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소프트맥스였다
2년만이었다.
‘마그나카르타’ 소동 이후 연례행사처럼 치러오던 소프트맥스 페스티벌이 2002년을
기점으로 사라지는가 싶었다. 그리고 또 2년만이었다. 콘서트장을 입장하기 위해
늘어선 행렬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회사의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단지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 팬의 한 사람으로서 새벽기차를 마다하고 달려온 이들이 수천명의
행렬을 만들어내는 진풍경이 말이다. 이전과는 달리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는 조건과
그 옆에서 개최되고 있는 SICAF와 공룡대전까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 하에 새로운 소맥 페스티벌은 그렇게 준비되고 있었던 듯 하다.
▶ 아침부터 길게 늘어선 이들 |
815 광복절과 소프트맥스 페스티벌 2003은 이처럼 HOT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코엑스 인도양관의 만원사례와 함께 시작됐다. 오전 10시 개장시간이 되자 우르르 몰려들어가는 게이머들. 난 그 인파와 함께 ‘소맥러쉬작전’에 휩쓸려보기로 했다.
이색적인 행사진행. 퀘스트를 받아라?
행사장에
들어가자 소프트맥스의 직원들이 냅다 김형태 씨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대형 쇼핑백과
퀘스트 카드를 품에 안겨줬다. 온통 노란 옷을 입은 진행요원들이 이곳저곳을 활보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다들 아르바이트생이냐고 마케팅 담당자에게 물었다. “아니요.
직원 총출동했고 협력사 직원까지 데려왔습니다. 지금 회사에 아무도 없어요 -_-”
▶ 퀘스트 정보를 입수하면... |
▶ NPC(?)에게 도장을 받아야겠지? |
이 퀘스트 카드라 함은 마치 게임을 즐기듯 행사장 이곳저곳을 돌며 사건(?)을 해결하고 그렇게 모은 점수를 이용, 왕립은행(퀘스트 점수 정산소)로 달려가서 상품과 교환하는 기능을 가진 물건이다. 테일즈위버의 퀘스트 시스템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굉장히 이색적이고도 특색 있는 행사 진행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서 퀘스트 카드를 든 사람들이 바삐 뛰어다니는 광경이 참 흥미로워 보이기도 하고 상품의 눈이 먼 본 기자가 그 속에 동참해 보고픈 욕구가 치솟기도 했지만 어쩐지 이런 이벤트 때문에 행사장 내부가 적잖이 번잡해지지 않았는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10:30분.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마그나카르타
등장이오
▶ 영상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 |
▶ 도술부터 보시오! |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이 아니던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깜짝 공개된 영상을 보긴 했지만 그것으론 모자랐다. 인스톨 21번에 엔딩을 4번이나 거듭 봤던 마그나카르타의 광적인 팬으로서 개인적인 기대가 앞섰다(인스톨을 21번 한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듯 말하기 우울하다). 과연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아도라가 칼린츠의 소망을 받들어 과거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 드디어 시작됐다 |
▶ 이 대목에서 흥분은 고조되고... |
하지만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은 전편과 아무런 연관이 없단다. 소프트맥스 정영희 사장의 인사말과 넥슨의 정상원 사장 축사와 함께 지난 소맥의 다양한 게임들이 화면 속을 지나가며 추억을 곱씹게 했다. 이윽고 한 무녀(?)의 칼춤이 지나가자 드디어 마그나카르타의 후속작이 등장한다. 괄목할만한 발전… 그 와중에 본인이 느꼈던 것은 김형태 씨의 일러스트가 보다 게임화면과 근접해질 수 있는 기술적인 발전이었다. 아직 50% 밖에 개발되지 않은 영상을 두고 그 누가 평가의 잣대를 댈 수 있으리. 하지만 게이머들은 두 번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찬 눈빛으로 게임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윽고 펼쳐지는 댄싱~! |
누나들 너무 이쁘십니다 -_-
그
복잡한 행사장에서도 단연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긴 것은 레이싱걸에 필적하는 도우미들의
미모였다. 그리고 귀여운 코스츔 플레이어까지…
그 어느 행사 때보다 눈을 번쩍뜨이게 하는 도우미가 아니더냐. 본연의 임무를 잊고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퀘스트를 진행하는 관람객들의 행렬에 파묻혔다. 정신차리자(--;).
동호회 커뮤니티존. 게임 동인문화의
발전을 엿본다
행사장의 중앙엔 여러 종류의 기사단(동호인)들이 미니
부스를 마련하고 직접 제작해온 캐릭터 상품을 팔고 있었다. 회지와 함께 막시민이나
보리스와 같은 캐릭터를 귀여운 가방택으로, 쇼핑백으로 만들어온 그들은 일본의
그것과는 다른 소박한 물건이지만 무척이나 애지중지하는 모습들이다.
