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게임도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문화 컨텐츠와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 게임과 대중가수와의 만남, 영화와 게임의 만남 등은 더 이상 새로 울 것도,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게임메카에서는 영화를 통해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게임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최근 극장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나니아 연대기’다.
▲영화가 게임의 소재가 되는 것은 이제 더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
▲킹콩의 피터잭슨 감독은 게임에서 영화와 다른 엔딩을 보여주기도 했다. |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 본 게임 속의 형제들>
영화 ‘나니아 연대기’는 숨겨져 있던 판타지 세계로 모험을 떠난 4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니아 연대기’ 하면 다들 판타지 세계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필자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판타지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도 전쟁에 대한 쓰라림도 아닌 눈물겨운 ‘형제애’였다.
초등학교의 바른생활 시간에 배운 내용에 따르면 ‘형제’는 ‘가족 중에서도 제일 가까운 친구이자 라이벌로 성장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항상 이론과 실재는 엄연히 다른 법. 형제가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과연 우리에게 형제가 소중한 존재인가? 우리에게 ‘형제’는 사실 온갖 시비의 대상이요, 나의 비밀을 부모님에 몰래 일러바치는 첩보요원, 혹은 각양각색의 질투의 대상이 아니던가?
▲영화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끈끈한 형제애로 똘똘뭉친 4남매. 여자코트를 입어서 꼴은 좀 우습다. |
‘나니아 연대기’는 형제와 원수 지간으로 지내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가르침을 던져주고 있다. 혹시 게임기에 음료수 한 번 흘렸다고 동생을 복날 개 패듯이 한 아련한 기억이 있거나, 한 번만 해보겠다며 마우스를 잡더니 엄청난 경험치 하락의 결과를 도래하게 해 형과 대판 싸움을 버렸던 경험이 있는 유저라면 이번 특집을 읽으며 ‘형제’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나니아 연대기
나니아 연대기는 4남매가 영화와 게임을 넘나들며 나니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적들과 맞서 싸우는 스토리다. 자신들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낯선 세계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했던 난감한 상황에 봉착한 4남매. 그나마 4명이었기에 망정이지 혼자 덜렁 나니아에 떨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니아 연대기는 2차 대전 시기에 적군의 공습을 피해 4남매가 시골의 별장으로 피신하게 되고 별장의 비밀스러운 방에 있는 장롱 속에서 우연히 나니아 세계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괜히 장롱은 뒤져가지고 형제들 생고생 시킨다. |
▲게임 속의 나니아 세계 |
하지만 이들도 처음부터 똘똘 뭉치며 흘러 넘치는 ‘형제애’를 발휘했던 것은 아니다. 매번 삐딱선을 타는 셋 째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많고 막내 또한 별장에 가만히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나니아를 찾아 형제들에게 생고생을 시킨 주범이다.
어찌 됐던 이들은 나니아 세계에 들어서게 됐고 살아 남아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 싸워야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은 진정한 ‘형제애’를 깨닫게 된다는 스토리로 진행되는데 목숨을 담보로 형제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니 수업료 치고는 너무 비싼 듯 하다.
동명의 게임 속에서는 영화에서 보다 더한 협동심을 필요로 한다. 4남매가 각자 맡은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게임 진행이 불가능 하다. 만약 영화에서처럼 둘 째 수잔이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입으로만 논리적인 대안만 내놓고 있다면 아마 게임 진행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의 수잔은 너무 똑 부러진 소리만 하는 인물로 2005년 최고의 유행어 ‘쟤~뭐야’를 연발케 할 정도로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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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화 속에서 활을 쏜 적은 딱 한 번 뿐. 정말 입만 살았다. |
▲힘을 합쳐야만 위기를 넘길 수 있다! |
아무튼 아무리 뺀질 거리던 수잔도 게임 내에서는 자신의 맡은 역할을 해내야만 한다. 나니아 연대기 게임은 4남매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각기 다른 기술을 구사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 맞는 기술을 가진 캐릭터가 플레이를 해야만 한다. 즉 4명의 플레이가 환상의 하모니를 이뤄야지만 나니아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에서나 영화에서나 이들에게 ‘형제애’는 세상을 헤쳐나가는 힘이고 성장의 원동력이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놀다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친구와 싸움이 붙어도 뒤에 누나, 형이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다면 멋 모르고 까불어 대던 것처럼 형제라는 존재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얘네들 형제 맞아? : 메탈기어 솔리드
모든 형제들이 ‘나니아 연대기’의 4남매처럼 끈끈한 형제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4남매와는 반대로 아무리 피를 나눈 혈육관계라도 스쳐 지나가는 남보다도 못한 형제관계도 있다. 한 부모 밑에서 자란 친형제라도 이익에 눈이 멀어 형제고 뭐고 없이 치열하게 싸우는 개념 없는 형제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메탈기어 솔리드의 스네이크 형제들 이다. 이들의 경우는 생물학적으로 형제이지만 한 명은 우성이고 다른 한 명은 열성이라는 사실 때문에 갈등을 겪게 된 형제이다. 마치 우리 주변에 있는 공부도 잘하는 데다 성격도 좋아 반에서 인기 절정을 이루고 있는 엄마친구 아들에게 느끼는 열등감 같은 것이 그들 사이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사이에는 형제라는 따뜻한 감정보다는 오직 적개심만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엄마친구 아들! |
▲솔리드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리퀴드. |
열성과 우성 사이에서 갈등이 시작된 리퀴드와 솔리드. 리퀴드가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제압하기 위해 솔리드가 투입 되면서부터 이들의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에 리퀴드와 솔리드 형제 사이에는 뜨거운 ‘형제애’가 흐르기보다 싸늘한 ‘살기’가 흐른다.
