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은 게이머에게 애증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이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은 2012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5월 1일에는 중국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시작됐다.
특히 중국이 눈길을 끈 이유는 ‘확률 공개’를 법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즉, 게임사가 하겠다, 말겠다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게임사가 ‘확률 공개’를 해야만 하는 강제 규제다. 국내 게임업계가 진행한 ‘자율규제’에 실망한 게이머들이 중국에 시선이 집중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법이 시행된 5월 1일부터 자국과 외산 게임을 가리지 않고 공식 홈페이지에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한국도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보다 강력한 ‘자율규제’를 만들고 이를 7월 1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혀놓은 상황이다. 중국처럼 ‘확률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는 법안이 국회에 3개나 발의되어 있는 만큼 업계는 이번에야말로 ‘자율규제’를 잘 진행하며 여론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 상황을 국가 대 국가로 보면, 중국의 ‘강제규제’와 한국의 ‘자율규제’가 맞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두 나라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부분은 중국은 ‘법’이고, 한국은 ‘자율’이라는 점이지만 두 나라에서 각각 ‘확률’이 어떠한 방식으로 공개되느냐가 궁금해진다.
1차전: 중국과 한국의 확률 공개 방식
우선 이미 규제가 시작된 중국부터 살펴보자. 중국의 경우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블레이드앤소울’까지 현지에 서비스 중인 게임의 ‘확률 공개’ 방식을 모두 살펴봤다. 그 결과 세 게임 모두 유사한 방식으로 ‘확률’을 공개하고 있었다.
‘블레이드앤소울’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선물상자’라는 랜덤박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안에는 고급 소재와 영웅 등급 재료, 캐릭터 외모를 꾸미는 의상, 장비, 보석이 들어 있다. 이 경우 중국에서는 ‘고급 소재’, ‘영웅 재료’, ‘의상’, ‘장비 및 보석’으로 나누어 각각 확률이 공개된다. 예를 들어 ‘고급 소재’는 40%, ‘영웅 등급 재료’는 8%, ‘의상’은 0.2%, ‘장비 및 보석’은 0.05% 식이다.
여기에 게임 안에서 여러 종류의 ‘랜덤박스’를 팔고 있다면 종류 별로 확률이 나온다. 예를 들어 ‘A선물상자’. ‘B선물상자’, ‘C선물상자’가 있다면 각 상자의 확률이 따로 공개된다는 것이다. ‘A선물상자’의 아이템 목록과 확률, ‘B선물상자’의 아이템 목록과 확률, ‘C선물상자’의 아이템 목록과 확률을 각각 볼 수 있다.
▲ '블레이드앤소울' 확률 공개 방식
'선물상자' 3종에 대한 확률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사진출처: 게임 중국 홈페이지)
이러한 공개 방식은 비단 ‘블레이드앤소울’만이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도 챔피언 혹은 스킨을 얻을 수 있는 ‘마법공학 상자’가 있다. 이 역시 중국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률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마법공학 상자’에 들어 있는 아이템과 획득 확률이 각각 공개되는 것이다. ‘챔피언 조각’은 14.61%, ‘스킨 조각’은 45.153%, ‘챔피언’은 7%, ‘스킨’은 29.255%, ‘소환사 아이콘’과 ‘와드 스킨’은 각각 2%다.
▲ '리그 오브 레전드' 확률 공개 방식 (사진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중국 공식 홈페이지)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는 약간 다르다. ‘오버워치’에는 스킨이나 스프레이 등을 얻을 수 잇는 ‘전리품 상자’가 있다. 앞서 소개한 ‘블레이드앤소울’과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이템을 항목별로 나눴다면 ‘오버위치’는 등급별로 나눴다. 여기에 확률을 표시한 수치도 ‘상자 몇 개 당 하나’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설’은 ’13.5개당 하나’, ‘에픽’은 ‘상자 5.5개당 하나’, ‘레어’는 ‘상자 하나당 최소한 하나’, ‘보급’은 위에서 이야기한 상위 등급이 안 나오면 등장한다.
▲ '오버워치' 중국 확률 공개 (사진출처: 오버워치 중국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한국의 ‘확률 공개 방식’은 어떨까? 일단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개별 공개’다. 말 그대로 ‘확률형 아이템’에 들어 있는 모든 아이템의 이름과 확률을 각각 공개하는 것이다. 현재 이 방법으로 확률을 공개하고 있는 게임은 넥슨의 ‘피파 온라인 3’다. ‘피파 온라인 3’의 경우 ‘선수 카드팩’에 포함된 모든 카드의 확률이 공개되어 있다. 가령 A선수, B선수, C선수가 있다면 각 선수의 획득 확률이 각각 나오는 것이다.
