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웨스트우드 라스베가스 스튜디오의 폐쇄소식으로 게임판이 한동안 술렁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공식적인 발표사안도 아니었고 지난 11일 한국을 방문한 하버드 보닌의 말로는 단순히 “새로운 팀으로의 합류”라는 뜻이라지만, 글쎄… 아무래도 떫은 감을 먹은 듯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리라는 생각에 노컷컬럼의 이름을 빌리려 한다.
진위여부나 자초지종이야 그렇다 치고 웨스트우드를 비롯하여 게임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뭉쳐 ‘명가’라는 이름을 게임의 역사에 새겨온 이들의 잇단 폐쇄소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별도의 개발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표면상의 이유야 그렇다 쳐도 한 시대를 풍미한 명가의 이름이 땅 속에 이대로 묻혀버린다는 사실은 어느모로 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비롯한 음악, 게임 등 이른바 ‘문화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분야는 명작과 대작이라는 이분법이 존재한다. 명작이라 함은 해당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혁신을 이루거나 작품성의 검증을 받은 것을 뜻하며 대작은 곧 ‘헐리우드’ 스타일의 블록버스터급 대중작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불프로그나 오리진, 루킹글래스와 같은 명가에서 제작되어온 수많은 작품들은 물론 대작의 요소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지만 시대를 넘어서는 명작으로서의 의미가 더욱 깊다.
따지고 보자면 RTS의 3대 명가라는 웨스트우드 역시 대중성이 높은 흥행제조기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게임에 자사 특유의 색채를 넣어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볼 때 앞서 열거한 제작사에 못지않은 ‘명작’의 명가로서의 이미지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명작의 명가들이 줄이어 무너지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이들이 모두 알다시피 돈 때문이다. 각종 언론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고 명작이라 아무리 추켜세워도 결국 대중적이지 않은 게임은 유통사가 바라는 ‘돈다발’을 안겨줄 순 없다. 그리고 그들이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특정 매니아를 위한 명작 게임의 개발이라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요컨대 투자대비회수 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제작사에 그들이 쓸 떼 없는 낭비를 할 리가 만무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메이저급 유통업체들의 개발사에 대한 간섭은 이제 도를 지나치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와 전 세계 배급망이라는 것… 모두 좋다. 문제는 투자라는 명목으로, 제작사를 삼켜가며 그들의 몸집을 키워나가는 양상이 간과할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물론 개발자들에게 실수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프로그과 오리진,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에서 2015까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그들의 둥지를 밀쳐내고 있는 EA의 행동은 한 손에는 맛있는 사탕을 들고 뒷주머니엔 단도를 숨긴 섬뜩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스웨덴 변방에서 ‘배틀필드 1942’로 세계를 놀라게 만든 디지털 일루전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역시, 마냥 달가운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이러한 연유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EA퍼시픽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바인 스튜디오와 웨스트우드 멤버들이 만들어낸 ‘C&C: 제너럴’을 무척이나 재밌게 즐기고 있다. C&C 1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전장의 박진감이 다시금 재현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고 근래에 보기드문 현란한 그래픽효과에 감탄하고 있다. 허나 이름만 대도 알만한 이 작품 제작진들이 앞으로 옛날만큼이나 독립성을 발휘하고 창조의 감각을 살려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생긴 불화나 제작팀의 해체로 흩어진 사람들은 또 다시 자신의 갈 길을 잘 찾아 걷고 있겠지만 그래도 명가는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을 때라야만 빛을 발할 수 있는 법이 아닐까 한다.
EA를 비롯한 제작과 유통을 겸하는 대형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사가 거느리고 있던 제작진을 흡수한다해서 그들처럼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수백억의 자금을 토대로 이런저런 개발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좋지만 간섭의 브레이크를 밟을 시점이 자꾸 어긋난다면 결국 세상에 남는 게임은 흥행이 보장된 시리즈물의 울궈먹기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제는 그들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명령과 정복(Command & Conquer)`이라는 공격적인 전략은 비난받을만한 구석이 없지만 그들의 ‘장군(General)`이 되겠다는 욕심은 좀 곤란하지 않겠는가?
