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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기획] 한 눈에 알아보는 FPS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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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란 First Person Shooting(1인칭 슈팅)의 약자다. FPS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마니아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비주류 장르(적어도 한국에서는)의 게임이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온라인 게임으로 활성화되면서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고 있다. 온라인 게임 순위를 확인한 바 10위권 내에도 2개나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오랜 시간 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도 FPS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업계에서는 올해만 해도 무수히 많은 FPS 게임을 개발중에 있다.

FPS 게임은 대부분 조작 방법이나 구성 등이 비슷하다. 배경 스토리나 그래픽, 게임성 등이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FPS 게임이 처음부터 획일화됐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 초창기의 FPS

올드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 PC 게임인 ‘울펜슈타인프 3D(이하 울프3D)’를 해보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인간으로 치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라고 할 수 있는, FPS의 시조뻘 게임이다. 참고로 울프3D는 1992년 ID소프트웨어가 개발한 게임으로, PC사양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저사양에 맞춰져 있었다.

필자는 처음 ‘울프3D’를 접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방식의 게임, 플레이어는 나찌 소굴에서 탈출해야 하는 임무를 띄고, 던전이나 다름 없는 미로를 헤매야 했다. 또 문을 열 때마다 들이대는 독일군 병사와 전투를 벌일 때 튀기는 피는 ‘잔인한 게임’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PC의 사양으로는 3D는 절대 불가능한 영역이라 조악한 도트 몇 장을 가지고 확대/축소해 3D효과를 낸 게임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혁신적인 게임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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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펜슈타인 3D. 지금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당시에는 참 무서웠던 독일군이었다

그 이후 등장한 ‘둠’은 훨씬 발전된 모습이었다. ‘둠’은 윈도우 95가 발표되던 해에 등장했는데, FPS에 호러 요소를 적절히 조합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 발걸음에 따른 화면 움직임과 플레이어를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게임구성은 많은 게이머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그 후 등장한 ‘둠 2’는 전작보다 향상된 그래픽을 보여준 확장팩 개념이다. 역시 전작에 인기를 이어갔다. 이러한 ‘둠’ 시리즈의 성공은 게이머들 사이에 FPS라는 장르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1996년에 등장한 ‘듀크뉴캠 3D’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게임을 FPS화 시킨 게임이다. ‘둠’의 성공에 영향을 받은 듯, ‘듀크뉴캠 3D’ 역시 게이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때부터 몇몇 마니아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넷플레이를 즐기는 FPS의 멀티플레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 FPS의 장르 분화

‘둠’ 시리즈에서부터 시작한 FPS의 성공 신화는 많은 게임 제작사들을 FPS라는 장르로 끌어들였다. ‘울펜3D’를 제외한 ‘둠’, ‘퀘이크’, ‘언리얼 토너먼트’ 등의 게임이 모두 히트를 치며 많은 제작사들이 FPS 게임을 출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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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등장한 ‘하프라이프’와 ‘레인보우 식스’는 각각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FPS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퀘이크 2 엔진’을 이용한 ‘하프라이프’는 뛰어난 그래픽과 완성도 있는 스토리로 많은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팀포트리스’ 같은 수많은 MOD로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다. 한편 레인보우 식스는 극히 사실적인 설정과 스토리, 다양한 미션을 통해 역시 FPS의 확산에 일조했다.

‘레인보우 식스’를 시작으로 FPS에서 밀리터리물이 점차 인기를 끌게 된다. ‘델타포스’, ‘오퍼레이션 플래시 포인트’, ‘메달 오브 어너’, ‘콜 오브 듀티’ 등 2차 세계대전이나 특수부대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 대박 행진으로 이어나갔다.

