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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강동구의 신예 성지, 천호 펀존 게임센터

아케이드 리듬게임 14년 경력을 가지고 있는 노장. 맛집과 게임, 여행전문 종합 블로그 '류토피아(http://ryunan9903.egloos.com)' 를 6년간 운영중인 Ryunan이 얼마 안 남은 대한민국 아케이드게임장 성지순례를 시작했다. 당신이 알고 있는, 혹은 전혀 몰랐던 아케이드 게임의 세계. 우리 함께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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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한국 아케이드 게임시장에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압구정 조이플라자 게임센터의 폐업 소식이었죠.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야 게임장 하나 폐업한 것이 무슨 대수로운 일이냐 싶겠지마는, 아케이드 유저들에게 조이플라자의 폐업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캐리어를 잃은 인터셉터의 기분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우시려나요? 여담이지만, 조이플라자는 국수집으로 바뀐다는 얘기가 있더군요(이게 무슨 소리야… 조플이 국수라니!).


▲ 얼마 전 폐업해 아케이드 게이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조이플라자'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게임센터는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운영되던 가치있는 귀한 기기들은 전국의 아케이드 게임장으로 퍼져나갔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는 국내에서 오직 조이플라자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전설급 기기도 많죠. 사실 제가 아는 모 유저는 오히려 집에서 더 가까운 오락실에 조이플라자에서만 해볼 수 있었던 게임이 들어오게 되어 게임 환경이 더 좋아졌다며 '조플 폐업 만세!' 를 외치고 다니다가 수많은 조플 팬들에게 납치당해 새우잡이 배를 탈 뻔 하기도 했습니다. 아쉽네요.

조이플라자의 폐업은 한국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업계의 하락세를 반영하는 사건이기도 했지만, 각종 레어/인기 게임기판들을 전국 각지에 있는 게임장으로 이동시키며 이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게임장들을 재조명시키는 기회로도 작용했습니다. 실제로 몇몇 게임장은 조이플라자의 뒤를 잇는 새로운 아케이드 게이머들의 성지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간 펀존 게임센터 역시 조이플라자 폐업으로 많은 버프를 받은 강동구의 떠오르는 신예 성지(말이 좀 이상하지만 넘어갑시다)입니다. 천호동에 위치한 펀존 게임센터는 2010년 오픈한, 비교적 젊은 아케이드 게임장입니다. 강동구를 비롯한 서울 동부지역 아케이드 게임 유저들은 예전부터 이 곳을 자주 이용했지만, 타 지역 유저들까지 원정을 올 정도로 유명하진 않았죠. 그러나 계속해서 전문적인 게임 라인업을 갖추어 감에 따라 최근에는 서울 서부나 인천 근처의 유저들도 종종 먼 길을 찾아오곤 합니다.

조이플라자 폐업으로 가장 많은 덕을 입은 서울 동부지역 아케이드센터의 신예 강자, 천호 펀존 게임센터는 아케이드 유저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받은 가나안 땅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허울 좋은 개살구일까요. 천호동의 새로운 성지로 추앙받는 펀존 게임센터를 찾아가봤습니다.

찾아가는 길

펀존 게임센터는 천호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단연 지하철 5, 8호선의 천호역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없어진 중국의 구룡성채를 연상케 하는 복잡한 지리 탓에, 초행길이라면 게임센터 찾으러 왔다가 '들어올땐 맘대로지만 나갈 땐 아닌 곳' 에 잘못 들어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엉덩이가 찰진 분은 특히 주의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나 엉덩이가 찰진 길치라고 할 지라도, 숙련된 조교에 의한 훌륭하고 엑설런트한 설명을 들으면 이러한 걱정에서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나를 따르는 자는 영생... 을 누릴 순 없어도 길을 잃진 않을 겁니다.

