 캐릭터가 배우게 될 기술, 갖게 될 외모와 도덕성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유년기에서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캐릭터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경험은 보다 나은 발전과 신체적 변화를 수반하는 법. 캐릭터는 게임 중에 겪게 되는 다양한 전투와 이벤트를 통해 근육이 붙고 눈이 예리해지며 몸이 민첩해지는 등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맞게 된다. 검을 든 영웅이라면 우락부락한 근육이 붙을 것이고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라면 반대로 몸이 쇠약해질 것이다. 또한 재빠른 몸놀림과 잠입을 특기로 하는 도적이라면 번개 같은 반사신경과 독수리 눈과 같은 눈썰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변해가는 캐릭터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박수와 환호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경멸과 멸시의, 때로는 공포와 전율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모두 게임 속 주인공이 어떤 인생을 겪어왔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페이블」을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 속 주인공이 되고, 이후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한 인간의 인생 역정을 그대로 따라가며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 플레이어가 어떻게 게임을 진행했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된다 |
정해진
길은 없다. 선과 악은 내가 택할 뿐
「페이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뛰어난 자유도다. 정해진 시나리오를 따라 차례차례 수순을 밟아가는 일반 롤플레잉 게임과는 달리 「페이블」은 중간중간에 체크 포인트만 있을 뿐, 그 사이의 과정은 모두 플레이어 마음대로다.
시나리오 진행을 위해 도적 퇴치의 미션이 있다고 가정하자. 게임 내에서는 마을 용병단과 힘을 합쳐 도적을 격퇴해야 하지만, 도적들이 갖고 있는 보물이 탐난다면 마을 용병단을 먼저 몰살시킨 후 홀홀단신으로 도적단의 소굴로 찾아가 도적을 없앤 후 보물을 가로챌 수도 있다. 주요 목적인 도적단만 격퇴할 수 있으면 모든 게 OK. 또한 게임 초반에 바람을 피는 마을 아저씨를 보게 된다. 아저씨는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하지만, 아저씨의 부인에게 다가가면 이 사실을 고자질할 수도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이처럼 다양한 선택을 강요당하게 되며, 고른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 용병단을 전멸시킨 후 혼자 도적을 상대하다 실력이 모자라면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바람피는 아저씨를 고자질했다가 나중에 아저씨한테 몽둥이찜질을 당할 수도 있다.
게임 내에 절대적인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그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될 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게임 진행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 페이블의 프롤로그 중 한 장면. 영웅이 될 수도, 사악한 전사가 될 수도 있다 |
빼놓을 수 없는 전투의 재미
아무리 시나리오와 시스템이 좋더라도 롤플레잉 게임의 특성상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전투가 재미없다면 게임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진다. 「페이블」은 전투 시스템 역시 탄탄하게 갖추고 있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액션게임을 방불케 하는 전투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재빠른 판단을 요구한다. 상황에 맞게 도망칠 것인지, 칼을 빼들고 싸워야 할 것인지, 도망다니며 마법으로 공격할 것인지 플레이어는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싸우기로 결정했다면 자신이 배우고 있는 다양한 마법이나 스킬을 이용해 적들을 신속히 격퇴하자.
이렇게 전투를 통해 캐릭터가 조금씩 강해져 가면 주인공은 전투에 사용되는 마법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능력들을 배우게 된다. 상대의 물건을 훔칠 수 있는 절도 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기타 기술과 부동산, 옷 등의 소유물, 심지어는 스스로의 몸에 입히는 문신까지 게임 진행과 별 상관없을 것 같은 다양하고 독특한 도구들을 얻을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을 것이다. 「페이블」은 평범한 롤플레잉 게임이 아니라고. 실제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게임 곳곳에 녹아있다.
▲ 전투 스킬은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저절로 배울 수 있다 |
▲ 문신을 통해 이런 모습도 가능하다 |
페이블은 Xbox 게이머에게 ‘축복’이다
미리 게임을 즐겨본 북미 게이머들을 통해 「페이블」의 플레이 타임이 대략 40~50시간 정도라고 들었다. 물론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페이블」은 한 번 즐기고 말 게임이 아니다. 하나의 모험이 끝나면 새로운 모험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시작하는 주인공은 첫 번째와는 다른 새로운 스킬과 능력, 영향력, 친구 및 적들을 비롯해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가득한 새로운 모험을 즐길 수 있다.
피터 몰리뉴의 작품을 Xbox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그 작품이 두고두고 즐겨도 질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 Xbox 게이머들에게 이는 분명히 ‘축복’이 아닐 수 없다.
▲ 한글 자막 역시 역대 한글화 게임 중 가장 깔끔하고 가독성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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