■ 멀티 플레이의 비중 증가

초반의 FPS 게임들은 멀티플레이는커녕 2인 플레이의 개념조차 없었다. 이는 ‘열악한 통신 환경’이라는 장애물이 게이머들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부터 인터넷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멀티플레이는 FPS 게임의 중요한 컨텐츠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퀘이크 2’로 넘어오면서 멀티플레이는 점차 FPS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플레이 모드가 되었다. ‘레인보우 식스’는 GameZone에서 쉽게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고, 하프라이프의 각종 MOD(카운터 스트라이크, 팀 포트리스 등) 역시 멀티플레이 전용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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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플레이의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

‘퀘이크 3’의 경우 게임자체가 싱글플레이보다는 멀티플레이 위주로 제작됐다. 이것만 보더라도 FPS에서 멀티플레이가 가지는 중요도가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다.

■ 멀티 플레이 전용의 FPS

FPS의 특성상 인공지능을 가진 BOT들과의 싸움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어려운 난이도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명중률이 높을 뿐, 움직임이나 패턴이 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번 플레이하다 보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즐겨보고 싶다는 유저의 요구는 멀티플레이 전용 FPS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팀 포트리스 2’,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멀티플레이 전용 FPS가 인기를 끌자, 국내에서도 ‘카르마 온라인’이라는 온라인 FPS가 등장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 ‘스페셜 포스’, ‘서든 어택’이 게임시장에서 FPS 붐을 일으켰다.

■ FPS의 대중화

FPS가 국내에 뿌리를 내린 시기는 1999년 전후로, ‘레인보우 식스’와 ‘하프라이프’가 국내에 상륙한 시기다. ‘하프라이프’는 ‘퀘이크 3’가 나오기 전, SF적 요소가 매우 강한 퀘이크 2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영화와 같은 스토리는 물론 ‘팀 포트리스’,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MOD로 마니아 층에게 엄청난 지지도를 얻으면서 성공의 길을 열었다(물론 국내에서는 불법복제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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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식스’는 ‘하프라이프’와는 정반대로 탐 클랜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개발해 수많은 미션과 사실에 가까운 게임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하프라이프의 각종 MOD와는 다르게 GameZone이라는 곳에 접속하면 쉽게 멀티플레이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FPS를 멀티플레이로 자리매김하기엔 ‘레인보우 식스’가 주력이었다.

※ 엔진이란?
게임엔진이란 해당 게임을 구성하는 그래픽뿐만 아니라 그 세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중력의 세기라거나 물체의 무게에 따른 리액션 등 해당 게임 세계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친다. 참고로 ‘하프라이프’를 만들어낸 퀘이크 엔진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사용하기가 어려워 현재 개발사에게 외면받고 있다.

 

※ 아마추어가 만든 카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애초에 게임 제작사가 만든 게임이 아니다. 아마추어 프로그래머가 하프라이프의 MOD로 만든 게임으로, 밀리터리 FPS를 대중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프라이프의 인기 MOD였던 ‘팀 포트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몇 번에 걸친 대대적 업데이트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 카스가 국내에서 사라진 이유?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인기를 얻으며 하프라이프의 제작사는 한국 PC방에 악수를 두게 된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만 넣은 패키지를 팔고, 곧바로 스팀을 이용하게 만든 것(이중 요금 부과). 이로 인해 PC방 연합은 두 번의 요금을 결제하는 부분을 반발해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배제, 국산 FPS인 스페셜 포스를 띄워주게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다.

■ 국산 FPS의 태동

이렇게 FPS가 점차 확산되면서 국내 게이머들도 FPS를 즐기는 사람이 점차 늘어났다. 하지만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는 수많은 버그 악용과 치트 프로그램으로 점차 소단위 온라인 게임(이를 테면 한 PC방 안에서)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카운터 스트라이크만이 명맥을 이어갔다. 이때 FPS 게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카르마’가 등장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도 그 인기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잘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접속하기가 꽤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실한 한글화(한글 지원은 없다)에 수많은 치티 프로그램들이 유저들을 점차 내몰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게이머들의 시선은 ‘카르마’로 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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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는 국산 FPS의 시조격으로, FPS 온라인 게임이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부분 유료화로 유저들에게 점차 버림받은 비운의 게임이다(유료 아이템을 사용하면 무적인 게임이 되고 만 것. 밸런스 부분에서 엉망이었다). 이렇게 카르마가 버림받을 무렵 다시 한번 국내 온라인 FPS 게임이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스페셜 포스’다.