먼저 지하철 5-8호선 천호역을 나와 5번 출구로 나와야 합니다 5번 출구는 이마트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는 천호역 지하상가를 끝까지 쭉 걸어가야 나오는 외진 곳에 있으니, 헤매지 말고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출구로 나와야 합니다. 5번 출구 바로 앞에는 이마트가 보이는데요, 이마트를 지나 앞으로 계속 직진, 직진하다보면 왼쪽에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이 하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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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5, 8호선 천호역에서 출발합니다. 5번 출구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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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번 출구로 나오면 왼쪽에 이마트가 보입니다.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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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진하면 왼쪽에 골목이 보입니다. 여기까지 찾았다면 절반쯤 성공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천호동 로데오거리 먹자골목이 나오는데, 맛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고 아줌마들이 ‘많이 줄께!’를 연발하며 호객행위로 우리를 달콤하게 유혹합니다. 내공이 부족한 아케이드 유저라면 이쯤에서 길을 잃고 식당으로 끌려들어가게 될 지도 모릅니다. 호객 아줌마들의 매혹적인 손을 뿌리치고 계속 나아가면 T자형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옵니다. 여기쯤 왔다면 이제 안심해도 됩니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을 살짝 쳐다보면 약간의 유흥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밤 시간대에는 올이 나간 스타킹을 신고 하이힐이 벗겨진 채 빈대떡 한 장을 부쳐내고 있는 예쁜 언니라던지 하는 진귀한 구경거리도 많습니다. 한눈팔지 말고 이쪽 길로 쭉 나아가다 보면 왼쪽에 큰 모니터로 게임장 내부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펀존게임센터 간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션 컴플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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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자골목 안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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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거리가 나옵니다. 이제 여기서 오른쪽을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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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걷다보면 목적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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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기 힘들었지만 어쨌든 석세스!

보통 오락실이 1~2층에 있는 것과 다르게 펀존게임센터는 지하에 있는데요, 계단이 야외에 있기 때문에 찾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정 어려우시다면 1층에 GS25가 있는 건물을 찾으시면 됩니다. 아니면 그냥 학생들이 우글우글한 곳을 찾으시면 되죠. 겁을 주긴 했지만, 사실 바깥에서 게임장 내부 CCTV 화면을 비춰주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여기가 게임장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설명해도 못 찾는 사람은... 심각한 문제이므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게임센터 입구에는 어린 시절 제 용돈의 30%를 징수해가던 인형뽑기 기계(기계손에는 악력이란게 없는 것 같아요)와 함께 어느 게임장에나 다 있을법한 펀치, 축구기계가 있습니다. 오후에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중고등학생들이, 밤이 되면 여성 앞에서 자신의 힘을 자랑하려는(대체 어디다 쓰려고?) 떡대 오빠들의 쇼쇼쇼가 벌어지는 곳이죠. 때문에 입구가 항상 시끄럽고 또 가끔은 험악한 분위기도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죄지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쿨한 표정(입을 닫은 후 눈을 반쯤 뜬 뒤 앞만 보고 가면 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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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에 있어 살짝 접근성이 떨어져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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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 형태의 계단이기 때문에 고개만 살짝 숙이면 바로 입구가 나옵니다
누군가에겐 악마의 게임, 누군가에겐 노다지인 인형뽑기 기계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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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치 기계 근처에는 오후만 되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이 날은 오전에 찾아간지라 사람이 별로 없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펀존게임센터의 정문을 열면 이 세상 소리가 아닌 것 같은 엄청나게 시끄러운 수백 대의 게임 소음들이 귀를 휘감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소르가즘’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래 들으면 솔직히 힘들죠….

