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1인칭 액션게임의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 봤을만한 이름이다. 언리얼은 1998년의 ‘언리얼’을 시작으로 ‘언리얼 토너먼트’의 발매와 함께 많은 FPS유저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한 에픽 게임즈의 대작. 5년이라는 공백기를 거쳐 출시된 작품인만큼 필자는 많은 기대를 안고 언리얼 2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언리얼 2를 돌리게 된 PC는 펜티엄 3 733Mhz. 그래픽 카드가 지포스 4Ti 4200 이라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최소에 가까운 사양이었다. 아무래도 걱정이 앞서던 필자는 일단 옵션에서 그래픽 설정을 중간값으로 맞추어 놓고 언리얼 2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곧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우주. PC의 사양과 그래픽 설정 때문인지 조금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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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식민지 정부의 호킨스 장군과 대화를 나눈 후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방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펼쳐지는 장관. 배경은 섬세한 3D로 표현이 되어있었다. 마치 언리얼 1에서 추락한 우주선을 빠져나왔을 때의 그 느낌! 필자는 정신없이 배경을 둘러보며 장군이 알려준 엘리베이터를 타고 트레이닝 룸으로 향했다. 트레이닝은 화면구성과 기본적인 동작들, 전투방법에 대한 것들이었다 점프, 앉기(-_-;) 등 매우 기초적인 테스트를 거친 뒤 트레이닝 후반엔 겨우 무기를 시험해 볼 수 있었다. 단발식의 피스톨과 연발식의 어설트 라이플, 유탄 발사기식의 폭발범위가 있는 그레네이드 런처로 나뉘어있었다. 피스톨은 마우스 왼쪽 클릭을 했을 때의 노멀 샷과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이용한 모아 쏘기가 가능하다. 어설트 라이플은 왼쪽 클릭시에 나가는 연발타입과 오른쪽 클릭을 하면 탄환 5발을 소모해서 나가는 샷건 방식의 타입이었다. 그레네이드 런처는 탄환이 2가지가 있는데 오른쪽 클릭으로 화염타입과 폭발타입의 교환이 가능하다. 비교적 사정거리가 짧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가 필요했다. 무기로 더미 타겟을 쏘아보던 필자는 두 번째 무기인 어설트 라이플이 마음에 쏙 들어버렸다. “그래 이놈이다!!” 필자는 어느새 트레이닝 룸을 나서며 무기를 어설트 라이플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마치 보츠와 싸우는 듯한 모의 전투를 마치고 나면 드디어 미션을 하기위해 아틀란티스로 돌아가게 된다. |
아틀란티스로 돌아와 첫 미션의 목적지로 향했다. 아틀란티스에선 또 다른 승무원이자 정보부관인 아이다가 미션을 브리핑 해주게 된다. 브리핑도 대화를 선택함에 따라 들을 수도 있고 듣지 않을 수도 있는 듯 해보였다. 강제 대화를 스킵으로서 지나치는 방법이 아니라 선택으로 플레이 타임을 조정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이번작전은 식민지 정착 기지에서 발생한 외계 종족의 습격사건을 조사하고 생존자와 유물을 회수해 오는 것이었다. 아이다와 대강 대화를 나누어가며 브리핑을 듣고 나서 필자는 재빨리 첫 미션이 이루어지는 별로 향했다. 아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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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내려서자 외계종족이 사람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지나갔다. 에일리언을 방불케하는 빠른 움직임이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저렇게 빠른 놈들이 나오다니… 필자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우주선에서 내려 대지를 밟았다. 지상에는 끔찍한 모습의 시체들이 놓여있었다. 적의 무기 위에 장식된 듯 꽂혀있는 머리를 보며 건물의 문을 열자 무언가 재빠른 것이 멀리서 지나가는 듯 했다. 반대편의 문에서 적에게 붙잡혀 비명을 지르는 발견한 필자는 깜짝 놀라 복도를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은 그것을 비웃는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문을 닫으며 개폐 스위치를 부셔버리는 것이 아닌가? 문을 향해 총도 쏘아보고 근처에 샛길이 없나 구석구석 살펴보았지만 문 너머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듯했다. 이거 정말 대단한 인공지능이 아닌가? (아니면 대단한 스크립트일지도 모른다 -_-;)
낭패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오른쪽에 뚫려있는 길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우측 통로로 이어진 공터에서 외계종족들이 대규모로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일단 적의 공격패턴을 알아 보기위해 멀리서 사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신나게 어썰트 라이플을 쏘기시작하자 적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갔다. 얼마 안 되는 적을 쓰러뜨리며 도망가는 잔당을 향해 돌진했지만 어느새 뒤에 등장한 외계 종족들에게 다량의 체력과 아머를 잃게 되었다. 게다가 적들의 회피행동이나 포위방법도 뛰어나 전투 중에도 꽤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가 모두 보츠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듯 했다. 인공지능이 높은 것은 좋지만 노멀로 시작한 것 치고는 초반에 조금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건 멀티플레이 게임에 익숙한 매니아들을 흥분시키기 위한 선택이었을까? 공터에서 나타난 외계 종족을 모두 정리했지만 피해가 너무 커 걱정이 앞섰다. 내 아무리 FPS게임에 젬병이라지만 첫 미션부터 너무 고전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회복아이템을 찾아다녔다. 마침 고생한 사람을 위해 놓아둔 듯 구석에 회복아이템이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될 게이머들이 얼마나 많을까? |