▲ '개별 공개'는 말 그대로 모든 아이템의 확률을 각각 공개하는 것이다
(자료제공: 한국게임산업협회)
두 번째는 ‘등급별 공개’다. 말 그대로 ‘등급’ 별로 나누어서 확률을 공개하는 것이다. 가령 A상자에 전설, 고급, 중급, 일반까지 네 단계로 나뉘는 ‘아이템’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등급별로 공개하면 전설은 2.2%, 고급은 17.5%, 중급은 36.7% 일반은 43.6%다. 또 다른 방식도 있다. 각 등급의 최소와 최대 확률을 밝히는 것이다. 전설은 0.5%~1%, 고급은 1.5%~4.5%, 중급은 5.0%~7.0%, 일반은 7.5%~10.0% 식이다.
▲ '등급별 공개'의 경우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텍할 수 있다
(자료제공: 한국게임산업협회)
그런데 ‘등급별 공개’는 게이머들이 ‘내가 원하는 아이템의 확률을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이 마련됐다. ‘개별 공개’가 아니라 ‘등급별 공개’를 선택한 게임사는 뒤에 설명할 3가지 규칙 중 하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 번째는 ‘희귀 아이템 확률 공개’다. 가령 ‘A선물상자’의 ‘전설’ 등급 아이템 중에도 게임사가 선정한 ‘희귀 아이템’이 A의상, B장비, C보석이라면 A의상은 0.5%, B장비는 0.7%, C보석은 1.0%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정 구매 횟수 및 금액에 도달하면 ‘희귀 아이템’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만약 게임사가 잡은 금액이 ‘10만 원’이라면 유저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한 금액이 10만 원에 도달하면 ‘희귀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희귀 아이템’이 게임 속에 나온 개수를 공개하는 것이다. 만약 게임 안에 희귀 아이템이 A, B, C가 있다면 A는 9개, B는 16개, C는 20개 식으로 발표한다.
▲ '등급별 공개'를 선택한 게임사는 위 세 가지 중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한다
(자료제공: 한국게임산업협회)
이렇게 두 나라의 확률 공개 방식을 살펴봤다. 우선 세밀함 면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앞선다. 중국의 경우 ‘의상’이나 ‘무기’, ‘챔피언’이나 ‘스킨’, ‘전설’ 아이템과 같이 유저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아이템 종류’의 확률을 공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등급별 공개’에 게임사가 지켜야 하는 ‘세부 규칙’을 따로 마련해놓은 점이 눈길을 끈다.
그 중에도 ‘희귀 아이템’은 확률을 따로 공개하도록 한 점은 유저들의 니즈가 높은 ‘특정 아이템’의 확률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하면 ‘희귀 아이템’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부분은 ‘확률 공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제한 금액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국은 ‘확률 공개’가 법이다. 따라서 현지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의 확률이 전부 공개된다. 즉, A게임은 공개되어 있는데 B게임은 확률 정보가 없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이 달라도 확률을 공개한 폼이 비슷하기 때문에 게임마다 ‘확률 공개 방식’이 크게 차이 나서 헷갈릴 여지도 없다. 즉, 강제성과 통일성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선다고 볼 수 있다.
2차전: 사후관리
앞서 살펴봤듯이 확률을 공개하는 방법 자체는 한국이 중국보다 세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강제성이다. 중국은 모든 게임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고, 정부가 각 게임사가 ‘법’을 잘 지키는가를 감독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지키지 않아도 법적 책임이 없으며 감독 역시 정부가 하지는 않는다. 즉, 강제성 면에서는 중국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한국을 압도한다.
우선 중국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기록을 90일 간 보관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 문화부는 ‘공개한 확률 정보는 진실하고, 유효해야 한다’라며 정확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불특정 다수 게임을 대상으로 ‘확률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는가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도 예고되어 있다. 즉, 게임사가 유저들을 속이지 않고 투명하게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가를 정부가 감독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자율규제’이기에 스스로 ‘패널티’를 만들어야 한다. 업계가 마련한 것은 미준수 업체 발표다. 모니터링 대상 중 ‘확률 공개’를 하지 않은 게임사를 외부에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1차는 ‘준수 권고, 2차는 ‘경고’, 마지막 3차 ‘미준수 사실 발표’로 이어지는 ‘쓰리 아웃’ 방식으로 미준수 업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미준수 업체 공포’는 2015년에도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지만 실제는 지켜지지 않았다. 여기에 ‘자율규제’를 잘 지키는 업체에 대한 ‘보상’도 현재는 ‘인증마크’ 제공 외에는 없다. 즉, 패널티는 중국에 비해 다소 약하고 게임사들이 ‘자율규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유인책’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보다 강제력도 약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힘도 부족한 것이 한국 ‘자율규제’의 약점이다.
다만 이번에는 자율규제 감시자가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게임사로부터 분리된 ‘자율규제 평가위원회’가 그 주인공이다. 자율규제는 이미 한 번 유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외면당했던 적이 있다. 이러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날카롭게 날이 선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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