펀존게임센터는 지상이 아닌 밀폐된 지하공간에 있기 때문에 약간 폐쇄적인 느낌이 강한데요, 공간 자체는 비교적 넓지 않은데, 여기에 어떻게든 많은 게임을 넣기 위해 기계가 상당히 빡빡하게 들어차 있어 답답한 느낌도 조금 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빵빵하게 가동하고 있긴 하지만, 한여름에 몸을 많이 움직이는 댄스게임을 비롯한 체감형 리듬게임을 하면 땀냄새로 주체못할 상태에 놓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담배연기 자욱하고 어두침침했던 옛날의 오락실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판매용 음료가 비치되어 있는 냉장고(유료 아이템입니다!)와 사탕뽑기 기계, 좌측에는 태고의 달인 13대목이 한 대 돌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고의 달인의 경우 좀 오래 된 게임이라 플레이하는 사람은 지나가다 한판씩 하는 커플 말고는 없긴 합니다만, 구석에 위치한 덕에 더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음료 냉장고 안에는 커피랑 탄산음료, 심지어 생수까지 판매합니다. 보통 게임센터 안에서 공짜 식수대가 있는데 여기는 왜 물은 돈 받고 파는 것일까요? 실제로 필자도 이 문제에 대해 한 번 건의해본 적이 있었는데, 위생문제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사실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정수기 물은 안 먹는 게 낫죠. 자칫하면 중독되어 3초당 15의 독 대미지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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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동전 교환기입니다

본격적인 게임 탐방

입구의 펀치기기와 태고의 달인은 에피타이저일 뿐, 펀존게임센터의 진가는 안쪽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격투게임 '철권 6' 과 '스트리트 파이터', 그리고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등의 격투게임들입니다.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의 경우 초기 비싼 기판가격으로 인해 아케이드 업주들의 불매운동까지 일어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유저들의 요청에 의해 얼마 전 2조가 입고되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철권 유저들이 상당수 이곳으로 집결, 수시로 기계가 꽉 차 있을 정도로 이 게임은 펀존게임센터의 효자품목 중 하나입니다. 철권을 즐기다 보면 간혹 리얼철권으로도 이어지곤 하는데, 적어도 이곳에서는 리얼철권까지 가는 사태는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유저들의 매너가 좋은건지, 아직 로컬 커뮤니티가 없어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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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서 왼쪽을 보면 사격 게임을 비롯한 체감형 게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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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가면 국민 대전격투게임 '철권' 시리즈들이 절찬리 가동 중!

철권 뒤쪽의 에어컨을 중심으로는 한때 한국 아케이드를 풍미했던 '펌프 잇 업' 두 대가 절찬 가동 중입니다. 한 대는 최신작 'FIESTA EX', 또 한 대는 한 버전 전작인 'FIESTA' 입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펌프 동호회가 이 곳에 자주 모여 게임장 안에 들어가면 엄청난 열기와 남성적인 땀내(...)가 진동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잘 오지 않습니다. 기기 관리가 예전만은 못하다는 게 이곳에서 펌프를 하는 사람들의 지적이더군요.

또한 지나치게 좁은 공간으로 인해 철권과 펌프 기기의 간격이 너무 좁아 마음 편히 플레이하는 데 약간의 지장이 있고, 사람 모으는 걸 좋아하는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갤러리를 모으기 힘들다는 것도 단점이라고 하네요. 사실 펌프 정말 잘 하는 사람 중 일부는 자신의 플레이를 뒤에서 구경하며 감탄사를 흘려주는 갤러리들이 있어야 흥이 나는 법이라나요?(어디서 들은 척 말하긴 했지만, 실은 저도 조금은...그렇습니다...^^;;)