조금 더 전진해서 몇 개의 문을 지나자 유물을 가진 생존자의 통신이 들려와서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의 말에 용기백배해서 뛰어가는 필자 앞에 곡선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의 중간 중간에 산소나 가스 봄베같은 것이 세워져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함정일까? 아니면 진행을 쉽게 하기위한 요소일까? 아니나 다를까, 통로의 중간에 이르렀을 때쯤 슬슬 필자를 끌고 가던 외계 종족이 공격해오기 시작하면서 뒤에서도 정신없이 적의 공격이 이어졌다. 멋모르고 뛰어 들어간 엄폐물사이에 있는 가스봄베… 아차! 하는 순간 외계 종족의 육탄 돌격과 함께 게임 오버라는 글자를 볼 수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돌진! 이번에는 외계 종족들이 출현함과 동시에 뒤로 돌아 외계 종족들을 무시하고 엄폐물이 있는 곳에 숨어 전투를 진행해 나갔다. 적들을 정리하고 난 후 필자는 통로 끝에서 또다시 회복 아이템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완전히 “난이도를 낮게 해서 지루하게 할 생각은 없다. 아이템으로 회복을 해가면서 몸으로 익혀라!”라고 제작자가 남긴 메시지로 보일 뿐이었다. 잔뜩 긴장을 하게 된 필자. 어느새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의 그래픽 문제라든지 하는 것들은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슬슬 게임이 즐거워지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통로를 빠져나와 도착한 곳은 건물이 띄엄띄엄 서 있는 공터였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필자는 건물 위와 밑의 물속에서 포위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정신없는 입체공격에 다시 통로로 도망치기 바빴다. 어느새 어설트 라이플도 바닥나고 와계 종족들에게 빼앗은 단발무기로 응전을 해봤지만 큰 피해는 면할 수가 없었다. 적을 정리하자 또다시 회복 아이템이 맵 구석에 놓여있었다. 지금까지 외계종족과 싸운 느낌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단순한 회피나 공격이 아닌 기둥 뒤에 숨어있는 필자를 앞뒤에서 노려 들어와 데미지를 입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사람의 지능을 방불케 했다. 난이도가 하드였다면… 몬스터에게 아예 하드로 먹힐 듯 싶었다. -_-; |
계속 길을 따라가자 격자로 된 통로가 있는 방이 나타났다. 어설트 라이플은 바닥났고 적의 무기는 영 데미지가 안나왔다. 그레네이드 런처는 물속으로 빠져 폭발하지 않는 바람에 적에게 피해를 주지도 못했으며 적들의 산발적인 공격에 어느새 바닥에 누워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였다. 진퇴양난! 이것이야말로 사면초가다. 다시 도전! 이번에는 적들을 무시하고 방의 반대쪽 통로까지 뛰어보았다. 이것 역시 무리… 적의 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처리하며 나아가지 못하면 안 될 듯한 상황이었다. 몇 번 더 도전을 해보았지만 무리라는 생각이 든 필자는 전의 세이브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설트 라이플을 아끼며 진행하는 것만이 해결책인 듯 했다.
적의 인공지능이 꽤나 높다는 것을 알았으니 적을 슬슬 끌어들이며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적과 마주치면 무조건 후퇴를 반복해서 적을 처리한 다음에 전진하자 그래도 조금은 길이 보이는 듯했다. 애초에 개발자는 정녕 이런 진행을 원했단 말이었을까? 아예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적의 배치나 인공지능이 높아져 있었다.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언리얼 2는 게이머 고민해가면서 플레이를 하는, 즉 좋은 그래픽으로 보는 게임이 아닌 즐거운 플레이로서의 게임의 원점에 눈을 돌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리얼 2는 1인칭 액션게임이다. 하지만 1인칭 액션게임은 단순히 뛰어난 그래픽과 현란한 효과만으로는 오랜 시간 게이머들을 붙잡아 둘 수 없다. 그에 대한 해법으로 개발자는 높아진 인공지능과 어드벤쳐 게임의 대화선택방식을 제시했다. 분명히 게이머들은 그것을 클리어해내기 위하여 게임을 붙잡고 늘어져야만 할 것이다. 같은 상황의 전투에서도 높아진 인공지능은 보다 복잡한 퍼즐을 제공할 것이고 이것은 게이머들을 좀 더 잡아둘 수 있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어드벤쳐 게임 방식의 대화선택도 게임의 몰입도를 올려주고 보다 긴 플레이 시간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게이머의 눈을 압도하는 그래픽으로 출시 전부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둠3에 비해 언리얼 2가 빈약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정말 즐거웠던 게임이었지…”라는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선 앞서 설명한 언리얼 2만의 특징이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고 필자 역시 2월 중순에 출시될 이 작품에 높은 기대를 걸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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