게임시장이라는 파이를 키워온 대형 퍼블리셔들의 노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껍떼기’만 앙상하게 남아 빛을 잃어가고 있는 명가들의 최후를 보면 그저 씁쓸한 마음만 더해갈 뿐이다.
진위여부나 자초지종이야 그렇다 치고 웨스트우드를 비롯하여 게임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뭉쳐 ‘명가’라는 이름을 게임의 역사에 새겨온 이들의 잇단 폐쇄소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별도의 개발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표면상의 이유야 그렇다 쳐도 한 시대를 풍미한 명가의 이름이 땅 속에 이대로 묻혀버린다는 사실은 어느모로 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비롯한 음악, 게임 등 이른바 ‘문화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분야는 명작과 대작이라는 이분법이 존재한다. 명작이라 함은 해당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혁신을 이루거나 작품성의 검증을 받은 것을 뜻하며 대작은 곧 ‘헐리우드’ 스타일의 블록버스터급 대중작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불프로그나 오리진, 루킹글래스와 같은 명가에서 제작되어온 수많은 작품들은 물론 대작의 요소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지만 시대를 넘어서는 명작으로서의 의미가 더욱 깊다.
따지고 보자면 RTS의 3대 명가라는 웨스트우드 역시 대중성이 높은 흥행제조기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게임에 자사 특유의 색채를 넣어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볼 때 앞서 열거한 제작사에 못지않은 ‘명작’의 명가로서의 이미지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명작의 명가들이 줄이어 무너지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이들이 모두 알다시피 돈 때문이다. 각종 언론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고 명작이라 아무리 추켜세워도 결국 대중적이지 않은 게임은 유통사가 바라는 ‘돈다발’을 안겨줄 순 없다. 그리고 그들이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특정 매니아를 위한 명작 게임의 개발이라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요컨대 투자대비회수 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제작사에 그들이 쓸 떼 없는 낭비를 할 리가 만무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메이저급 유통업체들의 개발사에 대한 간섭은 이제 도를 지나치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와 전 세계 배급망이라는 것… 모두 좋다. 문제는 투자라는 명목으로, 제작사를 삼켜가며 그들의 몸집을 키워나가는 양상이 간과할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물론 개발자들에게 실수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프로그과 오리진,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에서 2015까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그들의 둥지를 밀쳐내고 있는 EA의 행동은 한 손에는 맛있는 사탕을 들고 뒷주머니엔 단도를 숨긴 섬뜩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스웨덴 변방에서 ‘배틀필드 1942’로 세계를 놀라게 만든 디지털 일루전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역시, 마냥 달가운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이러한 연유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EA퍼시픽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바인 스튜디오와 웨스트우드 멤버들이 만들어낸 ‘C&C: 제너럴’을 무척이나 재밌게 즐기고 있다. C&C 1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전장의 박진감이 다시금 재현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고 근래에 보기드문 현란한 그래픽효과에 감탄하고 있다. 허나 이름만 대도 알만한 이 작품 제작진들이 앞으로 옛날만큼이나 독립성을 발휘하고 창조의 감각을 살려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생긴 불화나 제작팀의 해체로 흩어진 사람들은 또 다시 자신의 갈 길을 잘 찾아 걷고 있겠지만 그래도 명가는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을 때라야만 빛을 발할 수 있는 법이 아닐까 한다.
EA를 비롯한 제작과 유통을 겸하는 대형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사가 거느리고 있던 제작진을 흡수한다해서 그들처럼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수백억의 자금을 토대로 이런저런 개발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좋지만 간섭의 브레이크를 밟을 시점이 자꾸 어긋난다면 결국 세상에 남는 게임은 흥행이 보장된 시리즈물의 울궈먹기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제는 그들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명령과 정복(Command & Conquer)`이라는 공격적인 전략은 비난받을만한 구석이 없지만 그들의 ‘장군(General)`이 되겠다는 욕심은 좀 곤란하지 않겠는가?
게임시장이라는 파이를 키워온 대형 퍼블리셔들의 노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껍떼기’만 앙상하게 남아 빛을 잃어가고 있는 명가들의 최후를 보면 그저 씁쓸한 마음만 더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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