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원샷
원킬 FPS의 시대를 연 레인보우 식스 -2
레인보우 식스가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던 이유는 여러가지다. 이전까지 퀘이크나, 언리얼 등 FPS게임에서 주로 다뤘던
공상과학을 다루지 않고 실제로 일어날 법한 사건을 소재로 정해 특수부대원들의 행동 패턴을 철저히 시뮬레이션화 했다는
것이 그 첫번째다. 예를 들어 대사관 리셉션 장에 테러범이 난입해서 대사와 내빈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든지 한다면 다른
액션 게임에서는 무작정 적의 면전으로 돌진해 람보처럼 기관총을 난사해 적을 해치웠을 법도 한데 레인보우 식스에서는
그렇게 무식하게 인질구출작전을 펼치다가는 바로 ‘MISSION FAILED’가 떠버리게 된다. 철저하게 테러리스트들이
지키고 있는 위치와 침투 루트를 계산해서 인질을 구출해야 한다. 싱글미션을 할 때는 미션의 목적에 따라 데리고 가야할
대원과, 무기, 웨이포인트 등을 정확하게 설정해 놓아야 하고 이 사전 플랜만 제대로 짜 놓으면 게이머는 손끝 하나
까딱할 필요도 없이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는 전략 적인 요소가 강한 게임이었다. 오히려 레인보우 식스는 가능하면 총을
쓰지 않고 미션을 해결해야 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어떤 미션들은 총을 절대로 쏴서는 안 되는 미션도 있다.
이렇듯 액션보다는 시뮬레이션을 강조한 덕분에 역설적으로 액션 팬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두 번째는 원샷 원킬이라는 저격 개념과 조준선 흐트러짐을 가장 확실하게 나타낸 게임이었다는 점이다. 레인보우 식스는
2발째라는 것이 없다. 딱 한발로 적을 죽일 수 있는 게임이다. 적을 발견한 후 장거리 저격 라이플로 적의 머리를
정확하게 맞춰 단 한방에 적을 저세상으로 보냈을 때의 그 쾌감은 야구에서 홈런을 쳤을 때, 축구에서 결승골을 넣었을
때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내가 적을 보낼 때와 마찬가지로 적이 나를 보낼 때도 딱 한방이면 되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쌈빡한 재미가 있는 것이다. 또 실제 사격장에서 총을 난사하게 되면 총의 반동 때문에 조준선이 흐트러져서
총의 명중률이 상당히 떨어지게 되는데 레인보우 식스는 이 조준선이 흐트러지는 것까지 정확하게 재현해냈다.
세 번째는 1인칭 FPS면서도 멀티플레이에서 팀 승리를 위해서 자기가 희생할 줄 알아야 하는 게임이라는데 있었다.
존 닷 컴(www.zone.com)이나
MPLAYER에서 멀티플레이를 할 때 블루팀과 골드팀으로 나뉘어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자기 혼자 잘났다고 적의 진지를
향해 돌진을 하는 게이머들의 공통점은 딱 한가지다. 바로 가장 먼저 하늘을 이불 삼아 누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팀원들 모두 람보 흉내를 내는 팀은 몰살을 당하게 되어 있다. 멀티플레이어들은 돌격조와 엄호조로 나누어 적들이 몰려드는
위치를 목숨걸고 사수해야만 하는 게임이었다. 철저히 분대원의 개념을 이해하고 자기가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분대원들이 전투를 벌일 때 뒤에서 서포트를 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게임이다.
또 하나 레인보우 식스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비교적’ 저 사양의 컴퓨터를 요구했다는데 있다. 레인보우
식스는 싸구려 3D카드인 i740 하나만 있어도 어떤 컴퓨터에서도 쌩쌩하게 잘 돌아갔다. 요즘의 게임이 수십만원 짜리
그래픽카드를 달고도 버벅대는 것에 비하면 레인보우 식스의 그래픽은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메가 히트 게임의 기본
조건인 ‘저사양 사용자 만족’ 이라는 조건을 충분히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레인보우 식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는 변매너로 중무장한 멀티게이머들이다.
주로 존 닷컴(www.zone.com)에서
활동하던 이 변매너들의 X팔리게도 대부분 ‘코리안’이었다. 게임은 즐기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망각하고 게임 상에서
온갖 보기 안 좋은 행동(확인사살, 아군사살, 랙건사용, 방아찧기(?))을 골라가면서 하며 국제적으로 나라망신을 시키던
게이머들 때문에 애꿎은 일반 게이머들조차 존 닷컴에서 뱅을 당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바로 제작사인 레드스톰엔터테인먼트에게 나타난다. 이름 없는 개발사에서 단번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사가 된 레드스톰 엔터테인먼트는 계속해서 새로운 실험과 모험으로 좋은 게임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대신 주기적으로
미션 팩을 내며 용돈 챙기기(-_-;)에 나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