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로 즐기는 일기당천의 매력(진 삼국무쌍 3 하이퍼)

본편과 확장팩 격인 ‘맹장전’, 외전 격인 엠파이어스를 비롯해 열 작품 가까이 시리즈를 이어 온 ‘진 삼국무쌍’ 시리즈가 새로운 패밀리를 또 탄생시켰다. 바로 ‘진 삼국무쌍 3 하이퍼(이하 무쌍 3H)’다.

이 작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많은 게이머들은 ‘진 삼국무쌍 3 엠파이어스’처럼 진 삼국무쌍 3를 베이스로 새로운 외전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며 이제는 맹장전으로 모자라 벌써 두 번째 외전을 만드는 코에이의 전략에 무한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사실 ‘'무쌍 3H’는 진 삼국무쌍 3의 새로운 파생작품이 아니라 PC용으로 컨버전한 단순한(?) 이식작품이다.

게이머들이 모든 플랫폼을 다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히트 작품의 타기종 이식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그리고 (체험 기회를 늘린다는 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파생작품의 무분별한 남발은 욕을 먹어도 마땅하겠지만, 이식작인 무쌍 3H는 욕먹을 이유가 없을 터! 어떤 의미에서 필요 없는 통과의례를 겪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 불운한(?) 녀석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PC용으로 등장한 무쌍 3H가 PS2용 진 삼국무쌍 3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 변경점을 위주로 알아보자.

진 삼국무쌍 시리즈는 PS2판으로 이미 진 삼국무쌍 4(이하 무쌍 4)가 발매됐고, 무쌍 4의 추가 디스크도 발매가 예정돼있다. 이 시리즈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필자는 ‘무쌍 4’도 플레이해봤는데, 당연하겠지만 전작 ‘3’에 비해 시스템과 세련도,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연출 등 분명히 진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미 PS2로 ‘무쌍 4’가 발매된 마당에 PC판이라고는 하지만 ‘무쌍 3’의 이식작이 나온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PS2로는 ‘무쌍 3’의 엔진을 이용한 추가 디스크(무쌍 3 맹장전)까지 발매됐지만 이번 ‘무쌍 3H’에는 무쌍 3 맹장전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말이다. 비록 발매시기와 관련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분명 ‘무쌍 3H’에는 이 작품만의 독특한 재미가 있다.

PS2와 차원을 달리 하는 그래픽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화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적병을 유명한 무장이 되어 초인적인 기술로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통쾌함’이다. 무쌍 3H를 고해상도로 플레이하면 이런 통쾌함은 PS2판에 비해 몇 배로 증폭되어 다가온다. 플레이어가 느낄 수 있는 전장의 넓이, 다가오는 적병의 수 등 ‘전투의 현장감’이 PS2판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무쌍 3H는 PS2판에 비해 화면에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수가 2배 이상 늘어났고, 표현할 수 있는 배경의 넓이도 2배 이상 늘어났다. 즉, PS2판에서 100명을 동시에 날려버리며 통쾌함을 맛보았다면 무쌍 3H에서는 200명을 날려버릴 수 있으니 그 통쾌함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대한 전장을 3D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FPS게임의 경우 오브젝트 뒤에 숨어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등 최대한 위험을 배제하며 긴장한 채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무쌍 시리즈는 일부러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해내는 초인적 ‘자기도취감’을 모토로 하고 있다. 만약 이 시리즈를 처음 플레이하는 PC게이머라면 난이도를 ‘쉬움’으로 설정하길 권한다. 그 통쾌함이 더욱 배가될 것이다.

참고로 무쌍 3H는 이미 제작이 발표된 온라인게임 ‘진 삼국무쌍 BB(가칭)’의 기반이 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기초로 온라인 대전이 가능한 액션게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진 삼국무쌍 BB인 것. 이 전장을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돌아다니며 칼과 창을 휘두르면 어떤 작품이 나올 것인지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무쌍 3H는 2인 동시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지만, PS2판과 마찬가지로 화면분할에 의한 플레이로만 가능하다. PC라는 시스템적인 특징을 살려 원격 동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판의 불편한 검증 시스템은 삭제

무쌍 3H는 시스템적으로 굉장히 특이한 시스템을 하나 가지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서 반드시 온라인상에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온라인 접속을 통해 게임을 시작할 때 MMORPG처럼 온라인으로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불법복사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코에이의 의도는 알겠지만 여러 면에서 불편함을 야기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 코에이의 인증 서버에 문제가 생긴 경우 오프라인 플레이만 지원하는 이 게임을, 온라인 검증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플레이를 아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인증은 ‘하프 라이프 2’의 스팀도 채택했지만 이것은 처음 접속할 때에 한번만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어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인증을 요구하는 무쌍 3H와는 차이가 있다. 코에이는 ‘노부나가의 야망 혁신’에서도 이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지만 사실 많은 유저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불법복사 방지를 위해 채택한 시스템이 돈 주고 구입해서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 시스템은 다시 한번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행히 무쌍 3H 한글판은 이 인증 시스템을 아예 삭제했기 때문에 한국 게이머들은 이런 불편이 없이 마음껏 게임을 즐겨도 되니 안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