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발더스게이트’, ‘아이스윈드데일’이라는 RPG들을 통해 환타지소설의 최고봉 ‘던전 앤 드래곤즈(D&D)’의 게임화를 꾀했던 바이오웨어와 옵시디언. 그들이 최근 밀고 있는 작품이 D&D의 세계관을 계승한 ‘네버윈터나이츠’시리즈인데, 2편의 첫번째 확장팩(Neverwinter Nights 2: Mask of The Betrayer)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은 다양한 특징들로 게이머들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10월 9일(북미기준) 정식 출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우리를 더욱 기쁘게 한다. 지금부터 ‘마스크 오브 비트레이어’의 맛을 먼저 느껴보도록 하자.
2편과 이어지는 스토리, 세기말 분위기의 래쉬먼이 무대
일단 확장팩의 스토리는 ‘네버윈터나이츠2’와 이어진다. 하지만 2편을 제대로 즐기지 않고 확장팩만으로도 충분할 정도의 독립적인 세계관을 제공한다. 볼륨은 본편보다 조금 작은 25시간 분량. 내용은 2편의 엔딩 직후 발생한 거대한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고 주인공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설정이다. 그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주인공이 깨어난 곳은 피의 연못이 있는 동굴이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선지 전편 스토리의 핵심이었던 기스(Gith)의 검이 주인공 가슴에서 찢겨져 나와 다크헝거(Dark Hunger)라는 사념체로 형상화된다. 다크헝거는 마치 아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름값을 하듯 끊임없이 영혼들을 먹어 치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전까지 모험을 함께 해온 동료들이 모두 사라져버린다. 물론 게임 중간중간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확장팩에서는 그들을 동료로 만들 수 없다. 대신 확장팩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모험을 강행해 나갈 수 있다. 첫 번째로 맞이하는 동료는 ‘타이의 레드위자드(Red Wizard of Thay)’라는 여자마법사다. 순순히 동료가 되어주는 그녀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만, 당장에는 든든한 전력이 됨에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째든 동굴 속 적들을 제거하며 지상으로 올라온 주인공이 마주하는 세계는 윗치, 바바리안, 스피릿들이 살고있는 래쉬먼(Rashmen)의 세계다. 이 곳은 본편의 세계와는 다른 느낌인데, 어둡고, 마법이 가득한 세기말 세계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후의 게임은 지하가 아닌 지상에서 계속 진행된다. 이 점은 1편의 확장팩이었던 ‘쉐도우 오브 언더타이드’와는 다른 설정. 그 밖에 마녀 ‘오라클 오브 델파이’의 통치하에 있는 타락한 도시 이마스카리(Imaskari)도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 한다.
시간이 곧 생명이다. 가만히 있으면 죽음 뿐이다 - 다크헝거
앞에서 다크헝거라는 존재에 대해 언급했는데, 여기서 게임의 새로운 특징이 나타난다. 그것은 기존의 시간개념이 다크헝거라는 존재와 맞물려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 시간은 게임 속에서 단순히 낮과 밤, 이벤트의 발생여부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고, 주인공의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 다크헝거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영혼들을 소비시키지 않을 경우 그가 곧 주인공을 죽인다는 것이다. 이로써 게임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놔두면 주인공이 죽으므로). 또 본편에서 휴식을 통해 체력을 회복하던 패턴도 힐 마법이나 아이템을 사용해 회복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다(이것이 기획자의 의도라는데).
이것은 다른 게임에서 봐왔던 공복감(배고프면 체력이 깍이거나 죽는 식)과 비슷한데, 확장팩은 그 개념을 조금 더 확장했다. 다크헝거는 마치 알코올이나 마약중독자처럼 행동한다. 이런 중독현상은 영혼을 너무 많이 섭취했을 때 발생한다. 영혼이 없을 때는 위해를 가하고, 너무 과하면 정신을 못차리는 꼴이 영락없는 중독자다. 또 영혼에 대한 내성이 생겨 이를 달래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영혼을 공급해야만 한다(정말 까다로운 녀석이다). 어쨋거나 확장팩의 특징을 결정짓는 존재 중 하나니 끝까지 그 비위를 맞춰야함은 두말할 필요없다.