하지만 형제들간의 싸움은 항상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 다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사실. 예전에 필자가 오라버니와 싸우다가 결국 부모님께 둘 다 매를 맞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던 것을 보면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리퀴드와 솔리드의 피터지는 싸움은 막내인 솔리드의 승리로 끝이 난다.
▲형제끼리 이렇게 싸우면.. |
▲얘네처럼 엄마한테 혼난다. |
만약 이들이 나니아 세계에 들어서게 됐다면 아마 서로가 나니아를 구하고 왕이 되기 위해 또 다시 치열한 싸움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메탈기어 솔리드는 나니아에서 보여주는 형제애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실재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형제임에도 서로 등 돌리고 살아가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 원인이 어떠한 이해관계 때문이건 감정싸움이건 간에 그로 인해 평생의 내 편 한 명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들도 형제인가? : 정체불명의 형제들!
몇 명씩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형제인지 아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독수리 5형제.
어린 시절 TV를 켜면 ‘슈파 슈파 슈파 슈파~’ 라는 노랫소리와 함께 멋지게 등장하던 독수리 5형제. 여성이라면 누구나 5형제 중 1호인 ‘건’을 보며 가슴 설레여 하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실 독수리 5형제를 두고 형제다 아니다 말이 많았다. 하지만 독수리5형제의 원제는 과학 닌자대 깃차맨이다. 고로 이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인데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형제로 변하게 된 경우이다.
▲한 때는 조류 5의남매라고 불리기도 했다. |
▲1호 '건'은 지금봐도 역시 멋지다. |
그런데 우리의 멋진 독수리 5형제가 게임으로도 등장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도스용과 PS1 타이틀로 발매됐던 독수리 5형제는 슈팅 게임으로 1호 혼자서도 공격 가능하지만 1호부터 5호까지 합체를 하면 불사조롤 변신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그들은 비록 친형제는 아니지만 친형제 이상의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이며 우리 지구의 평화를 지켜주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추앙 받고 있다.
▲닌자거북이 게임. 원하는 거북이를 고를 수 있다. |
▲게임 속 닌자거북이 |
또 하나의 정체불명 형제!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도나텔로 4마리의 거북이인 닌자 거북이가 있다. 하수구에 버려진 네 마리의 거북이가 방사능 유출로 인해 갑자기 쑥쑥 자라나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말도 하게 된다. 한참 닌자거북이가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일 때 비디오 게임으로 제작 됐었다. 이 후 우리의 기억 속에서 닌자거북이가 서서히 잊혀질 쯤 코나미에서 PC, GC, XBOX등 의 플랫폼으로 동시 출시했다.
이외에도 게임 속에 등장하는 형제들은 많다. 형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리오와 루이지. 이들은 버섯 한 쪽이라도 나눠먹으며 피치 공주를 구하기 위해 쿠퍼에게 힘을 합쳐 대항한다. 하지만 이들 형제 사이에 피치공주라는 여자가 끼어있다는 사실이 약간 위험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마리오랑 루이지 중 피치공주랑 연결된 사람은 누구일까? |
▲원래 이름은 싸이킥 화이브다. |
또한 80년대 오락실을 수놓았던 꾸러기 5형제도 있다.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셔서 과연 형제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이 제목 또한 원제는 싸이킥 화이브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형제가 돼버린 경우다. 이들은 5명의 초능력자로 힘을 합쳐 마왕을 쓰러뜨려야 한다.
-형제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이렇게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진정한 형제애와 형제간의 싸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충분히 느꼈으리라 믿는다. 게임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형제가 힘을 합치면 두려움이란 없고 아무리 대단한 마왕이 나타나도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자, 이제 우리도 실생활에서 적용을 해보도록 하자. 그렇다고 장롱 속에 들어가 굳이 나니아 세계를 찾아 ‘형제애’를 느껴 보려는 노력 따위는 할 필요 없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은 내 남편도 부인도 아닌 형제다’ 이 말을 되새기면서 평소에 구박만 하던 동생이나 이유 없이 덤비기만 했던 누나 혹은 형에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베풀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집 장롱은 아무리 뒤져봐야 나니아 같은 것은 절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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