▶ 기사단의 자체 이벤트 |
▶ 자 포립 가방택이예요. 골라~ 골라~ |
여기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약간 어정쩡한 부지선정으로 관람객들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러시아워 상태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이벤트가 동호회 커뮤니티 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던 이유도 있지만 통로를 좀 더 넓게 만들었다면 보다 쾌적한 환경조성이 가능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붐볐던 그곳. 4leaf 어드벤처
존
예상 외로 4leaf 존에 대한 관람객들의 인기가 대단했다. 이전까지
너무나도 지지부진 했던 업데이트 내용을 대량으로 공개했기 때문이었을까. 룬의
아이들에 나오는 ‘예프넨’과 ‘이솔렛’의 추가를 비롯 새로운 옷의 대량 등장으로
특히 여성팬들의 눈은 화면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 열혈 플레이 중인 젤리삐 워즈 |
▶ 운전 중 말시키지 마시오 |
무엇보다 4leaf 어드벤처 존을 빛내줬던 장본인은 4leaf에 새로이 추가될 게임인 ‘드림체이서’와 ‘젤리삐 워즈’이었다. 예상보다 높은 퀼리티를 보여준 드림체이서는 현재까지 나온 ‘마리오카트’ 류의 게임 중 주목을 받을만한 작품이었고 전시장에 마련된 포스 피드백의 영향 때문인지 관람객들의 높은 참여도를 이끌어냈다.
테일즈위버 어드벤처 존
이곳
역시 퀘스트를 하려는 사람들과 게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려는 게이머들로
잠시간 북적였다. 아니 그보다는 매그놀리아 와인에서 간간히 진행되던 칵테일쇼와
마술쇼가 그 이유가 아니었을는지.
▶ 어떤걸 보여드릴까요? |
▶ 매그놀리아 주점 |
테일즈위버의 업데이트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간간히 공개되던 것 외에는 큰 이슈거리가 없어 다른 부스처럼 큰 인기를 누리진 못한 장소다. 대신 그 빈자리를 메꾸어주는 마그나카르타 코스츔 플레이어들~
테일즈 위버 용자의 무덤 존
왠
프로게임대회가 열리는 곳인가 싶었다. 이곳은 ‘용자의 무덤 페어 에디션의 최강자를
찾아라, 용자의 무덤 패왕전!’이라는 이벤트가 실시되는 부스였다. 랭킹 상위의
커플들을 초청해 자웅을 가리는 이벤트. 최단 시간 안에 클리어를 목표로 격돌하는
20 커플 중 패왕전 승자를 찾는 것으로 테일즈 위버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1등 상품이 제주도 왕복 여행권 2인 1매라 하니, 이거 어린 팬들에게 음흉한 의도를
심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아니면 나의 사상이 불순한 것인가;;).
▶ 용자의 무덤. 최강자는 누구인가? 제주도 누가 가나? |
“옛 추억에 잠겨봐…” 소프트맥스
튜토리얼
리크니스 시절부터 소프트맥스를 기억하는 게이머가 있는가? 리크니스, 스카이앤리카 등 추억 속의 그대들을
전시하고 그것을 호기심 넘치는 얼굴로 플레이하는 관람객의 모습은 대부분 "아니
이게 무슨 게임인데 여기에 있는거지"라고 말하는 듯 싶었다. -_-;
▶ 지금도 나름대로 즐길만 하다 |
▶ 박물관 국보 보관되듯 |
특히 창세기전 팬들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실제와 똑같은 크기로 특별 제작한 ‘아수라 검’이었다. 특히 옆에서 멋진 사진 커플이 되어주는 첼시와 죠안, 베라모드의 코스츔 모델들이 아수라 검의 위용을 더 빛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지 않았을까.
“모바일을 부탁해” 엠포립 존
핸드폰도
구종인데다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지 않아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 찾아간
장소. 그곳엔 ‘룬의 아이들’을 집필한 전민희 씨가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이벤트
진행에 참여하고 있었다. 일명 ‘모바일 빙고’라는 행운의 숫자 맞추기 게임이었는데
주로 동호회 커뮤니티 존에서 노닐던 커플들이 유독 우렁찬 도우미의 목소리에 이끌려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룬의 아이들'의 전민희 작가 |
▶ 용자의 무덤 |
이곳엔 소프트맥스가 야심차게 준비한 모바일용 창세기전 게임 ‘크로우’와 퍼즐게임인 ‘루시안의 모험’이 핸드폰 속에서 시연되고 있었다. “모바일 게임까지 이벤트 행사장에서 즐겨하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인지 관람객들은 염불보다 이벤트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한 모습.
관람을 마치며…
비록 과거의 행사처럼 멋들어진 ‘쇼’를 만끽하는 즐거움은 약간 줄어들었지만 게이머를 위한 행사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소프트맥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쉬운 점은 비록 대세이긴 할지라도 과거의 그들을 있게 해줬던 작품들을 ‘소프트맥스 튜토리얼’ 부스 하나에 몰아넣고 온라인에 너무 치중하는 듯한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소프트맥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게임팬이 중심이 되어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日 라그나로크 페스티벌 형태의 행사와 주최 측의 철저한 준비로 재미를 선사하는 홍보 이벤트의 접목이라는 가능성 말이다. 비록 그들이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국산 게임의 자존심을 지켜온 개발사 중의 하나로서 앞으로 ‘소맥’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걸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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