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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업계, 두 단체의 두 목소리


▲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로고 (사진제공: 각 협회)

게임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이번 대선을 바라보며 놀랐던 점은 정치권에 대한 게임업계의 푸쉬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던 4월에는 국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씩 ‘게임 토론회’가 열렸으며, 기존 대선과 달리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야말로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업계 전체에 스포트라이트가 갔던 것은 아니다.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자율규제’고 이를 적극적으로 밀었던 곳은 한국게임산업협회였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전체 회원사는 64곳인데, 이 중 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부회장사는 7곳이다. 그리고 그 7곳은 모두 중견 이상의 게임사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스마일게이트,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다. 다시 말해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외치는 ‘자율규제’는 업계 전체보다는 그 중에도 대기업의 목소리라 말할 수 있다.


▲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리고 게임업계에는 중소기업 위주로 뭉친 협회가 또 하나 있다. 지난 2015년에 ‘중소기업 이익 실현’을 목표로 발족한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업체 600여 곳이 회원으로 속해 있는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중점적으로 진행해온 사업은 ‘중소 게임사 지원’이었다.

그렇다면 중소 게임사들이 원하는 것 역시 ‘자율규제’일까? 현재 중소 게임사가 바라는 것은 자율규제가 아니다. 충분한 자본이 있는 대기업이야 좀 더 수월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자율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해야 하는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당장 먹고 살 길이 급하다.

현재 중소 게임사에게 가장 급한 문제는 투자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게임업계에 새롭게 투자된 금액은 1,153억 원으로 2015년보다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 투자가 줄고 있다는 것보다 피가 마르는 일은 없다. 자율규제는 생각할 여유가 없으며, 하루빨리 투자가 활성화되어 일단은 살아야겠다는 것이 중소 게임사의 입장이다.


▲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지난 4월 11일에 열린 국회 토론회는 이례적으로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그 중 중소 게임사를 대변해 입을 연 사람은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이었다. 그가 강조한 부분은 투자 활성화다. 당시 그는 “정부에서 모태펀드를 한다면 두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우선 중소기업 대상 펀드가 있으면 한다. 100억이라 치면 정부가 70억 정도를 하고 민간이 30억 정도를 하는 것이다. 인디게임 펀드도 필요하다. 이 역시 출자를 정부가 70, 민간이 30하는 식이다. 그리고 두 펀드 모두 출자된 자금을 70% 이상 소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현재 게임업계에는 대기업의 자율규제, 그리고 중소 게임사의 투자 활성화가 있다. 두 단체의 두 목소리가 있는 셈이다. 스포트라이트가 몰리는 쪽은 단연 대기업이지만 생존을 위해 투자 유치를 외치고 있는 중소 게임사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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