'철권' 뒤쪽 벽면에는 게임센터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수많은 체감형 게임들이 있습니다. '레이징 스톰', '하우스 오브 더 데드 4' 를 비롯한 검증된 슈팅게임부터 시작하여, 체감 게임의 메인인 음악게임 또한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전국에 몇 대 없는 레이싱 게임 '이니셜D Ver.6' 을 비롯하여, 최근 유니아나를 통해 정식 발매된 코나미의 음악게임 ‘사운드 볼텍스 부스’, 그리고 조이플라자 폐업과 함께 건너온 귀중한 기기 ‘비트매니아(Beatmania)2DX 19. Lincle' 이 두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국에 보급된 기계수가 얼마 되지 않는 이 비트매니아 기기는 지금의 펀존이 유명해지게 한 일등공신 중 하나로, 비트매니아를 즐겼던 서울 동부권 유저 다수를 흡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얼마 전엔 플레이 요금을 1,000원에서 500원으로 인하하기도 했죠. 게임기 위치가 좋아 가끔 일반인들 앞에서 실력자랑을 하려면 비트매니아가 제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워낙에 실력 좋은 유저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이 곳에서 함부로 실력 자랑을 하다간 오히려 역관광당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자신의 게임 실력을 타인에게 자랑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렇다고 다른 유저를 업신여기는 행위는 자제해야 하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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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펌프 두 대가 보입니다. 왼쪽이 최신작, 오른쪽이 그 전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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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운전면허 교본이었던 이니셜 D도 보입니다. 버전은 6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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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플라자에서 건너온 비트매니아 2DX 두 대가 있습니다
현재 펀존 게임센터가 리듬게이머들로부터 성지로 추앙받는 결정적 계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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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으갸아악

비트매니아 외에도 아케이드 음악게임 중 한국에서 가장 폭넓은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는 ‘유비트’, 그리고 ‘리플렉 비트’ 가 비트매니아 기기 뒷편에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게임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유비트는 4대, 리플렉비트는 2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유비트의 경우 최신작인 코피어스가 나온 지 오래되어 다음 신버전을 기다리고 있는지라 게임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다만 향후 다섯 번째 버전 ‘소서’ 가 출시되면 상황이 바뀌겠죠? 리듬게임 치고는 워낙 매니아 유저층이 넓은 게임이기 때문에 어느 시간대에나 사람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비트 옆에는 역시 조이플라자 폐업의 버프를 받아 절찬리에 가동 중인 ‘팝픈뮤직’ 이 있습니다. 버전은 20-FANTASIA 로 일본과 동일하게 돌아가는 최신작이죠. 단, 유니아나를 통한 정식 발매 기기가 아닌 직수입 기기인지라, 국내 유저를 대상으로 한 ‘E-어뮤즈먼트(E-amusement)’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 흠입니다.

‘팝픈뮤직’ 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팝픈뮤직’ 은 아기자기한 모양의 기기, 귀여운 만화 캐릭터, 연타형 아케이드 게임 ‘비시바시’ 와 비슷한 외형의 음악게임으로, 겉모양만 놓고 보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 처럼 생겼습니다. 하지만 겉보기에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라이트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할 것 없이, 게임센터에 와서 ‘팝픈뮤직’ 하는 사람들 몇 명을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제 주변 일반인(?)들은 이걸 보고 ‘뭐야 이거 무서워…’ 라는 반응을 보이던데,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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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보는 형태로 총 4대가 설치된 '유비트(좌)' 와 리플렉비트(우)
정식 발매 버전이기 때문에 E-어뮤즈먼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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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뭐야... 무서워...' 라는 말이 나오는 '팝픈뮤직'
저 버튼들 모두가 통채로 1인용입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한 '팝픈뮤직' 플레이 영상을 투척합니다
(영상출처: 유튜브)

‘비트매니아’ 오른쪽에는 현재 ‘E-amusement’ 한국 내 서비스 종료로 더욱 초라해진 드럼 게임 ‘드럼매니아 V8’, 그리고 그 옆에는 자랑스런 국산 토종 음악게임인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3’ 와 ‘이지투디제이(EZ2DJ)’ 두 대가 있습니다. ‘EZ2DJ’ 는 최신작 AE(AZURE EXPRESSION)와 그 바로 전작인 BE(BONUS EDITION)가 가동 중입니다.