협력정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 인플루언스 시스템
게임에서 함께하는 동료들과의 친밀도를 나타낸 인플루언스 시스템(Influence System)도 확장팩에서 더욱 개선됐다. 이를 통해 더욱 고차원의 협력플레이를 유도하게 됐는데, 목적은 충분한 양의 보상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확장팩에서 새롭게 맞이할 동료들의 인공지능은 전작 이상이다. 그들은 평소 주인공이 자신들을 어찌 대했느냐에 따라 전투 후 전리품을 나눠 갖거나 약탈해 달아나기도 한다. 또 의사결정에 있어 주인공과 자꾸 부딪히면 주인공을 그만 단념하거나 떠나기도 한다.
물론 동료들이 주인공을 너무 혼란스럽게 만든다면 주인공이 직접 그들을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친밀도가 높다면 보너스 피트를 주며 호의에 보답하기도 하니 동료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확장팩에는 수많은 동료들이 등장할 예정인데, 이들을 통해 원본에 등장했던 동료들의 뒷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도 있으니 스토리적인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레벨상향조절, 새로운 클래스 추가
게임 속 주인공은 2편에서 만들었던 캐릭터를 그대로 계승할 수도, 확장팩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 더욱이 확장팩에서는 베이스 클래스 및 고급직업 개념의 프레스티지 클래스를 추가해 더 다양한 캐릭터를 즐겨볼 수 있다. 확장팩의 컨텐츠는 고레벨 중심의 지역들로 구성되는데, 이는 원본에서 주인공이 20레벨에 도달했다는 가정하에 작성된 것이다. 새로운 캐릭터생성시엔 18레벨부터 시작, 전투시 더 많은 경험치를 주어 빨리 20레벨 이상이 되도록 유도한다. 한편 확장팩의 레벨은 기존의 20레벨에서 상향 조절돼 30레벨이 상한으로 맞춰졌다.
현재 추가로 공개된 베이스 클래스는 2개가 있다(Favored Soul, Spirit Shanman). 먼저 ‘페이버드 소울’은 소서러와 위자드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주로 신상계열 마법(디바인 스펠)을 다룬다. 이들은 메모라이즈(마법지정)이 필요한 클레릭과 달리 전투에서 마법을 바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단, 동일레벨을 비교했을 때 클레릭이 입수하는 스펠의 수보다 그 종류가 적다는 제한을 갖는다.
두번째, ‘스피릿 샤먼’ 역시 메모라이즈가 필요없다. 이들은 주로 드루이드 마법을 사용하는데, 적들의 정신을 제어해 힘을 얻는다. 이 두 클래스가 확장팩의 세계관에 가장 맞는 클래스로 원본과는 색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그 밖에 캐릭터 생성시에 종족과 속성, 외모 등을 지정할 수도 있다. 추가된 종족의 대표적인 예로 겐사이(gensai)들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의 외모는 인간과 흡사하지만 약간 다크엘프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 피(blood)와 연관이 깊은 종족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게임을 직접 즐겨 확인해보자. 또 불, 물, 바람, 땅 등의 속성과 연관 지어 캐릭터의 외모를 꾸밀 수도 있다. 한 예로 불 속성의 불꽃처럼 타오르는 머리를 설정해 강한 이미지를 표출하는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
컨텐츠 다수 추가, D&D의 세계로 새롭게 초대한다
이 밖에도 게임은 100여개의 새로운 에픽마법(20레벨 이 후 마법), 특성(피트) 50여 개, 새로운 클래스 특수능력을 도입했다. 또 툴 셋 밑 DM클라이언트의 개선으로 게이머가 자신만의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다. 몬스터는 20종 이상 추가됐으며(펠트롤, 샴블링 마운드, 새로운 드래곤 등), 추가 종족(호드, 우드엘프, 게나시 등), 무기, 아이템을 두어 컨텐츠를 풍성히 구성했다.
게임 속 무대는 2편 직후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확장팩만으로도 스토리를 즐기기엔 충분할 것이다. 이에 2편을 사서 제대로 즐겨보지 않은 게이머나 D&D의 세계에 관심있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을 즐겨보도록 하자. WOW 못지 않은 깊이있는 스토리를 이 게임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 해도 역시 RPG는 패키지에서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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