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액션어드벤처라는 장르를 들어봤는가? 아마도 낮설게 들리는 독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분명 MMO액션어드벤처라는 장르는 지금까지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게임이다. 하지만 이 장르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SF만화 ‘레드 블러드’의 작가 '김태형'씨와 ‘충무공전’ 등을 개발해 국내 RTS 게임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 ‘정무식’PD가 만나 설립한 ‘고릴라 바나나 스튜디오’에 의해서 MMO액션어드벤처를 개발하고 있다.
MMO+액션+어드벤처라는 특이한 조합. 우리에게 생소해 보이는 조합이지만 실상 속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MMO액션어드벤처 RB 온라인에 대해서 요목조목 알아보도록 하자.
RB온라인은
왜 MMO액션어드벤처인가?
액션어드벤처의 대표적인 게임으로 ‘툼레이더’와
‘페르시아의 왕자’를 들 수 있다. 이 게임들의 특징은 퍼즐을 풀고 탐험을 즐기는
것(어드벤처) 이외에도 적들을 해치우는 전투(액션)도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다. RB온라인
역시 그렇다. 게임 내에는 수 많은 던전이 존재하며 던전 내에는 수 많은 퍼즐과
고대의 비밀, 몬스터들이 출현한다.
그렇다면 페르시아의 왕자와 RB온라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차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 제외하겠다)? 그것은 바로 플레이어 간에 협동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툼레이더나 페르시아의 왕자에선 한 명의 캐릭터가 모든 역할을 해낸다. 단신으로 적을 물리치고 퍼즐을 풀고 비밀을 밝혀낸다. 하지만 RB온라인에선 이 역할들을 플레이어들이 분담해서 맡게 된다. 즉, 몬스터와의 전투를 담당하는(전투) ‘전사(가칭)’, 퍼즐을 풀고 벽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모험가(가칭)’ 다른 이들일 알아 볼 수 없는 언어와 힌트를 간파할 수 있는 ‘마법사(가칭)’로 나뉘어 각자 역할을 분담해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 RB온라인의 직업은 전사, 모험가, 마법사로 나누어져 있다. 전투를 담당하는(전투) ‘전사(가칭)’, 퍼즐을 풀고 벽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모험가(가칭)’ 다른 이들일 알아 볼 수 없는 언어와 힌트를 간파할 수 있는 ‘마법사(가칭)’로 나뉘어 각자 역할을 분담해 게임을 진행한다 |
레드블러드의 파티 플레이 예 |
전사, 모험가, 마법사 3명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이집트의 피라미드 분위기를 풍기는 던전으로 들어갔다. 계속해서 길을 가다 보니 길은 끊겨 있고 낭떠러지가 나왔다. 반대편 통로까지의 거리는 약 10m. 캐릭터들이 뛸 수 있는 점프로는 무리가 있다. 그런데 주변을 살피던 파티는 자신들이 들어온 석문에서 고대어로 쓰여진 글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사와 모험가 플레이어 눈에는 기묘한 모양이 보일 뿐 이 글자를 알아 볼 수 없다. 하지만 마법사 플레이어의 눈에는 뚜렷한 한글로 보인다. 석문에 쓰여진 글에서 길을 건너갈 수 있는 힌트가 오른쪽 벽에 있음을 알아낸다. 도적 플레이어가 이리저리 벽을 살피던 중 벽 중앙, 지상으로부터 약 5m위에 레버가 있음을 발견한다. 전사나 마법사에게 이 높이는 무리다. 모험가는 천천히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해 마침내 레버를 당긴다. 레버를 당기자 낭떠러지에서 이쪽과 저쪽 통로를 이어주는 다리가 솟아 올랐다. 이제 반대편 통로로 건너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반대편 통로에서 검과 방패를 든 해골 몇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사는 제일 앞장서서 해골들을 향해 뛰어 든다. 마법사와 모험가는 후방에서 강화 마법과 단검으로 전사 플레이어를 지원한다. 전사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해골을 베고 찔러댄다. 마침내 해골들을 물리쳤고 파티는 무사히 반대편 통로로 이동할 수 있었다. |
‘사냥’이
아닌 ‘클리어’를 위한 파티플레이
위의 예를 보면 던전에서 파티플레이,
즉 역할 분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이 진행방식은 전형적인 MMORPG 아닌가?