최근 코나미표 음악 게임의 대거 입하와 흡입력으로 인해 많은 유저들을 빼앗긴지라 비록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옛 영광 때문인지 플레이 유저는 꾸준히 존재하는 편입니다. 다만, 냉정한 말이긴 하지만 애초에 ‘테크니카’ 나 ‘EZ2DJ’ 의 경우 펀존게임센터의 주력 게임이 아닌지라 구색맞추기 용도로 놓여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플레이 유저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요… 이러한 위상 탓인지, 기기 자체도 워낙 구석진 곳에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EZ2DJ 뒤편의 벽 쪽에는 철권 등에 밀려난 일반 아케이드게임 몇 가지가 위치해 있습니다. 한때 조이플라자의 터주대감이자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세가 테트리스’ 도 이 곳에 있으니, 흔히 볼 수 있었던 아타리 테트리스(러시안 테트리스라고도 하지요)에 질린 분들은 새로운 방식의 ‘세가 테트리스’ 를 즐겨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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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톡톡이 게임 건너편에 위치한 EZ2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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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권 뒷편에 위치한 스틱형 아케이드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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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한 대밖에 없는 세가 테트리스
이 역시 조이플라자의 명물이었습니다


▲ 세가 테트리스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유튜브)

마지막으로 뒤쪽의 남은 공간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코인노래방입니다. 국내 게임센터 수입의 대부분을 코인노래방과 인형뽑기가 책임진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인데요, 펀존게임센터 역시 노래방 기기에 상당한 투자를 했습니다. 때문에 좁고 어둡고 곰팡내나고 방음도 안 되고 마이크 상태도 안 좋은 구형 기기가 아닌 여러 모로 쾌적한 최신 기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문을 닫으면 방음이 매우 잘 되므로, 코인노래방에서 들려오는 변성기 중학생의 ‘She`s gone’ 을 들으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펀존게임센터는 상당히 알찬 게임 라인업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결코 넓다고는 할 수 없는 한정된 공간 안에 이 많은 게임들을 비치하다 보니 마치 ‘테트리스’ 의 블록쌓기처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했죠.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 좁은 공간에 이렇게 많은 게임을 가져다놓다니!’ 라며 감탄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공간이 좁고 게임기가 많다 보니 이동 시의 동선이 썩 좋지 못하고 게임기 사이의 폭이 좁습니다. 때문에 ‘철권’ 의 경우에는 의자를 마음대로 뺄 수 없거나, 리듬게임의 경우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타 게임의 사운드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등의 문제도 발생합니다. 궁여지책으로 사무실에서나 볼 수 있는 파티션을 게임기 사이에 설치하긴 했습니다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정말 답이 없습니다. 그래도 파티션 설치 등 좀 더 쾌적한 게이밍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주인의 배려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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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락실 매출을 책임지는 일등공신, 코인노래방
최신형 기기라 방음이 잘 되는 점이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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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듬게임 사이의 파티션이 주인아저씨의 배려를 증명해줍니다

천호 펀존 게임센터 근처의 맛집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다 보면 배가 고파지는 것이 인지상정! 이 자리를 빌어 천호 펀존게임센터를 찾는 게이머들이 고민하지 않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맛집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일본라멘 전문점 유타로: 상당히 수준높은 공력의 일본라멘을 판매하는 곳으로, 돈코츠 라멘인 시로 라멘이 인기가 높다. 국물과 밥이 무한리필되므로, 배고픈 게임유저들이 배터지게 먹기에 좋은 곳이죠! 가게 점원들이 기합이 바짝 들어 엄청 친절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펀존 게임센터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꺾어 ‘무봤나 촌닭’ 골목을 끼고 좌회전 후 10m 직진.