‘스페셜 포스’는 아직까지도 게이머들에게 많이 즐기는 게임이다. ‘전방 수류탄’의 대명사인 스페셜 포스는 FPS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게이머까지도 FPS 게임에 끌어들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때 온라인 게임순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스타크래프트’가 왕좌의 자리를 ‘스페셜 포스’에게 내주고 만 것이다.

■ 국산 FPS의 춘추전국시대

‘스페셜 포스’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난 FPS 게임이 있으니, 바로 ‘서든 어택’이다. ‘서든 어택’은 ‘스페셜 포스’보다 쉬운 조준, ‘카운터 스트라이크’보다는 가벼운 게임성으로 준 마니아들에게 어필해 인기몰이하고 있는 게임이다. 현재는 ‘스페셜 포스’와 ‘서든 어택’이 FPS 게임 유저를 대부분 끌어 모은 상태이다.

■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서든 어택’과 ‘스페셜 포스’의 공통점은 바로 밀리터리 액션이라는 점이다. 사실 FPS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가 밀리터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리 저리 쏟아지는 총탄과 수류탄, 숨막히는 전투, 어느 것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밀리터리인 것이다. 물론 조상격인 D둠과 퀘이크 시리즈는 전혀 다른 소재로 성공했지만, 지금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FPS게임은 거의 밀리터리로 보면 된다. 이는 국내에서 인기를 끈 FPS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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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온라인 FPS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카운터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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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울프 3D로 시작되는 FPS의 흐름을 그리고 있다. 빠진 게임들이 많긴 하지만, 대략적인 윤곽을 잡기에는 충분하다(퀘이크 엔진으로 제작된 게임 리스트만 나열해도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언리얼 역시 마찬가지). 제일 아래를 보면 국산 FPS 게임 6가지를 볼 수 있다. 랜드매스, 테이크 다운 온라인, 스페셜 포스, 서든 어택, 크로스 파이어 등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거나 개발중인 게임이다. 이중 랜드매스를 제외한 다섯 개의 게임들은 모두 밀리터리를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나 ‘크로스 파이어’와 ‘테이크 다운 온라인’은 국내 유저들에게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모방작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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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은 라이트한 게임성으로 많은 인기를 몰고 있는 서든어택

▲ 카스를 90% 벤치마킹한 듯한 게임인 크로스 파이어

랜드매스의 경우 기존 밀리터리 FPS에 대해 소위 ‘반기’를 든 모습인데, 특이한 무기들로 꽤나 기대를 받는 게임이다. 그리고 언리얼 엔진 3.0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는 A.V.A의 경우 뛰어난 그래픽과 병과제의 도입으로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참고로 기존의 FPS 게임에서 병과제가 들어가 각 클래스의 특성이 확연히 나눠진 것은 팀 포트리스와 메달 오브 어너, 트라이브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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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 8가지의 병과가 있다

▲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많은 영향을 준 팀 포트리스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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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게임이 없었다면 카운터 스트라이크도 없었다

■ 맺으며

글을 쓰며 정리해보니 국산 FPS는 절반 이상이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같은 뿌리인 하프라이프의 다른 MOD인 팀 포트리스 클래식에서 영향을 받아 개인이 따로 만든 MOD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 MOD를 모방한 게임들만 줄지어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게임이 많아 선택의 폭은 넓지만, 엇비슷한 게임들이다 보니 약간은 식상한 면도 있다.

이를 봤을 땐 국산 FPS도 베이스가 되는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 엔진 소스 공개로 개인이 MOD를 만들 수 있게끔 하여 다양한 방식의 게임이 나오게끔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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