그렇다면 RB온라인이 MMO액션어드벤처라는 요상한 장르로 불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이 부분에선 파티플레이의 목적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거의
모든 MMORPG는 캐릭터 간 역할분담의 이유가 전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와우의 경우 전사는 몬스터를 붙잡아 두는 탱커. 도적은 데미지딜링, 마법사는 데미지딜링과
매즈(몬스터를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기술)를 담당한다. 즉, 전투를 위한 역할분담인
것이다.
하지만 RB온라인의 경우는 다르다. 역할분담의 초점이 ‘어드벤처적 요소의 해결’을 위해 짜여 있다. 위의 예처럼 마법사가 퍼즐의 힌트를 해석하고 도적은 퍼즐을 해결한다. 전사는 (전투를 포함한) ‘힘쓰는 일’에 투입된다. 결과적으로 RB 온라인이 MMO액션어드벤처라는 장르로 분류된 이유는 역할분담의 초점이 전투나 사냥이 아닌 퍼즐해결 같은 어드벤처적인 요소 해결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한
번 클리어한 던전은 식상해진다?
RB온라인이 MMO액션어드벤처인 이상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어드벤처 게임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즉 게임을 한 번 클리어하면 게임의 집중도가 떨어 진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퍼즐을 푸는 방법이나 맵을 다 알아버리기 때문에 처음 플레이했을 때의 재미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도 던전이 무한대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RB 온라인의 개발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해 냈다. ‘스테이지 오토메이션(Stage Automation 이하 SA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말 그대로 새로운 던전을 ‘창조’해 낸다. 새로운 던전이 만들어 진다는 부분에서 ‘디아블로’의 랜덤맵을 떠올리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RB의 SA시스템은 디아블로의 그것과 다르다. 디아블로의 경우 여러 개의 블록을 재배열해 새로운 던전을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SA시스템은 이미 존재하는 블록을 재배열하는 것이 아닌 블록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던전의 지형뿐만 아니라 던전 내의 어드벤처적 요소, 즉 퍼즐 같은 것들도 지형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형, 재창조 되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위의 예처럼 ‘지상으로부터 5m 높이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다리가 내려온다’는 퍼즐이 SA시스템을 거치면 ‘통로에 솟아 나있는 칼날을 없애기 위해선 지하 10m 아래 있는 레버를 당겨야 한다’는 식으로 변한다. 결과적으로 유저들이 던전에 들어갈 때 마다 지형, 퍼즐의 형태, 해결방법 등 퍼즐의 모든 요소가 변하는 것이다.
이 밖에 ‘체스판 모양의 바닥에서 파티원 전원이 규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퍼즐’ 등 파티원 전원이 협동해야 하는 퍼즐도 존재한다.
만화
레드 블러드를 이어 받은 세계관
이름의 타이틀처럼 RB온라인은 만화
‘레드 블러드’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만화 레드 블러드의
과거가 게임의 배경이 된다. RB 온라인의 배경 스토리는 황폐화된 지구를 복원하기
위해 인류는 인간과 비슷한 아(亞)인종을 만든다. 즉, 인간이 아닌 아인종을 통해
황폐화된 지구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시간적 배경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만화 레드 블러드의 첫 장면(주인공이 화성군과 전투 도중 폭발에 휘말려 레드 블러드의 세계로 간 것)은 주인공이 미래(아인종 간의 전쟁)로 간 것이다. 결과적으로 게이머의 분신이 되는 플레이어 캐릭터는 인류가 창조해 낸 아인종인 것이다(그래서 모두 미남미녀인 것인가?!). 개발사는 게임과 만화의 연관성도 고려해 관련 퀘스트 등도 첨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기대하면서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는 색다른 방식의 게임들이 성공하기 쉽지않다. 하지만
이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보도된 것처럼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온라인 게임의 메카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모범답안은 새로운 시도의 게임이 나오면 그것을 옆에서 응원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디 RB 온라인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선봉장의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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