▲ 라멘 자체도 상당히 괜찮은데 국물과 밥 무한리필까지 되는 '유타로'

홍콩반점0410: 체인점으로 유명한 짬뽕 전문 중국집. 4,000원에 신선한 해산물과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짬뽕을 맛볼 수 있어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우기에 적당합니다. 펀존 게임센터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맛의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왼쪽의 ‘콩불’ 건물 2층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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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하면서도 상당히 맛있는 짬뽕을 판매하는 '홍콩반점 0410'

고기부페 셀빠: 점심 9,900원, 저녁 10,900원에 무제한으로 고기를 즐길 수 있는 깔끔한 고기부페입니다. 최근 개업한 천호점은 많이 먹는 걸 좋아하는 게임덕, 고기덕들에게 사랑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펀존 게임센터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맛의거리를 따라 직진하면 왼쪽 새마을식당 건물 2층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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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머라면 고기! 일단 양 많고 소화 잘 되는 고기를 원한다면 '쎌빠'

죠스 떡볶이: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을 위한 가벼운 분식거리. 식사대용으로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배가 썩 고프진 않을 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간식거리 전문점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체인점이니 맛은 일정 수준을 보장합니다. 펀존 게임센터 바로 오른쪽 건물 1층으로 위치도 매우 가깝습니다. 길가에 있어 못 찾는 일은 절대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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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히 유명한 떡볶이 체인, 펀존 게임센터 바로 옆에 위치

꼬지킹: 한때 한국에 방문한 일본의 유명 유비트 플레이어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천호지역 최고의 닭꼬치집으로, ‘킹 오브 더 킹’ 이라는 이름의 초매운 닭꼬치가 인기인 곳입니다. 잠시 와플집으로 변경하여 다시는 맛볼 수 없을 줄 알았으나, 최근 와플과 함께 닭꼬치 판매를 재개해서 악명높은 매운 닭꼬치를 다시금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닭꼬치의 악명은... 해당 영상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펀존 게임센터에서 좌측 로데오거리로 나와 로데오거리 세븐일레븐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 앞으로 쭉 가다보면 오른편에 위치 ‘닭꼬치’ 간판이 보입니다. 간판이 작기 때문에 주의! 닭꼬치 1개 가격은 2,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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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나면 저절로 탭댄스를 추게 된다는 악명높은 닭꼬치
(최근엔 조금 덜 매워졌습니다)

천호닭숯불구이: 1인 8,000원(3인기준)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닭다리살 구이를 무한정으로 즐길 수 있는 곳. 닭고기는 수입산답지 않게 냄새도 나지 않고 쫄깃하며, 불판에서 기름도 튀지 않아 깔끔하고 맛있는 닭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주인아저씨의 서비스 정신도 훌륭해서 리필 시에도 친절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곤 합니다. 펀존게임센터를 나와 왼쪽으로 꺾은 뒤 로데오거리에서 한번 더 좌회전, 쭉 가다보면 천호시장이 나오는 천호(구)사거리가 나오는데요, 여기서 현대프라자 건물이 보이는 방향으로 아주 조금만 걸어간 뒤 건널목을 건너세요. 건널목을 건넌 뒤 바로 안으로 들어가는 작은 골목으로 가면 있습니다. 찾기는 좀 어렵지만, 일단 찾아가 보시면 대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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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닭다리살이 무한으로 리필되는 '천호 닭 숯불구이'

성지순례를 마치며...

이상으로 서울 동부의 새로운 성지로 추앙받고 있는 천호동 펀존 게임센터 탐방기를 마치겠습니다. 천호동에는 과거 10군데가 넘는 수많은 게임센터, 그리고 펌프방들이 존재했었지만, PC방 열풍과 바다이야기 사태에 밀려 모두 폐업해버리는 비운을 맞이한 바 있습니다. 그 와중에 홀연히 등장하여 지금은 명실공히 천호, 아니 강동구 최대규모의 게임센터로 자리잡게 된 펀존 게임센터는 지속적인 신작 게임 업데이트와 다양한 컨텐츠의 게임 구비로 서울 동부에 위치한 매니아 유저들을 꾸준히 끌어모으고 있는 유명한 명소가 되었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을 사랑하고, 수많은 게임 고수들을 만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게임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서울 동부 최대규모의 게임센터, 펀존 게임센터를 한 번 방문해볼 것을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어쩌면 펀존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 저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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